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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2024년 3월 마지막 주의 영상물 몇 가지에 대한 단상


3월 마지막 주에 이것저것 본 것들의 소개 비슷한데, 

사정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뭘 써도 굳이 찾아보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넷플릭스 [스내푸(영제 : Hidden Strike)] 



한국인에게는 명절의 단골 게스트였던 성룡과, WWE프로레슬링 선수였다가 지금은 근육질 액션 배우로 반쯤 전직한 존 시나가 같이 나오는 좀 쌈마이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단은 미국영화 취급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현재 imdb 등에서는 일단 15금의 TV영화 취급인 모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 번역은 조금 미묘한 기분입니다.

쌈마이라고 말했지만 돈은 제법 들어갔고, 중국 내륙쪽 어딘가 풍경과 셋트를 활용해서 합성해 찍은 CG배경 속에서 성룡과 존 시나가 나름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입니다만,

일단 설정상 무대는 중동 바그다드 밑의 아라비아 반도 사막 지역 어딘가고 바닷가와 가까운, 아마 홍해 근처 사막 어딘가겠거니 입니다만 종종 보다보면 중국 사막 티가 나는 부분이 나와서…

하여튼 근미래에 석유 공급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중동 사막에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연료를 둘러싼 분쟁 지역이 생겼다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투자해 만든 원유시설과 정유 공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테러리스트가 나와서 기름을 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거지요.

해서 영화 초반은 사막에서 버기 차량들이 기름과 중국인 기술자 등을 태우고 달리며 뭔가 쪼끔 매드맥스 짭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부분은 그닥 재미는 없지만 일단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거니까 초반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고용한 PMC부대의 대장인 성룡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뚫고 석유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존 시나는 과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미군 복무를 하다가 용병으로 전직한 인물인데 용병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잃어서 사막에 눌러앉아 작은 마을을 지키는 요짐보 비슷한 일을 하며

중동 동네 애들과 캐치볼하면서 놀아주는 '동네 형'처럼 살고 있는 인물인 모양인데, 용병 집단의 인물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기름을 터는 일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중국인을 지키는 부대의 성룡과 용병 부대의 조력자 입장이던 존 시나가 만나서 한판 붙게 되고(이 성룡 VS 존 시나는 짧지만 나름 볼만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연유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배반을 때린 석유털이 용병부대를 힘을 합쳐 물리치는 버디 액션물이 됩니다.


머 사실 성룡은 늙었고 그의 젊은 날 스캔들 때문에 딸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이런저런 입술놀리기 거리입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영화에도 성룡의 가족 이슈가 나옵니다. 

아마 22년 이었던가의 영화 [라이드 온]에서도 성룡은 가족과 소원해진 중늙은이로 나왔었죠. 

중국인을 보호하는 PMC 부대의 설정은 [뱅가드] 등의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룡이 찾아오는 석유 공장 관계자로 작중 설정상 성룡의 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 끝에서는 딸과 어느 정도 화해를 이루어내죠.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부분은 좀 장면 전환이 느리고 지리하지만,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의외로 정석적인 성룡 헐리웃 영화의 조합이 됩니다. 

[러시 아워]시리즈처럼 성룡과 미쿡인 한명이 팀짜서 액션을 하는 거죠. 존 시나는 처음엔 적이었지만 버디가 된 이후로는 꽤 열심히 잘 도와주고,

작전 중의 커뮤 관련으로 나라별로 손짓 신호의 차이나 어눌한 영어+중국어 사용(존 시나의 중국어!)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의도 밖의 불소통 코메디가 조금 웃깁니다. 

덕분에 악당은 좀 싱겁고 액션도 대단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 아워2]와 [용형호제2] 중간 정도의 재미는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막판은 차량 갖고 슬랩스틱을 하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 공장까지 가는 부분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굳이 막판에 나오는 데에 있어서 이 영화의 액션 순서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나쁘진 않고 꽤 유쾌한 슬랩스틱 차량 액션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괴이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이 없고 순수하게 차량을 몇회전 굴리느냐 따지던 007 카지노 로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후일담과 NG장면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나름 유쾌하지만 진중한 부분도 있는 양키였던 존 시나였지만 NG장면에서는 (원래 설정이 그랬던 건지) 경박하고 색드립 농담을 날리는 부분도 꽤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황야]였던가 하는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야 하겠는데, 액션씬의 비중이나 질에 있어서 그 황야 뭐시기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속도가 떨어진 성룡이지만 여전히 지형지물을 사용한 액션이나 힘캐인 존 시나와의 협조로 펼치는 액션은, 외려 7080년대 홍금보와 나오던 액션 영화들도 좀 생각날 정도로 요즘엔 유니크한 영역이긴 합니다.

성룡의 속도가 떨어진 덕분에, 성룡과 존 시나가 옛날 홍콩 무술영화 식으로 권격의 합을 맞추는 나름 진기한(?) 장면도 잠깐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머 전통적인 반복인데 근래에 잡화점의 기적이나 라이드 온 같은 드라마 영화에서 성룡을 보던 입장에선 간만에 올드스쿨 성룡 액션이라서 조금 더 관대하게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룡 팬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존 시나의 팬을 위한 영화기도 하네요. 레슬러 시절의 건전하고 적당히 막무가내인 해병캐릭터까진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에서 뭔가 좀 부족하달까 안 어울리는 인상이었던게 이 영화에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여튼 별 생각 없는 액션 영화로 시간을 때워보고 싶은 분은 한번 볼만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추는 아니지만 성룡과 존 시나 조합 자체가 나름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3-10-15

볼테스Ⅴ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슴)

(의미불명 잡담) 볼테스 V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음) 

갑작스럽지만, 일본 특유의 장르 취급 받는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작품 중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필리핀에서 이 작품이 방송할 때 아주 인기가 있어서, 21세기 들어서 필리핀 방송국이 판권을 사와서 실사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한 작품이 나왔는데 이게 "볼테스Ⅴ : 레거시"란 제목으로 2023년에 방송되어 무사히 완결까지 끝난지 좀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된 데가 없지만 유투브에 올라오는 데가 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당연하지만, 원전은 1977년 작인 일본의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파이브)"입니다. 
국내에서는 '볼트 파이브'라는 제목으로 초반 부분이 대여점 비디오 용으로 출시가 되었고, 케이블이나 공중파 TV방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에서도 나름 명작 취급 받으면서, 나가하마 낭만로봇 시리즈 운운하는 전작격인 "초전자로봇 콤배틀러V"와 후작격인 "투장 다이모스"와 함께 3부작 아닌 3부작 취급 받는 연작이며, 그 중에서 드라마 적으론 평가가 높았던 편에 들어갑니다.

이런 작품이 본고장 일본도 아니라 굳이 필리핀에서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자체가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막상 결과물이 나온 걸 보니 원작을 잘 소화하려 노력했다는 것과 동시에, 적당히 현재 세계 영상물의 기준이 어디에 맞춰진 걸까 생각해볼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머 그건 이 글에서 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머 스포일러도 있고 하니 굳이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설명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먼 우주에 있는 보아잔 별(성:星)의 군대가 지구를 침략하려 하고, 이 사실을 미리 안 고우 켄타로, 고우 미츠요 부부하고 그 부부의 스승과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슈퍼로봇 볼테스Ⅴ를 가지고서 보아잔 별의 침략군과 싸운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슈퍼로봇 볼테스의 파일롯은 고우 부부의 자녀들 고우 켄이치, 고우 다이지로, 고우 히로시=고우 형제들 및 그 관련자들이고요. 
보아잔 별에서 온 침략군은 일단은 명목은 지구 정복이란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 자체 만이 목적은 아니고 실제로는 다른 정치적 상황적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라는 정도가 있었고요. 
그 유명한 "마징가Z" 이후로 정착된 1주일에 1화 방송하면서 아군의 슈퍼로봇 1대에 적군이 강력한 적수(거대한 괴수라던가 로봇이라던가)를 보내와서 대결하는 도식적인 전개를 따라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판 "볼테스Ⅴ: 레거시"에서는 전투의 비중을 좀 줄이고 대신 인물들의 드라마 쪽을 좀 더 보강해서 90화라는 꽤 긴 화 수로 완결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방송한다 어쩐다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군요.

머 어쨌든 요즘 분위기도 있고 해서 정치적인 이야기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할 건덕지는 많이 있었는데, 굳이 글까지 적을 필요는 없었지만… 일단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고쳤고 생각보다 달라졌습니다. 
특히 최종화에서 바뀐 부분은 거의 작품의 주제가 미묘하게 달라지게 되었고, 같은 드라마의 같은 내용이라도 받아들이는 국가의 문화나 정서적 차이 및 정치성 등등 여러가지가 달라지게 되었음을 다시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일본 원작은 흔히 로봇물에 대해 생각하기 쉬운 단순한 권선징악적 내용이기 보다는, 좀더 정치세력 대 정치세력이란 인상이 남는 데 거기에 적당히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귀족정이나 기타 등등 근대에 대한 동경이나 그런 정서 같은 것도 녹아있는 당시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1979년에 기동전사 건담이 나오면서 보다 현대전에 가까운 묘사 및 군수산업이나 기타 등등 현대적 소대가 중심이 되고, 다그람 이후론 로봇물도 한번 뒤집어 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설정 상 보아잔 별은 뿔이 있는 사람들이 왕족+귀족이고 뿔이 없는 사람들이 평민인 철저한 계급 사회로, 나름 높은 과학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왕정제를 고수하고 있는 지라 마치 중세 유럽 스타일의 귀족과 산업혁명 직전의 평민들이 미묘하게 알력이 있는 머 그런 정도의 사회 묘사가 이루어지는데, 보아잔 왕족과 귀족 중에서의 권력 다툼 중에 전 황제의 서자였다가 즉위한 현 황제 '르 잔바질'이 전 황제의 핏줄인 프린스 하이넬(왕자라기 보다는 대공 급이겠죠)을 지구 침략군으로 밖으로 내보내서, 만약 하이넬이 전쟁에서 죽거나 패전 책임으로 제거할 계획을 진행한 탓으로 지구가 엉뚱하게 침략 전쟁에 휘말린 셈입니다. (다만 이것도 나름 드라마의 숨겨진 비밀 때문에 단순히 휘말린 것만은 아니게 되지만요…) 

프린스 하이넬은 그래도 나름 개념잡힌 귀족이라 현 황제의 전횡에 불만이 있지만 일단은 자신의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 침략에 나서지만 그 와중에 출생의 비밀이나 여러가지 드라마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함께 지구 측에서는 볼테스 팀이 보아잔 별로 역공을 들어가고, 보아잔 별의 시민혁명군과 볼테스 팀이 연합하여 침략전을 막는 결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하여튼 결말을 보면, 일본 판에서는 결국 '시민 혁명'이 일어나서 평화와 재견을 위한 새로운 보아잔의 시작으로 결말 지어지고, 주인공들은 침략을 막는 구국의 모험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 드라마 판에서는 보아잔에 정당하게 새로운 왕족이 즉위하고, 주인공들은 모험을 끝내고 돌아와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언젠가 이런 일이 있으면 그들은 다시 뭉칠 것이다~ 같은 투로 디테일이 꽤 바뀌었다가 결론입니다. 

이게 일본과 필리핀의 문화적 정치적 차이 만은 아닐거고, 필리핀 리메이크 판이 그냥 후일담을 좀 더 넣고 인물 디테일을 추가하는 김에, 자기들의 '팬심'을 어필하는 "그 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투의 동시대적 공감을 요구하고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종화 마지막에 THE END나 FIN이 뜨는 것이 아니라 "VOLTES V : LEGACY WILL LIVE ON…" 으로 끝나거든요. 

일본 원판에서는 아직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나라 답지 않다 싶을 정도로 시민혁명에 중심 드라마가 실려있고, 보아잔 별의 지구 침략은 현 집권층인 왕가와 귀족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무리한 출병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반대파를 전쟁에 앞장세운 풍신수길과 임진왜란과도 겹쳐 보이는데, 필리핀 판에서는 그냥 재미있고 인기 있던 드라마 정도로 다루어져서 그걸 현재 필리핀 영상기술로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좀더 투명(?)해지고, 대신 주역들 간의 연애나 인간 관계들을 좀더 파고 들어서, 프린스 하이넬이 직접 지구인으로 변장해서 볼테스 팀의 기지에 잠입하는 등의 디테일이 추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