안녕하세요, 무관심에 익숙하지만 관심 받고 싶은 기분이 없지는 않은 DAIN입니다.
- [퇴마록]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이 늘어나서 뭔가 보면서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싶었습니다. (퇴마록 극장판 관련으로는 나중에 다시 생각을 정리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괜히 지난 세기 작품의 21세기 각색물이나, 리메이크 작품에 대해서 좀 찾아보고 있었는데…
(사실 여기저기서 퇴마록이 웹소설 초창기 작품이라고 하지만, 본래 퇴마록은 웹소설이 아니고 PC통신 소설인데 말이죠. ㅎㅎ)
그러던 와중에 티브로드를 흡수한 Btv 케이블 VOD에서 요즘 갑자기 데즈카 프로덕션의 애니들을 잔뜩 올리고 있었는데(유니코라던가 바기, 마린 익스프레스, 푸문, 백만년 지구의 여행 반다 북 등등),
한국에서도 공중파 TV 방송을 했던 [정글 대제], 바로 "밀림의 왕자 레오"를 원작으로 하는 [밀림의 왕자 레오: 세상을 바꾸는 용기]가 올라와 있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우주소년 아톰]의 중요한 에피소드 '세상에서 가장 강한 로봇'을 원작으로 하는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 [플루토]의 애니메이션은 예전에 보고 이 게시판에 적기도 했었습니다만,
이 정글 대제=밀림의 왕자 레오 관련의 각색물은 은근히 국내에 들어와 있음에도 보기는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극장판 두편 중 한편은 국내에 들어왔었지만 설마 보신 분은 드물겠죠.
[밀림의 왕자 레오: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2009년에 나온 TV스페셜 애니입니다. 1시간 45분 정도로 짧지 않습니다. 그냥 조금 싸게 만든 극장판 정도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후지TV 개국 50주년. 데즈카 오사무 탄생 80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합니다. 해서 나름 의미를 부여한 만큼 꽤 진지한 리메이크이자 리부트 작품입니다.
속편이 나오진 않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40대 이상이라면 '흰사자 레오' 이야기는 다들 그림 정도는 본 적 있고 익숙해진 거잖아요?
일단 이 [밀림의 왕자 레오: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작화가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만 어린 흰 사자 '레오'를 귀엽게 그린 면에 있어서는 꽤 괜찮은 편입니다.
내용적으로도 원전의 액기스를 나름 잘 뽑아와서, 그걸 21세기 풍으로 싹 뜯어 고친 새로운 시작=리부트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사실 레오는 국내 방송도 여러번 했었고 아직 일부 케이블TV에서 1965년 TV판을 VOD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65년판 밀림의 왕자 레오를 다시 틀어보고 있습니다. (웃음)
감독은 [코드 기아스] 시리즈의 타니구치 고로, 캐릭터 디자인은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 초반 작품의 그 구불구불한 그림을 그리던 아마노 요시타카하고, 가오가이가 등으로 유명할 키무라 타카히로~인데…
사실 익숙할 데즈카 오사무 그림 풍을 따라하는 것을 전제로 한 아래에서 약간 변화만 준 수준이라, 그 사람들의 원래 그림체를 생각하면 별로 닮았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여 과학자라던가 몇몇 캐릭터는 데즈카 풍 그림이 아니라 아마노 요시타카 그림을 키무라가 고쳤구나 정도로 보이긴 할 겁니다.
일단 작품 내용은 최대한 말할거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사실 기존에 보고 알고 있을 법한 '밀림의 왕자 레오'의 흰 사자 레오의 이야기를 21세기 느낌으로 뜯어 고친 물건이기 때문에 기존에 알던 설정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만약에 보신다면 어느 정도 알고 보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구작 기준이라면 데즈카 작품에 잘 나오는 악당 햄에그가 밀렵꾼으로 나와서, 사자 가죽을 얻기 위해 아버지 흰사자 판자를 죽이고 어머니 엘리자는 잡혀서 배에 실려서 가는 도중에 레오가 태어나고,
배가 가라앉는 중에 레오는 탈출하고 어머니는 배에서 죽은 걸로 그려지고 고향인 아프리카 정글로 돌아온 레오가 정글에 적응하고 아버지의 뒤를 잇는 정글의 지도자가 되는 성장물 이야기인데,
이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아예 배경 설정이 싹 달라져 있습니다.
과거 밀렵의 시대가 아니고 적당한 근미래로 시대적 설정부터 달라져 있습니다.
'이터널 어스'라는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 비슷한 조직이 어딘가 휴화산이 있는 큰 섬에 '네오 정글'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서 여러 동물들을 데려와서 살게하는 그런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 한마디로 "쥬라기 공원"의 데즈카 만화 동물 버전인거죠. 그리고 당연하게 쥬라기 공원 식으로 인간의 욕심과 자잘한 실수로 사건이 터질 수 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데 쥬라기 공원보다 더 괜찮게 자연보호를 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여러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섬에서 구역을 나누어 통제하면서 관리하고 있는데, 일단 동물들을 관리하기 위해 자동 기계 셔터나 공기 조절 벽으로 새들이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기계적으로 이 섬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데, 섬의 기계들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한 동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네오 정글의 마스코트적인 입장으로 사자 가족으로 잡혀온 게 아버지 판자와 어머니 엘리자와 아들 레오인 거죠. 판자는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지만 레오는 아직 어리고 겁이 많은 아기 사자이고요.
그리고 이터널 어스의 대표인 겐조는 UN의 지원을 받아서 네오 정글을 더 크고 완벽하게 만들어서 아들 켄이치에게 물려주고 싶어합니다.
또 아들 겐조의 아들인 켄이치는 작중에서 이유는 설명 안되지만 동물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이 있습니다.
과거작에서는 레오가 서커스단에서 인간의 말을 배워서 이야기가 통한다는 식의 판타지적 설정이 있었는데, 이 애니에서는 반대로 주인공 소년에게 대화 능력이 있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동물들은 네오 정글이 나름 먹고 살기는 편한데 분명히 자유가 없음을 느끼고 있고, 레오의 아버지 판자는 지도자적인 입장에서 동물들 중에 인간들과 싸워서 정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동물들이 있는 걸 알지만 현재에 적응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인간에게 굽실거리는 비겁자' 취급을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결론은 거대기업의 음모~까지는 아니어도 반드시 좋은 목적으로만 이터널 어스의 네오 정글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켄이치의 아버지는 '신세계의 신'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이 동물들을 창조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완성시킬 수 있는 그런 창조주가 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UN의 감사를 받고 정식 승인을 받아 세계 여러 국가들의 금전적 인력적 지원을 받아서 규모를 더 크게 키우고 싶어합니다.
그 와중에 동물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동물들을 멋대로 죽이고 살리며 전염병 걸린 동물들은 치료하기 보다는 살처분을 하려고 하는 등, 전형적인 인간 중심의 자연보호 핑계로 통제를 하고 지배를 하고 싶어하는 그런 욕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말이 통해서 레오와 친구가 된 켄이치는 동물들의 시선으로 네오 정글에서 인간들이 하는 일을 보고 그 어리석은 잘못과 오만함을 실감하게 되고, 또 인간에게 적의를 가진 흑표범 토토와의 다툼을 통해서 동물들 간의 의견 차이나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네오 정글에는 큰 파국이 일어납니다. 흑표범 토토 관련은 예측 가능하지만 꽤 괜찮았다고 하겠습니다. 토토는 구작에서 그려진 것보다 대접이 더 좋아져서 매우 괜찮은 캐릭터로 되었습니다.
머 결국 스포일러랄 것도 없는 결론이 나와서, 켄이치와 레오가 동물들을 이끌고 네오 정글에서 벗어나는 걸로 작품이 끝나는데, 결말은 나름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니 정말로 별 기대 없이 틀어봤는데 후대 창작자가 원작자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적절하게 액기스를 잘 뽑아 각색의 맛과 원전의 포스를 함께 잡은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론 후지TV의 TV스페셜이지만 거의 극장판 급인데,
작중에 아버지가 죽고 아들의 아버지의 뜻을 잇는, 전형적인 동양적 '계승'의 의미를 잘 살리는 내용이기도 하고, 또 동시에 레오가 (보통 이미 죽어서 회상으로만 나오는) 아버지 판자와 '함께' 나오는 각색물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자연 보호와 동물 애호 같은 것에 대해서 블랙잭 급의 "인간이 생명의 생사를 마음대로 다루려는 게 우습지 않나." 같은 주제도 적절하게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잘 보여줍니다.
디즈니의 사자 소재 극장판 애니 '라이온 킹'과 비교해서 애들에게 보여준다면 어떨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데,
머 사실 레오와 라이온킹 관련으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표절 같은 것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라이온 킹이 동물의 이야기를 빌어서 인간의 왕정을 다룬 우화라면, 레오는 결국 동물과 인간의 관계와 생존의 이야기라서 애시당초 결이 다릅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90년대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똥망 각색 이후로 꾸준히 퀄은 높지만 이야기로는 좀 시시한 물건들이었다 생각하는데,
이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퀄은 평범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정말 아동 대상에서는 나름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시리어스합니다. 정말로 데즈카가 평생 말하던 걸 이렇게 다시 보는 것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10대 초반 아이를 두신 부모라면 라이온 킹 말고 레오 쪽도 한번 보여주시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레오: 세상을 바꾸는 용기'는 국내에 정식 발매 DVD가 출시되어있고, 라프텔이나 Btv 케이블 채널 VOD등으로 보실 수도 있습니다.
골동품에 해당할 작품을 21세기로 끌어온 것으로 다른 재활용 작품들 같은 것들과 비교하면 이야기 자체는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표현이나 몇가지 부분에 있어서 각색자인 감독 타니구치의 개성도 나오고 있어서 꽤 괜찮고,
단순히 주인공인 흰사자 레오가 귀엽다는 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잘 나오긴 했다는 느낌입니다.
프롤로그로 끝나는 리부트 긴 한데, 이걸로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하고 또 레오 애니가 이미 TV 시리즈가 3작품에 극장판이 2개 나온 물건이기 때문에 '어차피 아버지를 이어서 정글을 다르시는 왕자' 이야기는 이제 더 안봐도 되고…
외려 그 '출발점'이자 '계승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자체는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퇴마록] 애니가 계승이라기 보다는 새 출발이라는 것 정도로 볼 때 직접 비교하긴 그렇지만요.
하여튼 아이들에게 동물 나오는 거 보여주고 싶으시다면 한번 고려해볼 정도는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플루토] 애니 보여주는 것보단 이 쪽이 더 나을 거에요.
바람직한 재생산, 재활용, 재구성이란 측면에선 연구하는 입장이던 그냥 보는 입장이던 한번 봐둘만은 하지 않나 싶어요.
글은 길어졌지만 작품 내용 관련은 최대한 줄였는데, 일단 섬나라 고전의 리메이크 애니 작품 중에선 괜찮은 선례로 한번 볼만하다 생각합니다.
(한국어 더빙판이 있긴 한데 DVD를 사기 전엔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일단 케이블 VOD는 일본 원어 음성에 자막달린 판이었습니다.)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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