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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2024년 3월 마지막 주의 영상물 몇 가지에 대한 단상


3월 마지막 주에 이것저것 본 것들의 소개 비슷한데, 

사정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뭘 써도 굳이 찾아보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넷플릭스 [스내푸(영제 : Hidden Strike)] 



한국인에게는 명절의 단골 게스트였던 성룡과, WWE프로레슬링 선수였다가 지금은 근육질 액션 배우로 반쯤 전직한 존 시나가 같이 나오는 좀 쌈마이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단은 미국영화 취급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현재 imdb 등에서는 일단 15금의 TV영화 취급인 모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 번역은 조금 미묘한 기분입니다.

쌈마이라고 말했지만 돈은 제법 들어갔고, 중국 내륙쪽 어딘가 풍경과 셋트를 활용해서 합성해 찍은 CG배경 속에서 성룡과 존 시나가 나름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입니다만,

일단 설정상 무대는 중동 바그다드 밑의 아라비아 반도 사막 지역 어딘가고 바닷가와 가까운, 아마 홍해 근처 사막 어딘가겠거니 입니다만 종종 보다보면 중국 사막 티가 나는 부분이 나와서…

하여튼 근미래에 석유 공급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중동 사막에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연료를 둘러싼 분쟁 지역이 생겼다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투자해 만든 원유시설과 정유 공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테러리스트가 나와서 기름을 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거지요.

해서 영화 초반은 사막에서 버기 차량들이 기름과 중국인 기술자 등을 태우고 달리며 뭔가 쪼끔 매드맥스 짭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부분은 그닥 재미는 없지만 일단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거니까 초반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고용한 PMC부대의 대장인 성룡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뚫고 석유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존 시나는 과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미군 복무를 하다가 용병으로 전직한 인물인데 용병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잃어서 사막에 눌러앉아 작은 마을을 지키는 요짐보 비슷한 일을 하며

중동 동네 애들과 캐치볼하면서 놀아주는 '동네 형'처럼 살고 있는 인물인 모양인데, 용병 집단의 인물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기름을 터는 일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중국인을 지키는 부대의 성룡과 용병 부대의 조력자 입장이던 존 시나가 만나서 한판 붙게 되고(이 성룡 VS 존 시나는 짧지만 나름 볼만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연유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배반을 때린 석유털이 용병부대를 힘을 합쳐 물리치는 버디 액션물이 됩니다.


머 사실 성룡은 늙었고 그의 젊은 날 스캔들 때문에 딸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이런저런 입술놀리기 거리입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영화에도 성룡의 가족 이슈가 나옵니다. 

아마 22년 이었던가의 영화 [라이드 온]에서도 성룡은 가족과 소원해진 중늙은이로 나왔었죠. 

중국인을 보호하는 PMC 부대의 설정은 [뱅가드] 등의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룡이 찾아오는 석유 공장 관계자로 작중 설정상 성룡의 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 끝에서는 딸과 어느 정도 화해를 이루어내죠.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부분은 좀 장면 전환이 느리고 지리하지만,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의외로 정석적인 성룡 헐리웃 영화의 조합이 됩니다. 

[러시 아워]시리즈처럼 성룡과 미쿡인 한명이 팀짜서 액션을 하는 거죠. 존 시나는 처음엔 적이었지만 버디가 된 이후로는 꽤 열심히 잘 도와주고,

작전 중의 커뮤 관련으로 나라별로 손짓 신호의 차이나 어눌한 영어+중국어 사용(존 시나의 중국어!)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의도 밖의 불소통 코메디가 조금 웃깁니다. 

덕분에 악당은 좀 싱겁고 액션도 대단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 아워2]와 [용형호제2] 중간 정도의 재미는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막판은 차량 갖고 슬랩스틱을 하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 공장까지 가는 부분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굳이 막판에 나오는 데에 있어서 이 영화의 액션 순서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나쁘진 않고 꽤 유쾌한 슬랩스틱 차량 액션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괴이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이 없고 순수하게 차량을 몇회전 굴리느냐 따지던 007 카지노 로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후일담과 NG장면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나름 유쾌하지만 진중한 부분도 있는 양키였던 존 시나였지만 NG장면에서는 (원래 설정이 그랬던 건지) 경박하고 색드립 농담을 날리는 부분도 꽤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황야]였던가 하는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야 하겠는데, 액션씬의 비중이나 질에 있어서 그 황야 뭐시기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속도가 떨어진 성룡이지만 여전히 지형지물을 사용한 액션이나 힘캐인 존 시나와의 협조로 펼치는 액션은, 외려 7080년대 홍금보와 나오던 액션 영화들도 좀 생각날 정도로 요즘엔 유니크한 영역이긴 합니다.

성룡의 속도가 떨어진 덕분에, 성룡과 존 시나가 옛날 홍콩 무술영화 식으로 권격의 합을 맞추는 나름 진기한(?) 장면도 잠깐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머 전통적인 반복인데 근래에 잡화점의 기적이나 라이드 온 같은 드라마 영화에서 성룡을 보던 입장에선 간만에 올드스쿨 성룡 액션이라서 조금 더 관대하게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룡 팬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존 시나의 팬을 위한 영화기도 하네요. 레슬러 시절의 건전하고 적당히 막무가내인 해병캐릭터까진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에서 뭔가 좀 부족하달까 안 어울리는 인상이었던게 이 영화에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여튼 별 생각 없는 액션 영화로 시간을 때워보고 싶은 분은 한번 볼만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추는 아니지만 성룡과 존 시나 조합 자체가 나름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3-11-01

요즘 이것저것 본 잡담 - 그어살 / 플루토 등등



- 그냥 요즘 이것저것 본 잡담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일본의 TV방송국에게 팔려가는 상황에서, 
미야자키 영감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가 사실상 일본 내수로는 손익분기가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하여튼 한국 국내에도 개봉을 했고, 일단 지난 주에 보고 오긴 했는데…

결과물로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기존 지브리 작품같은 부류의 재미있는 모험물이나 환상적인 체험을 바라는 사람들을 노린 물건은 아니다." 라고 해야 겠군요. 

D모 평론가 식이라면 '내용보다 주제가 앞서간다'고 할 수도 있겠고, 결과물 자체는 고퀄이지만 찬반이 갈릴 수 밖에 없는 물건이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설교적이느니 이중적이라느니 평가적으로도 이상하게 갈리는 모양이지만, 작품이 실제로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여유가 없고 할 말이 많은데도 이건 꼭 넣어야 겠다고 사족을 막 붙이면서 늘어진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지금 한국 사람들이 이 사람의 작품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뇌내에 받아 들일 정도로 여유가 없고, 작가 스스로가 그냥 곧이 받아들이지 말라 생각하면서 보라~라고 마구 이상한 어필을 하고 있는 지경인지라 피할 수 없는 논쟁이겠지요.

물론 개인적으론 "80살 넘은 노인네의 주책(이라고 쓰고 중2병이라 읽는 [왜가리 스트랜딩]"이라고 트위터 등에 농을 치고 있습니다만, 
일단 수우미양가로 치면 '가'에 놓겠지만. 이건 최악이란 게 아니라, 볼 가치가 있는 가작이란 소리입니다.

센과 치히로~처럼 환상 속 세계로 들어가는 남자아이가 이것저것 겪어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남자아이를 어느 쪽에 놓고 보느냐 감정이입이 가능한가 등등이 평가가 갈리는 이유긴 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연출적이나 장면 등이 기존 미야자키 스타일의 집대성이나 자기 복제에 가까운 무엇인가 인지라 신선하다기 보다는 '잔잔하게 압박하는데 어떤 화끈한 폭발이 없는 채로 끝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우익이니 뭐니 같은 건 다 쓸데없는 소리고, 미야자키 본인이 구체적으로 반전이 어쩌고 하는 식으로 대놓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작가가 자기 어렸을 때 체험을 반추하는 무기공장 아들내미 설정이 필요 이상으로 어필되는데, 
무기공장 하는 아버지가 (센과 치히로~때처럼) '새로 이사온 집'에 무기 부품을 실어 갖고 와서 적응할 시간조차 줄여버린다는 그런 묘사가, 
외려 남자아이가 도피적 심리로 이상한 탑으로 뛰어드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그 안 좋았던 전쟁시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임을 드러내려는 건 확실해 보이고, 
이래저래 작가는 할 말이 많았고, 자기는 여러 작품을 통해 '꿈의 이야기'를 담은 장난감 블록들을 쌓듯이 작품관을 통한 세계관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자기가 쌓은 세계관인 그 블록들이 악의로 물들거나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인지 그에 대한 변명과 안타까움을 표현한다는 느낌입니다.

하여튼 불만점은 많지만 이 영감님은 자신있는 달리기 같은 액션 연출이나, 아름답지만 어딘가 뒤틀린 느낌의 환상 속 세상을 그냥 쓱쓱 그려서 덕지적지 붙인 배경 위에다가, 
자기 생각과 사상을 적은 메모를 마구잡이로 덕지덕지 덧붙인 꼴라주 같은 거대한 덩어리란 말이지요. 

머 개인적으론 어린 조카들이나 저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개인의 반응은 자기 생각으로 비춰보는 거울 같은 딱 그 정도의 작품이네요.


= 또 하나는, 넷플릭스의 [PLUTO(플루토)] 애니메이션 인데…


일단 혹시나 모르실 분을 위해 전제를 깐다면, 20세기 소년이나 마스터 키튼 등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데즈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의 대표적 에피소드 하나를 기반으로 만든 리메이크 만화 [PLUTO]의 애니메이션화 작품입니다.

사실 아톰이란 이름은 한국에선 21세기 들어서 반쯤 잊혀진 셈인데, 
(물론 2003년의 리메이크 판이나 미국 CG애니 아스트로 보이도 있고, 아동 채널에서 진짜 아동용 아톰 애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그건 진짜 논외고…)
이 작품은 비교적 근래에 나온 리메이크 작품 기반의 애니메이션이라, 아톰을 몰라도 상관없는데 아톰을 알고 보는게 낫긴 할거란 생각입니다.
PLUTO의 각색자 우라사와 나오키는, 드라마는 계속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름 잘 짜지만, 실제 내용의 완급이나 흐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질 작가라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우라사와의 대표작 급인 마스터 키튼이나 20세기 소년이나 재미있게 본 편이지만,
아톰의 주요 에피소드 중 하나를 리메이크한 PLUTO는 도중에 때려치워서,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완결을 본 셈인데,
생각보다 요즘 일본의 '무지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양비론' 작품이어서, 데즈카 생존 상태에 나왔었으면 욕 먹기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것이야 말로 지금 나오는 게 "타이밍 안 좋네" 싶을 물건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 생각하면 너무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무난 이상의 높은 작화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을 들여 만들긴 했는데,
내용적으로는 원전이나 데즈카 작품들에 공통적인 주제 그대로 반전(反戰)을 주장하는 물건이지만, 정작 미국에 해당하는 가상 국가나 작품의 주요한 기반이 되는 적대세력인 중동계 국가 모두를 아울러 까는 양비론이거든요.

최강급 힘을 지닌 로봇들이 개인의 뻘스런 욕망 때문에 무의미하게 싸워야만 했던 원작 아톰의 '지상 최고의 로봇' 편에서 이어지는 반전이란 주제는 플루토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원전보다 훨씬 음모론적인 설정과 로봇 개별에 얽히는 비극적 드라마과 결론에 이어지는 과정 자체는 좋았음에도 중간중간의 미묘한 비꼬임이나 미국 역할의 국가 원수가 벌이는 뻘짓을 보면 요즘 정치적 사안이 떠올라 편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자기 국가의 이익 때문에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인 로봇들의 파괴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이 과하게 드러나면서, 풍자라는 영역을 넘어서 좀 기분 나빠 보일 정도까지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전쟁과 테러가 이어지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풍자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거의 우화적인 영역에 가는데, 인간과 로봇의 기준과 차이에 대한 (소위 인간과 로봇의 정체성 어쩌고 따질 수 있는 내용의) 부분도 상당히 심각한 주제지만 적당히 일본스러운 수준에서 끝나버립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아톰 더 비기닝"이라고 아톰을 만든 텐마 박사와 코주부박사로 유명한 오챠노미즈 박사가 젊었을 때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만화가 나오고 애니화도  되었습니다. 
이 "아톰 더 비기닝" 쪽이 애니메이션으론 평범하지만 '못 보던 이야기'를 보는 거 자체가 좋았고, '제타 마르스'의 카메오 출연이라던가 팬서비스에는 PLUTO보다도 더 충실한 편이어서 개인적으론 이 쪽도 좋았는데,
그래서 PLUTO 애니가 나빴냐 하면, 개인적인 만족도는 사실 '그어살'보다도 조금 더 좋았습니다. 
밤에 틀었다가 철야로 8화 완결까지 한번에 다 봐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이건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25분 짜리도 아니고, 미국 TV드라마 시리즈의 50~55분 짜리의 긴 물건이라 실제 분량을 치면 8시간 16화 정도라 요즘 1쿨 13화 애니들 보다 좀 더 길고 충실합니다.

다만 요즘 한국 사회 분위기를 보면 이건 정말 편하게 볼 수 없는 물건이라 매우 거시기하네요. 
테러는 계속되고 증오는 연속되는데,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돼지는 인형 같은 창작물 속 정치가들이나 힘이 있는 기득권들보다도 못하단 말이죠. 



- 그리고, '스콧 필그림' 애니판 PV와 오프닝 영상이 공개되서 봤는데, 

서양 만화 원작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쪽 일본인 스텝들을 많이 데려와서 만드는 물건인데, 실제 오프닝 퀄리티는 그렇다 치고, 오프닝 주제가가 일본어… 입니다.
원작자는 캐나다 쪽이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팔린 만화 원작의 애니판이라 일단은 서양 애니 취급해야 할 물건인데, 일본어 주제가가 나오고 있으니 기분 묘하더군요.  
필리핀 버전 볼테스 레거시에서 필리핀 사람이 일본어로 부르는 주제가보다 이 쪽이 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머 일단 원작 내용을 다 살리긴 할 것인가 좀 궁금한데, 그 와중에 실사판 배우들을 성우로 쓰는 건 나름 팬들에 대한 어필이겠습니다만, 
하여튼 오프닝만 보면 "괜찮을까~ 이대로 괜찮을까~"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머 나오면 보기는 보겠지만 이건 진짜 예측하기 두려워지네요.

원작도 사실 무뇌 직전의 요즘 젊은이들의 공허함 등등을 그냥 날것으로 던진다는 유치찬란한 묘사여서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어울리긴 했는데, 정작 영화가 먼저 나왔죠…
애니가 잘 나오면 좋겠지만, 제가 바라는 방향은 아닐 것 같은 게 아쉽네요.


= 요새 이런저런 일이 밀리고 있어서 삶이 팍팍한 기분인데 이것저것 보는 것들이 다 팍팍한 기분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결코 안정은 바랄 수 없는 위기 상황인데, 우리 위에 서있는 돼통령이 사이비와 극우스러운 부류에 휘둘리며 설치고 있는 꼬락서니가 [플루토]의 국가들이 하는 꼬락서니와 비교해도 구리단 말이죠.
현실은 난감함을 넘어 답답함에 그저 한숨만 나오는데, 창작물조차도 편하게 볼 수 없는 현재는 더더욱 난감할 뿐이네요.

연말이 얼마 안남았는 데, 다들 힘든 23년이었지만 "줄일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입 안에서 되새기면서 계속 버텨야 하겠네요.


:DAIN.



2023-10-15

볼테스Ⅴ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슴)

(의미불명 잡담) 볼테스 V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음) 

갑작스럽지만, 일본 특유의 장르 취급 받는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작품 중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필리핀에서 이 작품이 방송할 때 아주 인기가 있어서, 21세기 들어서 필리핀 방송국이 판권을 사와서 실사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한 작품이 나왔는데 이게 "볼테스Ⅴ : 레거시"란 제목으로 2023년에 방송되어 무사히 완결까지 끝난지 좀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된 데가 없지만 유투브에 올라오는 데가 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당연하지만, 원전은 1977년 작인 일본의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파이브)"입니다. 
국내에서는 '볼트 파이브'라는 제목으로 초반 부분이 대여점 비디오 용으로 출시가 되었고, 케이블이나 공중파 TV방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에서도 나름 명작 취급 받으면서, 나가하마 낭만로봇 시리즈 운운하는 전작격인 "초전자로봇 콤배틀러V"와 후작격인 "투장 다이모스"와 함께 3부작 아닌 3부작 취급 받는 연작이며, 그 중에서 드라마 적으론 평가가 높았던 편에 들어갑니다.

이런 작품이 본고장 일본도 아니라 굳이 필리핀에서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자체가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막상 결과물이 나온 걸 보니 원작을 잘 소화하려 노력했다는 것과 동시에, 적당히 현재 세계 영상물의 기준이 어디에 맞춰진 걸까 생각해볼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머 그건 이 글에서 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머 스포일러도 있고 하니 굳이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설명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먼 우주에 있는 보아잔 별(성:星)의 군대가 지구를 침략하려 하고, 이 사실을 미리 안 고우 켄타로, 고우 미츠요 부부하고 그 부부의 스승과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슈퍼로봇 볼테스Ⅴ를 가지고서 보아잔 별의 침략군과 싸운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슈퍼로봇 볼테스의 파일롯은 고우 부부의 자녀들 고우 켄이치, 고우 다이지로, 고우 히로시=고우 형제들 및 그 관련자들이고요. 
보아잔 별에서 온 침략군은 일단은 명목은 지구 정복이란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 자체 만이 목적은 아니고 실제로는 다른 정치적 상황적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라는 정도가 있었고요. 
그 유명한 "마징가Z" 이후로 정착된 1주일에 1화 방송하면서 아군의 슈퍼로봇 1대에 적군이 강력한 적수(거대한 괴수라던가 로봇이라던가)를 보내와서 대결하는 도식적인 전개를 따라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판 "볼테스Ⅴ: 레거시"에서는 전투의 비중을 좀 줄이고 대신 인물들의 드라마 쪽을 좀 더 보강해서 90화라는 꽤 긴 화 수로 완결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방송한다 어쩐다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군요.

머 어쨌든 요즘 분위기도 있고 해서 정치적인 이야기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할 건덕지는 많이 있었는데, 굳이 글까지 적을 필요는 없었지만… 일단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고쳤고 생각보다 달라졌습니다. 
특히 최종화에서 바뀐 부분은 거의 작품의 주제가 미묘하게 달라지게 되었고, 같은 드라마의 같은 내용이라도 받아들이는 국가의 문화나 정서적 차이 및 정치성 등등 여러가지가 달라지게 되었음을 다시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일본 원작은 흔히 로봇물에 대해 생각하기 쉬운 단순한 권선징악적 내용이기 보다는, 좀더 정치세력 대 정치세력이란 인상이 남는 데 거기에 적당히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귀족정이나 기타 등등 근대에 대한 동경이나 그런 정서 같은 것도 녹아있는 당시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1979년에 기동전사 건담이 나오면서 보다 현대전에 가까운 묘사 및 군수산업이나 기타 등등 현대적 소대가 중심이 되고, 다그람 이후론 로봇물도 한번 뒤집어 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설정 상 보아잔 별은 뿔이 있는 사람들이 왕족+귀족이고 뿔이 없는 사람들이 평민인 철저한 계급 사회로, 나름 높은 과학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왕정제를 고수하고 있는 지라 마치 중세 유럽 스타일의 귀족과 산업혁명 직전의 평민들이 미묘하게 알력이 있는 머 그런 정도의 사회 묘사가 이루어지는데, 보아잔 왕족과 귀족 중에서의 권력 다툼 중에 전 황제의 서자였다가 즉위한 현 황제 '르 잔바질'이 전 황제의 핏줄인 프린스 하이넬(왕자라기 보다는 대공 급이겠죠)을 지구 침략군으로 밖으로 내보내서, 만약 하이넬이 전쟁에서 죽거나 패전 책임으로 제거할 계획을 진행한 탓으로 지구가 엉뚱하게 침략 전쟁에 휘말린 셈입니다. (다만 이것도 나름 드라마의 숨겨진 비밀 때문에 단순히 휘말린 것만은 아니게 되지만요…) 

프린스 하이넬은 그래도 나름 개념잡힌 귀족이라 현 황제의 전횡에 불만이 있지만 일단은 자신의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 침략에 나서지만 그 와중에 출생의 비밀이나 여러가지 드라마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함께 지구 측에서는 볼테스 팀이 보아잔 별로 역공을 들어가고, 보아잔 별의 시민혁명군과 볼테스 팀이 연합하여 침략전을 막는 결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하여튼 결말을 보면, 일본 판에서는 결국 '시민 혁명'이 일어나서 평화와 재견을 위한 새로운 보아잔의 시작으로 결말 지어지고, 주인공들은 침략을 막는 구국의 모험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 드라마 판에서는 보아잔에 정당하게 새로운 왕족이 즉위하고, 주인공들은 모험을 끝내고 돌아와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언젠가 이런 일이 있으면 그들은 다시 뭉칠 것이다~ 같은 투로 디테일이 꽤 바뀌었다가 결론입니다. 

이게 일본과 필리핀의 문화적 정치적 차이 만은 아닐거고, 필리핀 리메이크 판이 그냥 후일담을 좀 더 넣고 인물 디테일을 추가하는 김에, 자기들의 '팬심'을 어필하는 "그 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투의 동시대적 공감을 요구하고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종화 마지막에 THE END나 FIN이 뜨는 것이 아니라 "VOLTES V : LEGACY WILL LIVE ON…" 으로 끝나거든요. 

일본 원판에서는 아직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나라 답지 않다 싶을 정도로 시민혁명에 중심 드라마가 실려있고, 보아잔 별의 지구 침략은 현 집권층인 왕가와 귀족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무리한 출병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반대파를 전쟁에 앞장세운 풍신수길과 임진왜란과도 겹쳐 보이는데, 필리핀 판에서는 그냥 재미있고 인기 있던 드라마 정도로 다루어져서 그걸 현재 필리핀 영상기술로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좀더 투명(?)해지고, 대신 주역들 간의 연애나 인간 관계들을 좀더 파고 들어서, 프린스 하이넬이 직접 지구인으로 변장해서 볼테스 팀의 기지에 잠입하는 등의 디테일이 추가되었습니다.

2015-03-01

빅 히어로


illusion Illusion

빅 히어로
BIG HERO 6

★★★1/2

 1문장 단평 : 돌고 도는 영향의 주고 받기


  - 미쿡 '애니메이션 무비'에서 디즈니가 백설공주로 장편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어서 5분의 막간극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깨버린 이후로,
 디즈니는 이쪽 업계의 선두에 서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 장편 극장용 '애니메이션 무비' 시장이 과거 전통적인 '손으로 그리는' 페인팅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에 의한' 모델링 작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디즈니는 선견지명으로 CG개발사를 세운 누군가의 '픽사' 때문에 기존에 고수하던 디즈니 식 애니메이션 작법에 크게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의 디즈니는 픽사를 포함한 기득권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보수적 미국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에 몰두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서 손으로 그린 과거 CARTOON 풍 느낌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이 작품은 과거의 페인팅과 현재의 모델링을 잇는 과정에서 디즈니 자신과 디즈니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다른 작품들,
  구체적인 일례를 들기는 애매하지만 이미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히어로물이나,
  왜쿡산의 로봇물 이나 기타 다른 작품들에서 왠지 한번 이상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다양한 내용들이 뒤섞인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는 인상이 듭니다.

  그런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운 느낌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디즈니의 전통대로) 따라붙을 비디오용 속편이나,
  혹시나 나올지도 모를 이 작품의 후속 TV시리즈에서는 가능하다면
  CG모델링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손그림의 느낌을 살릴 카툰 풍 '그림'으로 나왔으면 싶어지기도 합니다.

  = 단순히 종합 선물 세트~라고 말하기에는, 이 작품은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디즈니가 영향을 주었던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나, 일본 같은 다른 방향에 속한 작품군에서 받은 영향을
 딱히 숨기거나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덕분에 이것저것 뒤섞이는 과정에서 단순한 비빔밥 같은 게 아니라,
  맛이 뒤섞이면서 좀더 다른 맛을 이끌어낸 잡탕찌개라는 인상입니다.

  우선 딱 봤을 때 바로 와닿을 수 있는 메인 스트림인 미국식 코믹 히어로에다,
 일본식 마스코트 로봇 및 소위 세카이물 적인 특성이라던가
  그 밖에도 어느 나라인지 특정하기 힘든
  미묘하게 뒤섞인 복합적인 느낌의 배경 등등이 이것저것 잘 뒤섞여서 딱히 어색하지 않게
  (현재에는 거의) 미국적인 느낌만이 아니라 '국제화된' 복합적인 인상이
 작품 내에서 그럭저럭 우러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세계적인 흥행을 한 전작 [겨울왕국]은 철저하게 서양 쪽,
 특히 북유럽에 가까운 '구체화'된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미국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여러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잡탕찌개'라는 인상의 미국적인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사실 처음에 히로가 들고 나오는 로봇 격투용 (3단분리) 로봇은 아톰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고,
  또 일본 로봇물에서는 적지 않게 등장하는 '작은 것이 합체하여 하나의 군체를 이루는' 형식을 따라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집단 히어로물은 미국 히어로 만화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색상과 개성을 확실히 살리면서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파워레인저~같은 전대물 비슷한 인상도 남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