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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9

다이나믹 히어로즈 1권



  : '무쇠팔 무쇠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다이나믹 히어로즈 1권

 - 책 자체는 만화책에 가깝다고 하겠, …이 아니라 만화책이 맞습니다만 풀 칼라에다가 묘하게 분위기 만으로는 이전 다이나믹 프로 작품들과 차이가 좀 납니다.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활자나 인쇄 매체로 나올 것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 플래시를 이용한 웹 코믹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물건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사실 이 인쇄판은 진짜 오리지날에 해당하는 '플래시 웹 코믹'의 내용과 분위기를 책으로 보는 것 정도이고, 웹에서 보는 것 이외에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 적 차원이기도 합니다. 사실 정말로 이걸 제대로 볼려면 웹 페이지를 매일 체크하면서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것이 진짜 바람직한 '시청'과 '관람'의 자세일 수도 있겠습니다.

 뭐, 만의 하나 정말로 플래시 버전을 수록한 DVD-ROM 같은 게 발매되어 버리면 이 책 자체는 그냥 '기념품'에 가까운 물건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이 책은 결국 단순한 단행본이 아니라 일종의 수집용 archive로써의 가치를 쳐줘야 할 물건이겠습니다.
  다만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내용의 작품'을 플래시 웹 코믹이라는 요즘 매체를 이용하여 전달한 것을, 역시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단행본 서적으로 다시 묶어서 본다는 과거와 현재가 뒤 섞여서 돌아가는 미묘한 감흥 자체만으로도 묘한 찡함이 오는 그런 물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내용적으로는 TV애니메이션 마징가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안 먹힐래야 안 먹힐 수가 없는 쪽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이 나와버린 탓에 단 타츠히코의 수퍼로봇대전 소설이나 마징카이저 OVA 같은 게 외려 패러랠 월드 취급을 받게 되어버린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지요. 정말로 이 쪽이 사실 상의 진짜 마징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후일담이자 제대로 된 속편인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 물론 따지고보면 데빌맨이나 다른 작품들은 그냥 인간 파일롯 캐릭터들을 돕기 위한 곁다리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래도 등신대 캐릭터의 모험 액션과 거대로봇의 액션이 적당히 뒤섞인 덕분에 그리 위화감 없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TV판 데빌맨과 큐티 하니가 수퍼로봇들이 설치는 이 세계관에서는 약간 위화감이 없지 않냐는 감도 있습니다만, '아스카 료 흉내를 내면서 시레누에게 잡혀가는 후도 아키라를 구하는 큐티 하니' 같은 평행 우주에서의 자기 복제와 원작 데빌맨에 대한 오마쥬 같은 느낌으로 반복되는 시츄에이션 만으로도 봐둘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 그런데, 이 웹코믹과 그 단행본을 보다보면 생각나는 것이 의외로 정통적인 일본만화 스타일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행본 편집 만으로 볼 때에 의외로 정통적인 일본만화라기 보다는 '아메리칸 코믹 스트립'의 스타일에 살짝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나레이션과 컷하고 중요한 대사 만으로 때우는 그런 진짜 정통파 아메코믹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일본 만화 스타일에서 약간 좀 느낌이 다르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아니, 단순히 구식 TV 애니메이션 그림을 풀 칼라로 보면서 그 위에 살짝 살짝 움직이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들어가는 표현 방식 차이 때문에 그런 착각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론 이 전에 보아왔던 원작 만화판이나 70년대의 TV 애니메이션 판과도 돌아가는 느낌의 차이가 느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책과 내용의 컨셉 자체는 의외로 옛날 TV 애니메이션 작품의 스타일을 표방하면서 묘하게 현대적인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의 표지 자체가 옛날 극장용 애니메이션 포스터 흉내를 내고 있고 (1권을 표시하는 '1' 숫자 위에 토에이 로고를 흉내낸 강담사 코믹스의 약자 'KC'를 달아 주고 있기도 하고) 어떤 의미론 구식 애니메이션 시대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고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사실 뻔뻔하게 <칼러 작품>이란 표시까지 달아놓은 데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옛날 흑백 작품과 칼라 작품이 공존하던 시대에 '이 작품은 칼라입니다'라고 포스터에 표기해주던 시대의 패러디인 것과 동시에, 이 책이 아메코믹풍의 풀 칼라 인쇄를 하고 있음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노린 거죠, 뭐.

 - 이 책 본편 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이 책의 원점은 본래 PS1 용으로 나왔던 소프트 (게임이라기엔 뭣하고) '클릭만화 다이나믹 로봇대전'이란 물건입니다. 본래 PS1용의 디지탈 코믹 방식으로 스토리를 보면서 진행하던 소프트 '클릭만화 다이나믹 로봇대전' 시리즈가 결국 2편으로 미완성인 체 끝나 버렸기 때문에, 그 쪽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다이나믹 프로의 스태프들이 플래시를 이용한 웹 코믹으로 만들게 된 것이 이 플래시 웹 코믹 '다이나믹 히어로즈'이고, 웹 코믹을 단행본화 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리고, 이 단행본 책은 그 클릭만화의 의 리테이크랄까 재편집 버전이랄까 그런 느낌으로 나온 플래시 웹 코믹이 단행본이 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래는 플래시로 움직이는 장면이나 소리가 들어가는 물건이었던 만큼, 일반 만화책과는 느낌이 좀 다른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돈 좀 들여서 PS2로 '야루드라' 스타일로 만들어진 이 '다이나믹 히어로즈'가 나오는 게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신 겟타 TV시리즈나 이런 저런 애니메이션 작업들로 그런 예산을 빼앗긴 것인가 싶을 지경입니다. 사실 플래시 쪽이 실제 애니 제작보다는 돈은 덜 들고 가격대 효용비가 의외로 괜찮긴 하지만, 역시 아무래도 조금 아쉽긴 하거든요. 야루드라 스타일로 짜맞춰진 내용의 적당한 동영상으로 옛날 TV 시리즈 장면들을 회상 같은 걸로 넣어줄 수 있다면 바랄게 없겠습니다만.

  하지만 이 플래시 웹 코믹의 결과물 수준은 의외로 나쁘지 않고, 단행본으로 옮겨와도 옛날 TV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림을 그대로 살려가면서 진행되는 것 자체는 옛날 그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꽤 먹히지만, 이미 수퍼로봇대전 같은 데서 적당히 변모된 그림들을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왠지 미묘하게 느낌이 어긋나 버린 위치에 그냥 남아 있다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또, 이 작품의 코지는 수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 그려지는 코지나 마징카이저 OVA의 코지와도 미묘하게 다르고, 또 그렌다이저의 TV판의 코지와도 사실 차이가 납니다. 이 쪽도 사실 그림적으로는 코마츠하라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적당히 현대적 스타일로 업데이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뭐 내용적으로야 마징가 시리즈 극장판에 나왔던 의문의 외계인들(오피셜로 뭐시기 별 외계인이라고 이름도 나오긴 했었는데…)과 닥터 헬 및 팬서 크로 등 악당들이 연합하는 식으로 다시 한번 설치는 것이고, 코지와 테츠야 등의 마징가 팀과 겟타 팀 연합에 데빌맨과 큐티 하니들이 비공식 멤버로 참전하는, 전형적인 마블이나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나 '시빌 워' 수준의 에피소드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옛날 작품들을 기억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후일담을 보는 자체로 기쁜 거고, 또 옛날 극장판 시리즈에서 미완으로 남았던 부분이 매꿔지면서 전체적인 세계관을 완성시켜가는 '그림 맞추기' 꼴로 다루어지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추억을 공감한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물건인 거지요. 요즘 슈로대로 마징가 시리즈의 팬이 된 젊은 층이야 "마징카이저는?" 이라고 묻고 마는 수준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