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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2024년 3월 마지막 주의 영상물 몇 가지에 대한 단상


3월 마지막 주에 이것저것 본 것들의 소개 비슷한데, 

사정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뭘 써도 굳이 찾아보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넷플릭스 [스내푸(영제 : Hidden Strike)] 



한국인에게는 명절의 단골 게스트였던 성룡과, WWE프로레슬링 선수였다가 지금은 근육질 액션 배우로 반쯤 전직한 존 시나가 같이 나오는 좀 쌈마이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단은 미국영화 취급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현재 imdb 등에서는 일단 15금의 TV영화 취급인 모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 번역은 조금 미묘한 기분입니다.

쌈마이라고 말했지만 돈은 제법 들어갔고, 중국 내륙쪽 어딘가 풍경과 셋트를 활용해서 합성해 찍은 CG배경 속에서 성룡과 존 시나가 나름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입니다만,

일단 설정상 무대는 중동 바그다드 밑의 아라비아 반도 사막 지역 어딘가고 바닷가와 가까운, 아마 홍해 근처 사막 어딘가겠거니 입니다만 종종 보다보면 중국 사막 티가 나는 부분이 나와서…

하여튼 근미래에 석유 공급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중동 사막에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연료를 둘러싼 분쟁 지역이 생겼다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투자해 만든 원유시설과 정유 공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테러리스트가 나와서 기름을 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거지요.

해서 영화 초반은 사막에서 버기 차량들이 기름과 중국인 기술자 등을 태우고 달리며 뭔가 쪼끔 매드맥스 짭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부분은 그닥 재미는 없지만 일단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거니까 초반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고용한 PMC부대의 대장인 성룡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뚫고 석유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존 시나는 과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미군 복무를 하다가 용병으로 전직한 인물인데 용병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잃어서 사막에 눌러앉아 작은 마을을 지키는 요짐보 비슷한 일을 하며

중동 동네 애들과 캐치볼하면서 놀아주는 '동네 형'처럼 살고 있는 인물인 모양인데, 용병 집단의 인물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기름을 터는 일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중국인을 지키는 부대의 성룡과 용병 부대의 조력자 입장이던 존 시나가 만나서 한판 붙게 되고(이 성룡 VS 존 시나는 짧지만 나름 볼만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연유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배반을 때린 석유털이 용병부대를 힘을 합쳐 물리치는 버디 액션물이 됩니다.


머 사실 성룡은 늙었고 그의 젊은 날 스캔들 때문에 딸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이런저런 입술놀리기 거리입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영화에도 성룡의 가족 이슈가 나옵니다. 

아마 22년 이었던가의 영화 [라이드 온]에서도 성룡은 가족과 소원해진 중늙은이로 나왔었죠. 

중국인을 보호하는 PMC 부대의 설정은 [뱅가드] 등의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룡이 찾아오는 석유 공장 관계자로 작중 설정상 성룡의 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 끝에서는 딸과 어느 정도 화해를 이루어내죠.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부분은 좀 장면 전환이 느리고 지리하지만,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의외로 정석적인 성룡 헐리웃 영화의 조합이 됩니다. 

[러시 아워]시리즈처럼 성룡과 미쿡인 한명이 팀짜서 액션을 하는 거죠. 존 시나는 처음엔 적이었지만 버디가 된 이후로는 꽤 열심히 잘 도와주고,

작전 중의 커뮤 관련으로 나라별로 손짓 신호의 차이나 어눌한 영어+중국어 사용(존 시나의 중국어!)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의도 밖의 불소통 코메디가 조금 웃깁니다. 

덕분에 악당은 좀 싱겁고 액션도 대단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 아워2]와 [용형호제2] 중간 정도의 재미는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막판은 차량 갖고 슬랩스틱을 하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 공장까지 가는 부분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굳이 막판에 나오는 데에 있어서 이 영화의 액션 순서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나쁘진 않고 꽤 유쾌한 슬랩스틱 차량 액션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괴이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이 없고 순수하게 차량을 몇회전 굴리느냐 따지던 007 카지노 로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후일담과 NG장면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나름 유쾌하지만 진중한 부분도 있는 양키였던 존 시나였지만 NG장면에서는 (원래 설정이 그랬던 건지) 경박하고 색드립 농담을 날리는 부분도 꽤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황야]였던가 하는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야 하겠는데, 액션씬의 비중이나 질에 있어서 그 황야 뭐시기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속도가 떨어진 성룡이지만 여전히 지형지물을 사용한 액션이나 힘캐인 존 시나와의 협조로 펼치는 액션은, 외려 7080년대 홍금보와 나오던 액션 영화들도 좀 생각날 정도로 요즘엔 유니크한 영역이긴 합니다.

성룡의 속도가 떨어진 덕분에, 성룡과 존 시나가 옛날 홍콩 무술영화 식으로 권격의 합을 맞추는 나름 진기한(?) 장면도 잠깐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머 전통적인 반복인데 근래에 잡화점의 기적이나 라이드 온 같은 드라마 영화에서 성룡을 보던 입장에선 간만에 올드스쿨 성룡 액션이라서 조금 더 관대하게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룡 팬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존 시나의 팬을 위한 영화기도 하네요. 레슬러 시절의 건전하고 적당히 막무가내인 해병캐릭터까진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에서 뭔가 좀 부족하달까 안 어울리는 인상이었던게 이 영화에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여튼 별 생각 없는 액션 영화로 시간을 때워보고 싶은 분은 한번 볼만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추는 아니지만 성룡과 존 시나 조합 자체가 나름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3-11-09

더 마블스 잡담


간만에 극장에 갔는데, 


마블의 공격적인 극장용 연속 드라마 시리즈가 이젠 슬슬 관심도 빠지고 SNS 등에서도 스포일러 걱정 안해도 되는 게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이런 악조건에서 개봉한 영화 더 마블스…


아마 현 페이즈의 마블 영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옛날 디즈니의 TV 드라마 시리즈 "디즈니랜드" 같은 분위기인 영화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단독 영화 작품으로의 완결성은 어느 정도 굳히고 있기는 한데, 문제는 이게 나름 진지하던 전작 "캡틴 마블"과 비교하면 그냥 정신줄 놔버린 병맛 개그와 괴이한 전개 황당 시츄에이션의 연속이라…


일단 마블 영화 유니버스의 세대 교체를 확실히 어필하는 결말이긴 합니다.

이번 편 결말이 새로운 팀의 구성을 암시하면서, 아이언맨 1편 쿠키에서 닉 퓨리가 나오는 것을 자체 패러디 하거든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편이 나름 큰 스케일의 위기상황인데 CG와 예산 부족으로 지구 피해 상황을 제대로 안 보여주는 지라…

예고편만 봐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만 3명의 능력자가 이변으로 인해 능력이 얽혀서 만약에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능력을 쓰면 서로의 위치가 멋대로 바뀌어 버리는, 

이미 반쯤 슬랩스틱 코메디 스러운 상황인지라, 전개상 진지함은 나오기 힘들어지는 중인데…


지구에 있는 미즈 마블과 우주에 있는 캡틴 마블이 동시에 능력을 쓰면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아무래도 액션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산만해지기 쉬운 전개인지라

막 악당들을 줘패다가도 갑자기 위치가 바뀌면서 역으로 쳐맞는 상황이 이어지니 이건 위기도 아니고 개그도 아닌 전개가 되어버려서 보기 좀 괴롭게 느껴질 부분도 있을 지도요.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나름 인물들의 트라우마 적인 상황과 이런저런 은원이 해결되는 이야기기는 해서…

이야기 자체는 여자 셋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야기라,

근데 뭐 딱히 PC니 페미니 뭐니 말 하기도 뭐하네요.


무엇보다 이번편의 빌런이 막판에 지구의 태양을 자기네 별의 죽어가는 태양 대신 쓰겠다고 시공을 찢어버리는 대 위기 상황인데, 

막상 악당 부하들이 지구에 오기 이전에 대부분 다른 별에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막판에 지구 위기의 대규모 위기~인 상황인데 졸개 없이 보스급 빌런과 마블즈 3명만 싸우는 조촐한 액션이 되어버린다는 문제도…

마블 영화 세계관에서 쉴드가 지구 내 사건을 담당하는 비밀 조직이었다면, 쉴드 대신 우주에 나간 비밀 조직 세이버가 있었고 닉 퓨리가 세이버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 세이버가 이런 지구의 거대한 위기 상황에서 별 하는 일 없이 대피하기 바쁜 건 블랙 코메디 같은 조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되서 그냥 막 병맛이구나~하고 웃기도 뭐한 전개인데…

그리고 그 위기 해결을 맡는 구즈는 이번에 대량의 우주고양이 아기들을 까서 막판 클라이막스의 세이버 우주기지 대위기~ 같은 핀치 상황에 맥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만, 

(아니 진짜 이럴려고 플러큰 내보낸거냐 퍼킹 플러큰~ 싶기도 하고)

하여튼 결과적으로 보스 급 빌런은 마블즈 3명이서 어떻게든 처리하고, 세이버 우주 기지의 위기 상황은 구즈와 우주고양이들 대활약(…)으로 커버되고, 

어째 닉 퓨리는 초기의 진중한 이미지가 그냥 웃기는 직장 꼰대 상사 취급이 되어버려서 한숨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 편은 정말 수위를 낮춰서 닉 퓨리가 욕을 거의 안합니다. OTL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일본 특촬물 극장판 "울트라맨 사가" 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디즈니랜드' 연속 드라마 수준인 겁니다. 


우주물똥 아바타 따위에 CG기술 투입된 거 10분의 1만 여기에 돌려도 액션이나 우주 묘사가 조금 더 괜찮았을까 싶기도 하고,

박서준 불러서 뮤지컬 시킬 돈이 있었으면 일본 JAC 불러와서 액션 시켜도 이것보단 나았을 것 같기도 하고…


주연급 3명이 모두 액션 전문은 아니라 막판엔 액션 합 맞추는 것도 포기했는지 악당 당하는 것도 제대로 안 보여주고 점프 컷도 나올 지경이라 

액션을 기대하신 분은 '위치가 바뀌는' 조건 한정 액션이란 상황 자체는 신선해도 결과적으로는 하품만 나올거고,

그렇다고 위치 전환이란 코메디 시츄가 만들기 좋은 병맛개그가 완벽하게 살아 났냐면 그런 것도 아니고…


머 그래도 접근하기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드라마 완다비전과 미즈마블 하고 전작 캡틴 마블 정도만 보고 오면 기존 영화는 안봐도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가오갤 1편의 로난을 기억하지 않으면 이번 편의 악당이 아 로난과 크리 제국 쪽 인물이구나 파악하는 게 느릴 수는 있겠습니다. 

(사실 하는 짓도 로난과 비슷한지라)


종합적으론 대체 뭘 하고 싶냐 싶지만, 앞으로 마블 영화들이 디즈니 아동 드라마 수준 이상으로 수위를 올릴 생각은 없다~라는 지향점은 확실히 드러내는 셈입니다.

덕분에 케빈 페이기는 무난한 시라쿠라 신이치로 였구나 라고 아는 사람만 아는 소리를 지껄이게 될 뿐입니다.


여기부터는 쿠키 내용 포함 스포일러입니다.


하여튼 그래서 억지로 부서진 차원의 벽을 매꾸는데 성공은 했지만, 모니카 램보는 찢어진 틈으로 떨어져서 어딘가 다른 시공간으로 떨어집니다.

캐럴 덴버스는 크리 제국의 행성 할라에 가서 죽어가는 태양에 에너지를 부여해서 태양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는 히어로 일을 합니다.

미즈마블 카말라 칸은 2대 호크아이와 만나서 새로운 젊은 이들을 모아 팀을 꾸릴 것을 암시합니다.


쿠키에서는 모니카 램보가 엑스맨 세계관에 떨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어떻게 엑스맨이 MCU에 진입하게 될지 궁금하게 되었습니다. 



하여튼 스포일러를 보면 딱 이제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할 정도로만 나왔다 싶은 느낌입니다.

정복자 캉 배우 문제 때문에라도 그냥 데드풀 받아 들인 김에 ㅇㅅㅁ 쪽 세계관과 얽어가면서 평행 세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으면 싶네요.


딱 거기까지인 영화였습니다. 

샤잠 속편보다는 낫고 더 플래시와 비슷한 정도인데 엎어치나 매치나 정도인… 



아주 재미있다곤 못하겠지만 요새 CG떡칠한 비싼 똥들 같은 영화들 보단 머 무난하게 볼 수 있는 TV드라마 스페셜 극장판 정도는 되네요. 

그런데 극장에서 보기엔 살짝 돈 값을 못하는데 그나마 TV에서 보면 더 재미없을 거라서 극장에서 보길 권하게 됩니다.


시리즈 팬보다 신규 10대 팬을 노리고 만들긴 했는데, 이거 좀 수위 너무 낮춘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밋밋하다 생각할 사람도 많겠네요.

결론은, 쿠키와 앞으로의 내용을 기대하면서 평가를 조금 올려서 10점 만점에 6점은 되는 영화라고 평하겠습니다.



:DAIN.


#영화 #마블 #MCU


2023-11-01

요즘 이것저것 본 잡담 - 그어살 / 플루토 등등



- 그냥 요즘 이것저것 본 잡담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일본의 TV방송국에게 팔려가는 상황에서, 
미야자키 영감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가 사실상 일본 내수로는 손익분기가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하여튼 한국 국내에도 개봉을 했고, 일단 지난 주에 보고 오긴 했는데…

결과물로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기존 지브리 작품같은 부류의 재미있는 모험물이나 환상적인 체험을 바라는 사람들을 노린 물건은 아니다." 라고 해야 겠군요. 

D모 평론가 식이라면 '내용보다 주제가 앞서간다'고 할 수도 있겠고, 결과물 자체는 고퀄이지만 찬반이 갈릴 수 밖에 없는 물건이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설교적이느니 이중적이라느니 평가적으로도 이상하게 갈리는 모양이지만, 작품이 실제로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여유가 없고 할 말이 많은데도 이건 꼭 넣어야 겠다고 사족을 막 붙이면서 늘어진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지금 한국 사람들이 이 사람의 작품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뇌내에 받아 들일 정도로 여유가 없고, 작가 스스로가 그냥 곧이 받아들이지 말라 생각하면서 보라~라고 마구 이상한 어필을 하고 있는 지경인지라 피할 수 없는 논쟁이겠지요.

물론 개인적으론 "80살 넘은 노인네의 주책(이라고 쓰고 중2병이라 읽는 [왜가리 스트랜딩]"이라고 트위터 등에 농을 치고 있습니다만, 
일단 수우미양가로 치면 '가'에 놓겠지만. 이건 최악이란 게 아니라, 볼 가치가 있는 가작이란 소리입니다.

센과 치히로~처럼 환상 속 세계로 들어가는 남자아이가 이것저것 겪어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남자아이를 어느 쪽에 놓고 보느냐 감정이입이 가능한가 등등이 평가가 갈리는 이유긴 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연출적이나 장면 등이 기존 미야자키 스타일의 집대성이나 자기 복제에 가까운 무엇인가 인지라 신선하다기 보다는 '잔잔하게 압박하는데 어떤 화끈한 폭발이 없는 채로 끝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우익이니 뭐니 같은 건 다 쓸데없는 소리고, 미야자키 본인이 구체적으로 반전이 어쩌고 하는 식으로 대놓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작가가 자기 어렸을 때 체험을 반추하는 무기공장 아들내미 설정이 필요 이상으로 어필되는데, 
무기공장 하는 아버지가 (센과 치히로~때처럼) '새로 이사온 집'에 무기 부품을 실어 갖고 와서 적응할 시간조차 줄여버린다는 그런 묘사가, 
외려 남자아이가 도피적 심리로 이상한 탑으로 뛰어드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그 안 좋았던 전쟁시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임을 드러내려는 건 확실해 보이고, 
이래저래 작가는 할 말이 많았고, 자기는 여러 작품을 통해 '꿈의 이야기'를 담은 장난감 블록들을 쌓듯이 작품관을 통한 세계관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자기가 쌓은 세계관인 그 블록들이 악의로 물들거나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인지 그에 대한 변명과 안타까움을 표현한다는 느낌입니다.

하여튼 불만점은 많지만 이 영감님은 자신있는 달리기 같은 액션 연출이나, 아름답지만 어딘가 뒤틀린 느낌의 환상 속 세상을 그냥 쓱쓱 그려서 덕지적지 붙인 배경 위에다가, 
자기 생각과 사상을 적은 메모를 마구잡이로 덕지덕지 덧붙인 꼴라주 같은 거대한 덩어리란 말이지요. 

머 개인적으론 어린 조카들이나 저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개인의 반응은 자기 생각으로 비춰보는 거울 같은 딱 그 정도의 작품이네요.


= 또 하나는, 넷플릭스의 [PLUTO(플루토)] 애니메이션 인데…


일단 혹시나 모르실 분을 위해 전제를 깐다면, 20세기 소년이나 마스터 키튼 등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데즈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의 대표적 에피소드 하나를 기반으로 만든 리메이크 만화 [PLUTO]의 애니메이션화 작품입니다.

사실 아톰이란 이름은 한국에선 21세기 들어서 반쯤 잊혀진 셈인데, 
(물론 2003년의 리메이크 판이나 미국 CG애니 아스트로 보이도 있고, 아동 채널에서 진짜 아동용 아톰 애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그건 진짜 논외고…)
이 작품은 비교적 근래에 나온 리메이크 작품 기반의 애니메이션이라, 아톰을 몰라도 상관없는데 아톰을 알고 보는게 낫긴 할거란 생각입니다.
PLUTO의 각색자 우라사와 나오키는, 드라마는 계속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름 잘 짜지만, 실제 내용의 완급이나 흐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질 작가라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우라사와의 대표작 급인 마스터 키튼이나 20세기 소년이나 재미있게 본 편이지만,
아톰의 주요 에피소드 중 하나를 리메이크한 PLUTO는 도중에 때려치워서,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완결을 본 셈인데,
생각보다 요즘 일본의 '무지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양비론' 작품이어서, 데즈카 생존 상태에 나왔었으면 욕 먹기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것이야 말로 지금 나오는 게 "타이밍 안 좋네" 싶을 물건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 생각하면 너무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무난 이상의 높은 작화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을 들여 만들긴 했는데,
내용적으로는 원전이나 데즈카 작품들에 공통적인 주제 그대로 반전(反戰)을 주장하는 물건이지만, 정작 미국에 해당하는 가상 국가나 작품의 주요한 기반이 되는 적대세력인 중동계 국가 모두를 아울러 까는 양비론이거든요.

최강급 힘을 지닌 로봇들이 개인의 뻘스런 욕망 때문에 무의미하게 싸워야만 했던 원작 아톰의 '지상 최고의 로봇' 편에서 이어지는 반전이란 주제는 플루토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원전보다 훨씬 음모론적인 설정과 로봇 개별에 얽히는 비극적 드라마과 결론에 이어지는 과정 자체는 좋았음에도 중간중간의 미묘한 비꼬임이나 미국 역할의 국가 원수가 벌이는 뻘짓을 보면 요즘 정치적 사안이 떠올라 편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자기 국가의 이익 때문에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인 로봇들의 파괴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이 과하게 드러나면서, 풍자라는 영역을 넘어서 좀 기분 나빠 보일 정도까지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전쟁과 테러가 이어지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풍자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거의 우화적인 영역에 가는데, 인간과 로봇의 기준과 차이에 대한 (소위 인간과 로봇의 정체성 어쩌고 따질 수 있는 내용의) 부분도 상당히 심각한 주제지만 적당히 일본스러운 수준에서 끝나버립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아톰 더 비기닝"이라고 아톰을 만든 텐마 박사와 코주부박사로 유명한 오챠노미즈 박사가 젊었을 때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만화가 나오고 애니화도  되었습니다. 
이 "아톰 더 비기닝" 쪽이 애니메이션으론 평범하지만 '못 보던 이야기'를 보는 거 자체가 좋았고, '제타 마르스'의 카메오 출연이라던가 팬서비스에는 PLUTO보다도 더 충실한 편이어서 개인적으론 이 쪽도 좋았는데,
그래서 PLUTO 애니가 나빴냐 하면, 개인적인 만족도는 사실 '그어살'보다도 조금 더 좋았습니다. 
밤에 틀었다가 철야로 8화 완결까지 한번에 다 봐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이건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25분 짜리도 아니고, 미국 TV드라마 시리즈의 50~55분 짜리의 긴 물건이라 실제 분량을 치면 8시간 16화 정도라 요즘 1쿨 13화 애니들 보다 좀 더 길고 충실합니다.

다만 요즘 한국 사회 분위기를 보면 이건 정말 편하게 볼 수 없는 물건이라 매우 거시기하네요. 
테러는 계속되고 증오는 연속되는데,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돼지는 인형 같은 창작물 속 정치가들이나 힘이 있는 기득권들보다도 못하단 말이죠. 



- 그리고, '스콧 필그림' 애니판 PV와 오프닝 영상이 공개되서 봤는데, 

서양 만화 원작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쪽 일본인 스텝들을 많이 데려와서 만드는 물건인데, 실제 오프닝 퀄리티는 그렇다 치고, 오프닝 주제가가 일본어… 입니다.
원작자는 캐나다 쪽이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팔린 만화 원작의 애니판이라 일단은 서양 애니 취급해야 할 물건인데, 일본어 주제가가 나오고 있으니 기분 묘하더군요.  
필리핀 버전 볼테스 레거시에서 필리핀 사람이 일본어로 부르는 주제가보다 이 쪽이 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머 일단 원작 내용을 다 살리긴 할 것인가 좀 궁금한데, 그 와중에 실사판 배우들을 성우로 쓰는 건 나름 팬들에 대한 어필이겠습니다만, 
하여튼 오프닝만 보면 "괜찮을까~ 이대로 괜찮을까~"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머 나오면 보기는 보겠지만 이건 진짜 예측하기 두려워지네요.

원작도 사실 무뇌 직전의 요즘 젊은이들의 공허함 등등을 그냥 날것으로 던진다는 유치찬란한 묘사여서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어울리긴 했는데, 정작 영화가 먼저 나왔죠…
애니가 잘 나오면 좋겠지만, 제가 바라는 방향은 아닐 것 같은 게 아쉽네요.


= 요새 이런저런 일이 밀리고 있어서 삶이 팍팍한 기분인데 이것저것 보는 것들이 다 팍팍한 기분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결코 안정은 바랄 수 없는 위기 상황인데, 우리 위에 서있는 돼통령이 사이비와 극우스러운 부류에 휘둘리며 설치고 있는 꼬락서니가 [플루토]의 국가들이 하는 꼬락서니와 비교해도 구리단 말이죠.
현실은 난감함을 넘어 답답함에 그저 한숨만 나오는데, 창작물조차도 편하게 볼 수 없는 현재는 더더욱 난감할 뿐이네요.

연말이 얼마 안남았는 데, 다들 힘든 23년이었지만 "줄일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입 안에서 되새기면서 계속 버텨야 하겠네요.


:DAIN.



2015-02-14

기생수 Part 1


※ 영화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를 바랍니다.
 일부 부분은 스포일러를 가리기 위해 글자 색을 바꾸는 등의 처리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안 보이는 부분은 마우스 드래그를 하면 보일 겁니다…)


기생수 파트1
 (익스트림 무비 시사회 관람 :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7관)

 : 시사회에서 본 지는 며칠 되었습니다만, 이런저런 잡 생각의 정리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덤으로 쓸데없이 읽기 귀찮은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영화 자체는 괜찮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상하편의 상편에 해당하기 때문에 완결이 안되는게 문제 아닌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하편 '완결편'을 기대하게 됩니다.
  국내 흥행이 괜찮아서 완결편도 무사히 수입되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1/2
  : 하나의 원전을 가지고 다양한 매체 전환을 통한 멀티미디어 머천다이징 전개에서, 원작과 성공적인 차별화에 도달한 결과물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각본 : 코자와 료타, 야마자키 타카시
 주연
    이즈미 신이치 : 소메타니 쇼타
    미기(오른쪽이) : 아베 사다요
    타미야 료코 : 후카츠 에리
    무라노 사토미 : 하시모토 아이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의 존재의의를 물어본다
  -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 "기생수"란 작품은,
  냉전 시대나 매카시즘 같은 이념적 소재의 비틀린 SF코드로 취급되기 일수였던 흔히 말하는 '바디 스내쳐' 변형 계열의 SF호러 코드가,
  일본에 들어와서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손을 거쳐 (정치적 이념적 면은 약간 줄이고) 좀더 시니컬한 면을 강조하면서 동물과 인간과의 차이점 같은 것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정서인 인간성이나 인간의 존재의의, 환경 문제 같은 것을 파고들면서 기존의 SF호러 장르물과 차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걸작 만화라고 하겠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는 어느날 알수 없는 생물체가 몸에 기생하게 되고,
  기생당한 이후 신이치의 오른 손은 자아를 갖고 있는 다른 지적생물 '오른쪽이'가 되었다.
  신이치는 오른쪽이와 함께 인간들에게 닥쳐오는 위협과 이변과 조우하게 되는데…

  = 원작 만화는 제목 그대로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인간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인간 이외의 지적생명체'인 패러사이트 와의 조우를 통해서,
  인간이 보통 생각하지 못하던 인간적인 면모나, 인간의 존재의의 등을 묻는 제법 시리어스하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고,
  소위 소년 점프 연재작인 드래곤볼 등으로 대표되는 소년 만화가 아닌 청년지 계열 작품 중에서는 상위권의 흥행 결과를 거둔 작품에 속합니다.

  그리고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삼아서 영화로 만든 이 영화판 '기생수'에서는 아무래도 원작 만화보다는 좀 더 일반적 드라마에 가까운 인상으로 가족영화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요새 해외의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같은 작품을 의식하여 묵시록적 분위기를 살짝 가미하는 와중에 좀더 무난한 플롯+감정 라인의 각색을 타서 전반적으로 좀더 보편적인 '호러 액션'에 가까운 인상의 영상물로 각색된 성공적 결과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미디어 전개와는 좀 달리 표현 수위적 문제나,
 극장용 상업 영화의 시간적 문제 같은 여러 이유들 때문인지 몰라도,
 원작 내용의 서브 플롯이나 조연들 일부가 커트되어 나오지 않는 등의 미묘한 각색이 이루어졌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원작의 엑기스를 잘 살리고 있는 실사 영화판으로 거듭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013-01-03

바람의 검심 : 실사영화판 (2012)


  # 2013년 새해 첫 오덕질(?)은, 벌써 끝난지 10년이 넘은 왕년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의 개봉 전 시사회 감상이었습니다.
  예,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연말 12월 22일 개봉 예정이었던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의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
  2012. 8.25. (일본개봉일)

  한국 개봉은 2012년 12월 22일 예정이었는데, 27일 예정으로 바뀌었다가 이후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개봉이 밀려서 2013년 1월 3일 개봉이 되었군요.
  하여튼 이런저런 파행 때문에 1월 2일 저녁에 이벤트 시사회가 있어서 그 쪽으로 보게 되었습니다만,
  시사회 치고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볼 사람은 거의 다 시사회에서 다 보는' 수준이 될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하여튼 보고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한번 날려먹어서 글의 정리랄까 마무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말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면 원래 그런 건 아니고 두번 고쳐서 쓴 글이라 그렇게 되었다고 양해 바랍니다.



  - 뭐, 영화는 그냥저냥 좋았습니다.
  일단 결론만 말한다면, 켄신 실사판 영화는 우선 "한번 볼 만하다"는 수준은 됩니다.
  국내에서 불특정 다수가 봐도 무조건 흥행할 만한 급이라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는데, 일본 문화나 칼잡이 영화 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한번 봐도 시간 아깝다~는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를 봤다면 각자 생각하는 캐릭터와 액션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점도 있고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므로 한번 볼 정도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예, 이 영화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배급한 일본 국내 말고도 수출을 염두에 둔 세계구 대상의 영화입니다만, 실제로는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흐름을 따르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잘 만든 소품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다만 스케일이 작다거나 아기자기한 영화라기 보다는 옛날 80년대 성룡 영화 "프로젝트A" 같은 느낌의 액션 모험물 느낌으로 보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에 (꼭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어울리는 배우들을 데려다가 적당히 만화스러운 개그와, 적당히 만화 원작이란 걸 상기하게 만드는 (조금 오버액션 기미가 있으며) 또한 나름 허풍이 많고 만화스러운 활극다우면서 원작이 갖던 진지한 부분도 그럭저럭 살려내고 있습니다.

  뭐 국내에도 더빙 방송한 '가면라이더 덴오'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변신 히어로 덴오를 연기한 주인공 배우 사토 타케루가 켄신으로 나오는 게 나름 반가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인 캐스팅인 의외로 원작 만화의 이미지에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만화 속에서 튀어나왔다~할 정도로 닮았다라는 게 아니라, 이미지에 충실해서 그럭저럭 어울린다~라는 점인데 단순히 배우의 인상이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도 배우의 연기력을 생각한 작중 비중 배분이랄까 그런 식으로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 원작만화를 보지 않은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일단 주인공 켄신은 일본이 서양문물에 개화되기 직전의 막부 말에 막부를 전복시키고 개화를 하겠다는 일종의 혁명집단인 유신 측에서 정부의 군대와 싸웠던 전설적 암살자이자 최고급 실력을 지닌 무사='칼잡이'입니다. 영화에서는 프롤로그 부분에서 전쟁 중에 사이토와 스쳐지나가는 부분이 그려지며 전쟁이 끝나면서 칼을 버리고 모습을 감추고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본편은 이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자세한 스토리나 다른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 캐릭터 관련 이야기부터 들어갑니다.

  주인공 켄신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 직전의 내전 중에 칼잡이로 활약하다가 나름 깨우친 바가 있어서 불살의 맹세를 했지만 배운게 검술 뿐이라 칼을 버리진 못하고, 칼날이 칼등에 있는 '역날'이라 보통으로는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가진 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입니다.
  켄신 역의 사토 타케루는 굉장한 명연을 펼치거나 하지 않지만, 원작 만화에서 켄신의 말버릇이나 상황에 따라서 말투와 억양이 바뀌는 등의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에 충분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약간 만화적인 과장이 섞인 액션 연기에 있어서도 과거 변신 히어로 연기를 맡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원작에선 켄신은 결국 칼잡이라 칼이 없으면 약해지는 걸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사판에서는 검술 이외에도 권법도 사용하며 기본적인 격투 능력이 있는 걸로 묘사되고 있으며, 영화 초반에는 역날검도 뽑지 않고 주먹만으로 싸우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역날검을 뽑는 식으로 연출되어 있어서 나름 원작의 주제 의식에 충실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켄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나 과거가 드러나면서 목소리가 바뀌는 부분이나, 분노나 격정을 드러내는 부분 등등은 이래저래 아주 좋다고는 못해도 나름 인상적인 연기입니다만, 역시 만화적인 캐릭터에 어울리는 인상에 배우의 곱상한 미모가 실사판 켄신이란 캐릭터에서 최고의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의 보이쉬한 이미지보다는 풋풋한 청년의 인상입니다만…)

  '일단은 히로인'인 카오루 역의 타케이는 만화와는 약간 이미지가 다르지만, 내란이 끝나고 10년 뒤 시대에 평화로운 세상의 소녀 이미지에는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연기가 좋다고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는 정도군요.
  그리고 소년 만화에 따라붙는 어린 꼬마애 역할인 묘진 야히코는 원작에 비교하면 비중이 줄었는데 원작에선 나름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실사판에선 감초이자 꼬마 개그맨 역할로 굳었으며 아역 배우도 그냥 평범하게 이미지가 겹치는 정도이지만, 뭐 카오루와 옥신각신하는 개그 포지션에는 괜찮고 (카오루의) 요리 솜씨 갖고 개그치는 부분에서는 제법 괜찮은 싱크로였습니다.
  메구미 역의 아오이 유우는 역시 원작 캐릭터와는 이미지가 조금 다르지만 그럭저럭 실사판에서 그려지는 메구미라는 캐릭터와 어울리기는 하는 인상이긴 한데, 막상 메구미란 캐릭터에 대한 실사판 작중 해석에서는 원작의 성숙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주위에 휩쓸리는 인상이라서 취향을 탈 캐릭터가 되어버렸다고 하겠습니다.

  사가라 사노스케는 원작에서 나름 중요한 부분이었던 적보대 이야기가 통체로 들려나가면서 켄신과 함께 실사판에서 과거가 세탁된 편입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속편에서 켄신의 과거가 다루어지는 것과 같이 사노스케의 과거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실사판 영화 본편에서는 그냥 동네 건달이자 싸움꾼 역할에 충실합니다. 배우도 원작의 까칠한 이미지 보다는 그냥 '동네 바보 형'으로 승화되어 버려서 묘합니다만, 액션적으로는 켄신의 빠른 검격 액션과 구별되게 크고 둔중한 참마도를 휘두르고 하면서 나름 박력있는 '개싸움'을 보여주는 등 눈요깃감으로 충실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역시 역사적으로 봐도 이 사노스케란 캐릭터의 사연도 그냥 넘어가긴 뭐한데, 주인공 켄신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름 무거운 과거가 있는지라 실사판만 보신 분이라면 원작 만화의 사노스케의 과거 관련 에피소드들 (초반 1,2권과 이후 몇몇 에피소드) 정도는 챙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의 인기 캐릭터인 사이토 하지메 역의 에구치 요스케는, 만화에서의 마르고 샤프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무게감을 주는 언동과 어울리는 적절한 똥폼의 구사로 나름 멋지게 실사판 만의 사이토를 재해석합니다. 특히 거의 유일하게 원작 만화에서 그려졌던 '필살기 연출'을 그럴 듯하게 자세를 잡아주는 팬 서비스를 괜찮게 소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역시 사건의 유기적 연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래 원작에선 사이토가 등장하지 않던 부분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판에서, 본래는 더 나중에 나오는 캐릭터가 빨리 등장해 버린 꼴이라 본의 아니게 '내용 까발림'이 되어버리는 셈이지만, 그래도 사이토가 켄신이란 캐릭터에 대한 대칭점이면서 켄신과 비교하면 '전쟁을 함께 겪은 세대면서 전후에도 전쟁때처럼 사는' 반대 입장이란 측면에서 작품의 주제를 말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라, 원작보다 빨리 등장하게 된 것은 영화판 만의 각색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중반에 흐르는 켄신의 과거 회상 씬에서 뒷 모습만 등장하는 (영화에선 비중이 없는 2번 히로인…) 토모에는, 원작보다 비중은 줄었고 인상도 약합니다만 아무래도 속편이 나온다면 결국 다시 과거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을터이니, (토모에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는 속편에서의) 캐스팅 쪽에서 어떻게 될지 조금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왜 켄신이 떠돌이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측면에서, 원작 만화에선 19권 넘어서나 등장하는 토모에의 이야기도 미리 살짝 등장한 셈인데, 토모에가 켄신이 죽인 희생자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회상 씬의 연출 자체는 평범하지만 나름 인상은 강합니다.
  역시 이 부분도 영화만 보는 분에게는 '그냥 슬피우는 희생자의 가족'으로만 다가오겠지만,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속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나름 안배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미묘하군요.
  뭐 일단 뒷모습 뿐이지만 실사로 그려진 토모에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속편의 캐스팅에 따라서 이번 편의 평가도 바뀔거라 생각됩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악역들인 간류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는 오버 액션으로 일관하지만 나름 싸굴하고 비열한 악역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음흉함은 원작의 간류가 '문자 그대로 그림처럼 그려놓은 썩은 악당'의 이미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악당 특유의 찌질함이나 막나가는 부분은 만화보다 더 그럴듯하게 캐리커쳐로 그려놓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삼인방은 형제인지 어떤 것인지 크레딧에서 지나가는 이름만으론 확인하기 미묘합니다만, 하여튼 이 캐릭터들은 묘하게 원작 최후반 인벌편의 4쌍둥이 악당이 떠올라서 은근한 개그가 되더군요. 묘하게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는 간류와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그나마 개그스럽게 유지합니다.
  원작 만화에서 간류 편 이전에 히로인 카오루와 주인공 켄신이 만나는 첫 에피소드의 악당(이자 원작에선 막판에 다시 또 나오는 감초…?!)였던 히루마 형제는 영화판 본편에선 아무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들이 나름 빈 자리를 잘 매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카오루의 도장을 습격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몰락 무사들로 이루어진 건달들의 이미지는 이 히루마 형제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어쩌면 원래는 여기서 잠깐 등장했다가 당하는 1회용 악당으로라도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마지막으로 원작 만화에서 간류에게 고용된 용병으로 등장하던 어X번* 일당은 유감스럽게도 본 실사영화판에선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간류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이 엑스트라 잡졸 악당들이 늘어나고 대신 원작 만화의 1대1 대결 장면의 비중은 줄어버렸습니다.
  이런 변화가 속편을 위한 안배인지, 아니면 약간 허풍스러운 신완술 같은 기술들이나 회천검무 같은 만화적 필살기술의 연출표현 문제 때문인지 빠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이 실사영화판에서 '사연 있는 인물'을 더 늘리기엔 좀 벅찼을 수도 있으니까 적당하게 캐릭터의 수를 줄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



  - 사실 이 '바람의 검심'이란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또 동시에 할 말이 없기도 하군요.

  원작 만화의 경우 '속죄'라는 것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작품의 재미와 마무리를 망쳤다는 비평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실력을 감추고 숨어사는 의인이 약자를 지키는 소년대상 히어로물적인 정서가 아니라, 작품 전체적으로 '역사'라는 말로 넘어가게 되는 희생과 비극의 반복에 대한 나름 일관적인 흐름의 고찰과 비극적인 정서를 통한 강한 심정적 공감은 은근히 맛이 있는 '사극', 즉 옛날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제법 인상 깊은 물건이긴 했습니다.

  하여튼 원작을 좋아하고 애니도 챙겨보고 이렇게 실사영화까지 보게 되었는데, 그런 멀티미디어 전개 과정에서 각각의 매체마다의 차이점이나 특징점이 제법 확실하게 편차가 생긴지라…,
  뭐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각각 다른 비전을 가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으로는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실 원작만화가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하기도 했었고,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전형적인 배틀물인 TV판이 먼저 나오고, 또 취향은 좀 타지만 분위기 하나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나온 OVA '추억편'등의 결과물들이 각각 다른 느낌으로 좋게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실사영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막상 영화판의 뽑혀나온 결과물을 본다면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좋다고는 말 못해도 충분히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는 건 사실이거든요.
  뭐 일단 이 실사영화판도 취향을 탈 수는 있습니다만 일단 누구라도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판단 합니다만…

  우선 원작 만화를 본 사람에게는 강추는 못해도 실사판 만의 각색과 독자적 노선을 성공적으로 꾸며내고 있기 때문에 일단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추천할 수 있지만, 원작 만화를 전혀 안 본 사람에게는 그냥저냥 볼만한 칼잡이 액션 영화이며 역시 특별히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를 시킬 만한 접근성은 약간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사 영화판이 되면서 만화의 허풍스러운 액션을 나름 현실적인 느낌이 나게 바꾸고 실사의 세계에서 표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온다고 끌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일본 영화 중 고전급인 검격액션, 소위 부시도 영화~나 찬바라 영화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데에 몰두했다고 할까요.

  어쨌든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결국 다른 매체인 만화와의 비교, 원작이 갖는 인기라는 팬덤이란 힘… 등등으로 흥행적인 면에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편인데, 이 영화는 만화 원작 영화로는 제법 만화의 이미지를 실사에서 잘 살려낸 편에 들어가고 그게 흥행에는 나름 보탬이 될 거라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만화를 보고 온 사람에게 먹히는 서비스 요소도 많으며,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를 100%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원작 만화의 팬인 입장에서도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만의 재미로 본다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난투와 칼부림 액션이 나오는 '일본 근대 개화시대를 다룬 칼부림 활극 계통의 역사 드라마'라서 이런 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 일단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면, 일본의 내수용 장르인 사무라이 또는 낭인이나 무사도물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피 튀기는 칼부림 액션, 소위 '찬바라' 계통의 액션을 가지고 무난한 현대화를 잘 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되는 만화 "바람의 검심" 자체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실제 내전과 분쟁의 시대인 막부 말을 무대로하는 '막말 시대극'인 탓에, 역사적인 무게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작중에서 액션도 많이 들어가는 '볼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우러났다는 점도 있고…,
  (약간 정치적인 해석이 되지만) 또 무엇보다 주인공인 켄신이 소위 '혁명'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정치적) 문제에 자기 능력(+신념)을 갖고 끼어들었다가 큰코 다치는, 평범한 민초의 시선에서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역사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있고…, 뭐 문자 그대로 '나름 심각한 이야기'라 여러가지 해석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나름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원작 만화던 실사 영화판이던 말이죠.

  막말로 우리나라의 누구처럼 정부의 개 노릇하면서 사람들을 물고문하던 작자가 이후 목사가 되고서 '위에서 시키니까 한것임~ 난 죄없음'하는 것에 비교하면, 이 작품의 주인공 켄신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칼잡이의 입장에서 떠돌이가 된 이후로 고뇌와 속죄를 한꺼번에 다루는 훨씬 진솔한 인물이라서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작 만화에서는 나중에는 주인공 켄신의 죄를 묻기 위한 복수자가 나오고, 기껏 평화로워진 일본을 전복시키려는 악당이 나오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커집니다만 그래도 일관적으로 속죄를 위해 '악당도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킨다'는 유치하다면 유치한 명제지만 그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가~ 같은 이야기를 나름 소년만화 수준에서 진지하게 계속 파고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원작 만화가 만화 특유의 판타지 성향 때문에 스스로의 진지함이란 무게에 눌려버렸다는 인상도 생겼습니다만, 하여튼 결과물은 불완전해도 그런 시도 만으로도 한번 볼만한 만화였기에, 실사판에서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이하 영화 본편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자 색깔을 바꿔서 잘 보이지 않게 했으니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드래그가 필요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