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3
바람의 검심 : 실사영화판 (2012)
# 2013년 새해 첫 오덕질(?)은, 벌써 끝난지 10년이 넘은 왕년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의 개봉 전 시사회 감상이었습니다.
예,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연말 12월 22일 개봉 예정이었던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의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
2012. 8.25. (일본개봉일)
한국 개봉은 2012년 12월 22일 예정이었는데, 27일 예정으로 바뀌었다가 이후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개봉이 밀려서 2013년 1월 3일 개봉이 되었군요.
하여튼 이런저런 파행 때문에 1월 2일 저녁에 이벤트 시사회가 있어서 그 쪽으로 보게 되었습니다만,
시사회 치고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볼 사람은 거의 다 시사회에서 다 보는' 수준이 될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하여튼 보고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한번 날려먹어서 글의 정리랄까 마무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말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면 원래 그런 건 아니고 두번 고쳐서 쓴 글이라 그렇게 되었다고 양해 바랍니다.
- 뭐, 영화는 그냥저냥 좋았습니다.
일단 결론만 말한다면, 켄신 실사판 영화는 우선 "한번 볼 만하다"는 수준은 됩니다.
국내에서 불특정 다수가 봐도 무조건 흥행할 만한 급이라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는데, 일본 문화나 칼잡이 영화 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한번 봐도 시간 아깝다~는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를 봤다면 각자 생각하는 캐릭터와 액션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점도 있고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므로 한번 볼 정도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예, 이 영화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배급한 일본 국내 말고도 수출을 염두에 둔 세계구 대상의 영화입니다만, 실제로는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흐름을 따르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잘 만든 소품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다만 스케일이 작다거나 아기자기한 영화라기 보다는 옛날 80년대 성룡 영화 "프로젝트A" 같은 느낌의 액션 모험물 느낌으로 보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에 (꼭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어울리는 배우들을 데려다가 적당히 만화스러운 개그와, 적당히 만화 원작이란 걸 상기하게 만드는 (조금 오버액션 기미가 있으며) 또한 나름 허풍이 많고 만화스러운 활극다우면서 원작이 갖던 진지한 부분도 그럭저럭 살려내고 있습니다.
뭐 국내에도 더빙 방송한 '가면라이더 덴오'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변신 히어로 덴오를 연기한 주인공 배우 사토 타케루가 켄신으로 나오는 게 나름 반가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인 캐스팅인 의외로 원작 만화의 이미지에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만화 속에서 튀어나왔다~할 정도로 닮았다라는 게 아니라, 이미지에 충실해서 그럭저럭 어울린다~라는 점인데 단순히 배우의 인상이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도 배우의 연기력을 생각한 작중 비중 배분이랄까 그런 식으로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 원작만화를 보지 않은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일단 주인공 켄신은 일본이 서양문물에 개화되기 직전의 막부 말에 막부를 전복시키고 개화를 하겠다는 일종의 혁명집단인 유신 측에서 정부의 군대와 싸웠던 전설적 암살자이자 최고급 실력을 지닌 무사='칼잡이'입니다. 영화에서는 프롤로그 부분에서 전쟁 중에 사이토와 스쳐지나가는 부분이 그려지며 전쟁이 끝나면서 칼을 버리고 모습을 감추고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본편은 이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자세한 스토리나 다른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 캐릭터 관련 이야기부터 들어갑니다.
주인공 켄신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 직전의 내전 중에 칼잡이로 활약하다가 나름 깨우친 바가 있어서 불살의 맹세를 했지만 배운게 검술 뿐이라 칼을 버리진 못하고, 칼날이 칼등에 있는 '역날'이라 보통으로는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가진 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입니다.
켄신 역의 사토 타케루는 굉장한 명연을 펼치거나 하지 않지만, 원작 만화에서 켄신의 말버릇이나 상황에 따라서 말투와 억양이 바뀌는 등의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에 충분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약간 만화적인 과장이 섞인 액션 연기에 있어서도 과거 변신 히어로 연기를 맡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원작에선 켄신은 결국 칼잡이라 칼이 없으면 약해지는 걸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사판에서는 검술 이외에도 권법도 사용하며 기본적인 격투 능력이 있는 걸로 묘사되고 있으며, 영화 초반에는 역날검도 뽑지 않고 주먹만으로 싸우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역날검을 뽑는 식으로 연출되어 있어서 나름 원작의 주제 의식에 충실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켄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나 과거가 드러나면서 목소리가 바뀌는 부분이나, 분노나 격정을 드러내는 부분 등등은 이래저래 아주 좋다고는 못해도 나름 인상적인 연기입니다만, 역시 만화적인 캐릭터에 어울리는 인상에 배우의 곱상한 미모가 실사판 켄신이란 캐릭터에서 최고의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의 보이쉬한 이미지보다는 풋풋한 청년의 인상입니다만…)
'일단은 히로인'인 카오루 역의 타케이는 만화와는 약간 이미지가 다르지만, 내란이 끝나고 10년 뒤 시대에 평화로운 세상의 소녀 이미지에는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연기가 좋다고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는 정도군요.
그리고 소년 만화에 따라붙는 어린 꼬마애 역할인 묘진 야히코는 원작에 비교하면 비중이 줄었는데 원작에선 나름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실사판에선 감초이자 꼬마 개그맨 역할로 굳었으며 아역 배우도 그냥 평범하게 이미지가 겹치는 정도이지만, 뭐 카오루와 옥신각신하는 개그 포지션에는 괜찮고 (카오루의) 요리 솜씨 갖고 개그치는 부분에서는 제법 괜찮은 싱크로였습니다.
메구미 역의 아오이 유우는 역시 원작 캐릭터와는 이미지가 조금 다르지만 그럭저럭 실사판에서 그려지는 메구미라는 캐릭터와 어울리기는 하는 인상이긴 한데, 막상 메구미란 캐릭터에 대한 실사판 작중 해석에서는 원작의 성숙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주위에 휩쓸리는 인상이라서 취향을 탈 캐릭터가 되어버렸다고 하겠습니다.
사가라 사노스케는 원작에서 나름 중요한 부분이었던 적보대 이야기가 통체로 들려나가면서 켄신과 함께 실사판에서 과거가 세탁된 편입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속편에서 켄신의 과거가 다루어지는 것과 같이 사노스케의 과거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실사판 영화 본편에서는 그냥 동네 건달이자 싸움꾼 역할에 충실합니다. 배우도 원작의 까칠한 이미지 보다는 그냥 '동네 바보 형'으로 승화되어 버려서 묘합니다만, 액션적으로는 켄신의 빠른 검격 액션과 구별되게 크고 둔중한 참마도를 휘두르고 하면서 나름 박력있는 '개싸움'을 보여주는 등 눈요깃감으로 충실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역시 역사적으로 봐도 이 사노스케란 캐릭터의 사연도 그냥 넘어가긴 뭐한데, 주인공 켄신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름 무거운 과거가 있는지라 실사판만 보신 분이라면 원작 만화의 사노스케의 과거 관련 에피소드들 (초반 1,2권과 이후 몇몇 에피소드) 정도는 챙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의 인기 캐릭터인 사이토 하지메 역의 에구치 요스케는, 만화에서의 마르고 샤프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무게감을 주는 언동과 어울리는 적절한 똥폼의 구사로 나름 멋지게 실사판 만의 사이토를 재해석합니다. 특히 거의 유일하게 원작 만화에서 그려졌던 '필살기 연출'을 그럴 듯하게 자세를 잡아주는 팬 서비스를 괜찮게 소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역시 사건의 유기적 연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래 원작에선 사이토가 등장하지 않던 부분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판에서, 본래는 더 나중에 나오는 캐릭터가 빨리 등장해 버린 꼴이라 본의 아니게 '내용 까발림'이 되어버리는 셈이지만, 그래도 사이토가 켄신이란 캐릭터에 대한 대칭점이면서 켄신과 비교하면 '전쟁을 함께 겪은 세대면서 전후에도 전쟁때처럼 사는' 반대 입장이란 측면에서 작품의 주제를 말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라, 원작보다 빨리 등장하게 된 것은 영화판 만의 각색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중반에 흐르는 켄신의 과거 회상 씬에서 뒷 모습만 등장하는 (영화에선 비중이 없는 2번 히로인…) 토모에는, 원작보다 비중은 줄었고 인상도 약합니다만 아무래도 속편이 나온다면 결국 다시 과거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을터이니, (토모에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는 속편에서의) 캐스팅 쪽에서 어떻게 될지 조금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왜 켄신이 떠돌이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측면에서, 원작 만화에선 19권 넘어서나 등장하는 토모에의 이야기도 미리 살짝 등장한 셈인데, 토모에가 켄신이 죽인 희생자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회상 씬의 연출 자체는 평범하지만 나름 인상은 강합니다.
역시 이 부분도 영화만 보는 분에게는 '그냥 슬피우는 희생자의 가족'으로만 다가오겠지만,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속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나름 안배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미묘하군요.
뭐 일단 뒷모습 뿐이지만 실사로 그려진 토모에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속편의 캐스팅에 따라서 이번 편의 평가도 바뀔거라 생각됩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악역들인 간류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는 오버 액션으로 일관하지만 나름 싸굴하고 비열한 악역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음흉함은 원작의 간류가 '문자 그대로 그림처럼 그려놓은 썩은 악당'의 이미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악당 특유의 찌질함이나 막나가는 부분은 만화보다 더 그럴듯하게 캐리커쳐로 그려놓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삼인방은 형제인지 어떤 것인지 크레딧에서 지나가는 이름만으론 확인하기 미묘합니다만, 하여튼 이 캐릭터들은 묘하게 원작 최후반 인벌편의 4쌍둥이 악당이 떠올라서 은근한 개그가 되더군요. 묘하게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는 간류와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그나마 개그스럽게 유지합니다.
원작 만화에서 간류 편 이전에 히로인 카오루와 주인공 켄신이 만나는 첫 에피소드의 악당(이자 원작에선 막판에 다시 또 나오는 감초…?!)였던 히루마 형제는 영화판 본편에선 아무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들이 나름 빈 자리를 잘 매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카오루의 도장을 습격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몰락 무사들로 이루어진 건달들의 이미지는 이 히루마 형제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어쩌면 원래는 여기서 잠깐 등장했다가 당하는 1회용 악당으로라도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마지막으로 원작 만화에서 간류에게 고용된 용병으로 등장하던 어X번* 일당은 유감스럽게도 본 실사영화판에선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간류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이 엑스트라 잡졸 악당들이 늘어나고 대신 원작 만화의 1대1 대결 장면의 비중은 줄어버렸습니다.
이런 변화가 속편을 위한 안배인지, 아니면 약간 허풍스러운 신완술 같은 기술들이나 회천검무 같은 만화적 필살기술의 연출표현 문제 때문인지 빠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이 실사영화판에서 '사연 있는 인물'을 더 늘리기엔 좀 벅찼을 수도 있으니까 적당하게 캐릭터의 수를 줄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
- 사실 이 '바람의 검심'이란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또 동시에 할 말이 없기도 하군요.
원작 만화의 경우 '속죄'라는 것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작품의 재미와 마무리를 망쳤다는 비평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실력을 감추고 숨어사는 의인이 약자를 지키는 소년대상 히어로물적인 정서가 아니라, 작품 전체적으로 '역사'라는 말로 넘어가게 되는 희생과 비극의 반복에 대한 나름 일관적인 흐름의 고찰과 비극적인 정서를 통한 강한 심정적 공감은 은근히 맛이 있는 '사극', 즉 옛날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제법 인상 깊은 물건이긴 했습니다.
하여튼 원작을 좋아하고 애니도 챙겨보고 이렇게 실사영화까지 보게 되었는데, 그런 멀티미디어 전개 과정에서 각각의 매체마다의 차이점이나 특징점이 제법 확실하게 편차가 생긴지라…,
뭐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각각 다른 비전을 가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으로는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실 원작만화가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하기도 했었고,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전형적인 배틀물인 TV판이 먼저 나오고, 또 취향은 좀 타지만 분위기 하나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나온 OVA '추억편'등의 결과물들이 각각 다른 느낌으로 좋게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실사영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막상 영화판의 뽑혀나온 결과물을 본다면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좋다고는 말 못해도 충분히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는 건 사실이거든요.
뭐 일단 이 실사영화판도 취향을 탈 수는 있습니다만 일단 누구라도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판단 합니다만…
우선 원작 만화를 본 사람에게는 강추는 못해도 실사판 만의 각색과 독자적 노선을 성공적으로 꾸며내고 있기 때문에 일단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추천할 수 있지만, 원작 만화를 전혀 안 본 사람에게는 그냥저냥 볼만한 칼잡이 액션 영화이며 역시 특별히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를 시킬 만한 접근성은 약간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사 영화판이 되면서 만화의 허풍스러운 액션을 나름 현실적인 느낌이 나게 바꾸고 실사의 세계에서 표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온다고 끌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일본 영화 중 고전급인 검격액션, 소위 부시도 영화~나 찬바라 영화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데에 몰두했다고 할까요.
어쨌든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결국 다른 매체인 만화와의 비교, 원작이 갖는 인기라는 팬덤이란 힘… 등등으로 흥행적인 면에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편인데, 이 영화는 만화 원작 영화로는 제법 만화의 이미지를 실사에서 잘 살려낸 편에 들어가고 그게 흥행에는 나름 보탬이 될 거라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만화를 보고 온 사람에게 먹히는 서비스 요소도 많으며,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를 100%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원작 만화의 팬인 입장에서도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만의 재미로 본다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난투와 칼부림 액션이 나오는 '일본 근대 개화시대를 다룬 칼부림 활극 계통의 역사 드라마'라서 이런 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 일단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면, 일본의 내수용 장르인 사무라이 또는 낭인이나 무사도물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피 튀기는 칼부림 액션, 소위 '찬바라' 계통의 액션을 가지고 무난한 현대화를 잘 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되는 만화 "바람의 검심" 자체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실제 내전과 분쟁의 시대인 막부 말을 무대로하는 '막말 시대극'인 탓에, 역사적인 무게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작중에서 액션도 많이 들어가는 '볼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우러났다는 점도 있고…,
(약간 정치적인 해석이 되지만) 또 무엇보다 주인공인 켄신이 소위 '혁명'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정치적) 문제에 자기 능력(+신념)을 갖고 끼어들었다가 큰코 다치는, 평범한 민초의 시선에서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역사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있고…, 뭐 문자 그대로 '나름 심각한 이야기'라 여러가지 해석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나름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원작 만화던 실사 영화판이던 말이죠.
막말로 우리나라의 누구처럼 정부의 개 노릇하면서 사람들을 물고문하던 작자가 이후 목사가 되고서 '위에서 시키니까 한것임~ 난 죄없음'하는 것에 비교하면, 이 작품의 주인공 켄신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칼잡이의 입장에서 떠돌이가 된 이후로 고뇌와 속죄를 한꺼번에 다루는 훨씬 진솔한 인물이라서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작 만화에서는 나중에는 주인공 켄신의 죄를 묻기 위한 복수자가 나오고, 기껏 평화로워진 일본을 전복시키려는 악당이 나오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커집니다만 그래도 일관적으로 속죄를 위해 '악당도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킨다'는 유치하다면 유치한 명제지만 그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가~ 같은 이야기를 나름 소년만화 수준에서 진지하게 계속 파고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원작 만화가 만화 특유의 판타지 성향 때문에 스스로의 진지함이란 무게에 눌려버렸다는 인상도 생겼습니다만, 하여튼 결과물은 불완전해도 그런 시도 만으로도 한번 볼만한 만화였기에, 실사판에서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이하 영화 본편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자 색깔을 바꿔서 잘 보이지 않게 했으니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드래그가 필요할 것 입니다…)
- 영화판 검심 본편의 스토리 라인은 단행본 28권 분량의 원작 전체 중 여기저기에서 따온 부분과 인물이, 원작 만화 초반의 1~5권 정도 분량에 나오는 '우도 진에 편'과 '간류 편'의 다이제스트 속에 적당히 섞여있는 정도입니다.
덤으로 팬 서비스에 가까운 정도의 조역으로 원작에선 한참 뒷 내용인 인벌편의 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역시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원작 만화에선 7권에 처음 등장하던 인기 캐릭터 사이토 하지메가 훨씬 앞선 스토리 라인 부분에서 미리 등장해서 켄신의 '불살'에 대해서 대놓고 '칼잡이가 사람을 베지 않고 누굴 지킨단 말인가'하면서 직접적으로 대립 합니다. (설정 변화로 사이토의 배후로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나와도 오오쿠보 토시미치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 밖에 인벌 편의 인물로는 권격술의 사용자 이누이 반진과, 가면을 쓴 인형술사 게인이 원작에서 시노모리 아오시가 이끄는 어정번중을 대신해서 간류에게 고용된 용병역으로 나와서 켄신과 (사노스케하고) 상대합니다.
이누이 반진은 원작만화에선 완전 무식한 머리텅 빈 싸움꾼이었던게 영화에서는 '채식주의자' 운운하는 엉뚱한 개그맨으로 살짝 바뀌었고, 물론 같은 주먹꾼인 조역 사노스케와의 격투는 뭐랄까 현실적인 '개싸움'수준이라서 외려 웃긴다기보다는 나름 인상적인 각색이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액션 안무와 살진 연출에 신경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칼싸움 영화에서 권격 액션에 무리를 하지 않고 정교한 칼싸움 액션과 대비되어 튀게 하는 연출적 의도가 보여서 사람에 따라선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싸움 중간에 나오는 개그는 원작 만화의 개그 센스를 나름 떠올리게 하는 편이고, 싸움의 마무리를 짓는 프로레슬링 기술은 이누이 반진 역을 맡은 배우의 전직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게인의 경우는 원작에서 원작자 만화가가 '잘 생긴 놈이 가면을 왜 쓰냐'고 자기 고집으로 쭈그렁퉁이 노인으로 만들었던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얼굴 반은 멀쩡한 미남이지만 반은 전쟁을 겪고 화상(?) 같은 상처 때문에 가면을 쓰고 있으며 전쟁 이후에 먹고 살 게 없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악당에게 가담했다는 식으로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악당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게인의 싸움 방법도 원작에서 강철 실을 사용해 인형을 다루는 (뭔가 괴상한 이형의 능력자 배틀 스러운) 것에서, 가는 줄로 상대를 묶고 권총과 단검을 사용해서 공격하는 등의 나름 현대적인 기믹으로 바뀌어서 사노스케와 반진의 무식한 권격 싸움과 다른 빠른 템포의 톡톡 튀어다니며 싸우는 복잡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조적인 인상을 이끌어 냅니다.
= 그리고 영화의 최종보스(?)는 결국 원작 2권에서 주인공 켄신의 '안티 테제'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전쟁이 끝나고도 사람을 죽이는 쾌감에 몸을 맡긴 체 살인 행위를 반복하는" 타락한 칼잡이 우도 진에 입니다.
진에는 영화의 메인 스토리인 간류 편 시점에서는 원래 이미 켄신과 싸우고 '네 본성은 사람을 죽이는 칼잡이다~' 라고 켄신의 내면심적인 약점을 지적한 뒤에 퇴장한 인물이었는데…,
원작 만화와 달리 영화에서는 간류 일당이긴 하지만 그저 사람을 죽이는 것에 취한 인물이라 간류도 귀찮아 하는 그런 애매한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으며, 간류 일당을 물리친 켄신을 카오루를 인질로 자신과의 결투에 응하게 하는 것은 원작과 거의 같습니다.
어쨌든 우도 진에는 원작 만화에서도 강한 검기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술법인 심중일방(또는 '부동술')을 사용하는 묘한 이능력자~스러운 칼잡이였는데,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검격 액션을 보여주는 이 켄신 실사영화판에서도 여전히 이능력스러운 기술인 심중일방을 사용하며, 눈의 '흰자와 검은자가 뒤바뀐' 괴인스럽달까 파충류 같은 이종의 느낌이 나는 기믹이 일종의 최면술에 가까운 술법 부동술을 사용할 때에 나오기도 하고…,
사실 진에 영화 프롤로그 부분에서 도바 후시미의 전쟁이 끝나고 (살생에 신물이 난) 켄신이 버리고 간 '살인검'을 차지할 때부터 그런 '눈이 뒤바뀌는' 연출이 나오면서 강한 인상을 줍니다.
사이토 하지메의 경우, 배우 에구치 요스케는 아주 닮았다고는 말 못하지만 원작의 사이토와 비슷한 정도로 멋들어진 똥폼을 보여주며, 원작 만화에서의 주력기이자 필살기인 '아돌(牙突)'의 자세를 멋지게 취해주며 켄신과 대립하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며 실사판 사이토 만의 독특한 포스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토의 아돌에 대해서는 자세 다음에 와이어 액션에 의한 '점프 공격'을 행하는 지라 사람에 따라선 웃겼다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원작에서 아돌의 변형에는 분명히 '점프 공격'과 '공중판 아돌'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다만 원작 만화에서 대공과 돌진기, 초근접 영거리 용의 아돌 영식등이 나왔지만 공중 아돌은 나오지 않았는데, 엉뚱하게 실사판 영화에서 '점프 아돌'이 나와버리는 셈이라 조금 방향이 이상한 팬 서비스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뭐 개인적으론 재미있는 변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이것저것 늘어놓았는데, 이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은 분명히 한번 볼만한 가치는 있는 각색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을 존중하되 무작정 무리해서 따라가지는 않았다~ 라는 정도가 맞겠군요.
전반적으로 큰 무리 없이 만화의 전반부 이야기를 요약하면서 원래 따로 따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던 사건들을 하나의 흐름에 묶어 놓았고, 거기에 요즘 일본 젊은이들에게 먹힐 법 한 '옛스러운 찬바라 연출이 아닌' 적당히 요즘 스타일의 검격 액션을 싣고 있고, 요즘 드라마 풍의 살짝 느긋하면서도 왜국 창작물 특유의 치유물적인 느낌도 적지 않게 섞여 있습니다.
그런 덕분에 마지막에 소위 다다이마 오카에리로 통하는 '다녀왔어' 같은 부분은 일본 창작물에서 흔히 보이는 동어 반복이고 좀 질렸다~ 싶은 부분이 될 수도 있겠는데, 사실 이 부분 만은 직접적으로 배우의 대사와 연기로 처리하기 보다는 원작 만화 쿄토편의 마지막 컷인 카오루 네 집 대문 앞으로 걸어가는 주인공 켄신의 뒷모습을 스틸 처리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이건 사람에 따라서 생각하기 다를 것 같습니다.
허나 원작의 제목에서도 '떠도는 방랑자'라는 시선에서 보면 주인공 켄신이 (만화 초반부터) 카미야 도장이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독함이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기에 '정착인 켄신'이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인데,
그에 비해서 볼 때 이 영화에서는 결국 마지막에 '켄신 자신의 업보에 휘말려 고생하던 히로인을 구하려고 자기 금기를 깨려다가 스스로 살아난' 카오루를 다시 만나면서 돌아갈 곳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딱 원작 만화의 도입부만 갖고서, 원작 만화 전체의 주제를 다루는 각색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다다이마 오카에리로 끝나는 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속편이 나오고, 속편이 더 괜찮게 원작의 클라이막스 교토편…을 멋지게 그려낸다면, 이 영화의 다다이마 오카에리는 나름 괜찮은 '1부 끝'이 되는 거니까요.
= 어쨌든 이런 저런 장점도 있고, 또 동시에 장점도 있는 만큼 단점도 눈에 띕니다.
우선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판 만의 각색이 장점이면서 단점이 됩니다.
영화의 각색 자체가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후반부의 인물들이 전반부 소재의 영화판에 깜짝 출연하는 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작품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주제 때문에 이야기의 완급을 희생하고 캐릭터의 등장 순서를 달리 배치한게 좋기도 하지만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이야깁니다.
결과적으로 원작만화의 스토리 라인을 모르는 켄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처음 보는' 입장에서라면, 이야기가 약간 널 뛴달까~ 조금 영화가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독이) 영화 중반의 회상 씬에서, 프롤로그의 전쟁 부분 묘사와 비슷하게 회색 톤의 단일 색감 같은 화면 연출로 현재와 회상을 다르게 구별하는 연출을 막상 중반에선 하지 않아서 사람에 따라서는 헷갈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 중반의 켄신 시점에서 불살의 길을 걷게되는 연유를 과거 회상 씬으로 짧게 보여주는 부분은, 아무래도 기존 켄신 관련 작품군에서 '추억편'이라는 피해갈 수 없는 장벽이 하나 있기 때문에, 감독이 추억편처럼 드라마틱하거나 무게잡지 않고 그냥 '소박하게' 연출을 했다~라는 걸 바로 알수 있습니다.
뭐 선택적으론 틀린 게 아닌데 결과적으론 뭐랄까 좀 무미건조한 연출이어서, 주연배우인 사토의 '원작을 본 사람만 알수 있는 눈빛연기'가 없이는 굉장히 미묘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원작 만화를 모르는 사람은 켄신이란 캐릭터가 과거에 사연이 있고 그 덕분에 어딘가 망가졌다~라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배우인 사토가 나름 젊은 미남이고 (원작 설정을 생각하면 배우인 사토는 실제 켄신보다는 약간 어린 나이지만, 원작만화에서도 켄신은 나이보다 한참 동안이었고 실사판에서도 켄신의 나이와 과거에 어울리지 않는 연약한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극에 나오는 사연있는' 주인공이 자기 과거를 숨기고 의로운 일을 행함으로 과거에 대한 속죄와 반성을 한다는 루트에서 이 작품보다 대하 서사 라인을 괜찮게 그려내는 작품은 많습니다. (당장 뭐 레미제라블~이라던가…)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왜국 막부말 시대 배경의 사극 계통 작품 중에서 현재의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을 통해서 회상씬으로 넘어가 과거를 투시하는 연출은 린타로의 '카무이의 검'에서 회상 씬이 워낙 괜찮다고 생각하는지라 그런 쪽과 구체적으로 비교가 되는 대상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 영화의 평가는 계속 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어떤 고전이나 불멸의 명작으로 남기 보다는 초중고등학생들이 보는 '소년 점프' 잡지 만화 수준에서 최대한 원작을 존중하며 어른 관객들도 그냥저냥 납득할 수 있는 선, 사실 그 선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건 일본이건 만화 원작 영화들이 욕을 먹고 있는 건데…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욕먹을 수준은 아니고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 이것저것 길게 주절주절 영화판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았는데,
사실 영화판의 각색은 모르고 보는 사람보다 원작만화 팬에겐 더더욱 취향을 탈 수도 있습니다.
일단 주간 연재 만화에서 우도 진에편, 간류편, 등등으로 에피소드별로 나누어져 있던 이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맞추어서 조합해서 2시간 10분 정도의 제법 긴 러닝타임 안에서 우러냈는데, 결과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원작 만화에서 각각의 편 마다 주제를 달리하고 결말과 이야기의 무게도 달라지던 것과 달리…,
이 영화판은 그냥 일관된 스토리의 흐름 안에서 등장인물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원래 간류 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들이 나오는 것 때문에 느낌이 달라진다는 점이 제법 큰 차별화가 됩니다.
일반적인 2시간 영화 분량 안의 보통 일반적인 시대극 영화처럼 편집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만화 전반부의 내용을 적당히 시간에 맞춰서 꾸며넣어서 앞으로 나올 속편에 대한 안배를 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일본에서는 반응이 좋았고 많이 흥행했기 때문에, 약속된 수순대로 속편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이번 편에서 원작과 달리 나오지 못했던 어X번* 인물들이 아마 다음편의 메인이 되는 교토편에서 시시오 일당과 동맹 관계로 나오다가 켄신과 만나서 시시오와 틀어진다거나 하는 전개를 상상할 수도 있고,
또 동시에 이번 편에서 나는 돌아온다~ 운운하고 체포된 악당 간류도 원작 후반의 언급처럼 원작 후반부 인벌편에 나오는 무기 밀매 조직의 보스 에니시와 연관되는 복선이 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뭐 이래저래 그런 속편에서 그려질 다양할 신 전개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 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와 완성도는 평가받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다만 동시에 이 영화는 본편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약간 "빠진 부분"과 "나중에 나오기 위해 빠져야 했던" 부분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선 아쉽게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뭐 꽤 긴 시간 동안 검격 액션만 계속 나오기도 하고, 또 동시에 막나가는 개싸움~스러운 더티 파이팅도 있고, 해서 동시에 중간에 와이어 액션으로 불리는 날아다니는 액션까지 교묘하게 섞이면서, 나름 진지한 검객 액션 영화 + 비극적 서사의 일본 막말 사극 영화 + (필살기 이름은 안 외칩니다만) 기술 설명 나오고 만화적인 와이어 액션 영화 등이 뒤섞인 잡탕 국물처럼 우러나 버렸는데…
이게 이 영화만의 특징적인 액션이라기 보다는 마치 원래 이랬다는 듯이 그냥 다 통틀어 넣고 그 자체를 즐기라는 식으로 던져 놓는 것은 나름대로의 배짱이며 일종의 자신감이랄까, 팬들은 이해한다…라는 투의 담대함처럼 보여서 그게 또 재미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본편은 나름 볼만한 편이었는데, 요새 영화판의 유행인 3부작~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다음 편의 완성도에 따라서 이 실사영화판 바람의 검심의 평가도 다시 재조정되긴 할 겁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실사영화판의 최고 단점은 어찌쩌찌 각색이 아니라, '음악'이 가져갔습니다.
TV애니판도 작중 BGM은 크게 튀지 않고 구색에 맞춘 평범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주제가들은 괜찮은 편이였는데, 실사판은 음악은 지나치게 '영화적으로' 폼을 잡고 있는 편의 곡들이라서 조금이라도 이런 쪽에 까탈스러운 사람에겐 좀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덤으로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주제가는 곡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일본 J-POP계통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겐 그다지 좋게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애니맥스 코리아에서 Fate TV애니판 방송했을 때 체리필터가 부른 disillusion같은 느낌의 '곡은 나쁘지 않은데 약간 어긋난' 방향의 선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속편이 나온다면 성상편 엔딩 주제가 풍의 좀더 가라 앉은 분위기가 될거라 생각됩니다만…)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추억편의 음악을 기억하는 사람에겐 실사판의 음악은 '적당히 헐리웃 음악 흉내내는' 정도로 밖에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저것 여러가지 시대적 코드 등등을 적당히 잘 섞은 잡탕찌개인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범상하고 평범하게 그냥 조미료 풀고 말았다~라는 정도로 끝나는 게 음악인 셈입니다.
- 하여튼 이 영화는 이런저런 스타일과 각색이 적당히 조합되며, 장점과 단점이 구분 없이 그냥 막 섞여있다는 기분이 들지만,
또 어떻게 보면 기존 '만화 원작의 실사 영화'가 갖는 핸디캡을 무리해서 벗지 않은 체,
그냥 평범하게 적당히 영화스러운 각색을 거쳐서 만듦새에 충실한 영화판만의 개성과 아우라를 가진 작품으로 마무리지어진 정도입니다.
수작이거나 양작, 명작 같은 소리를 붙이기 보다는 일단 팬 서비스도 있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그냥저냥 볼 수 있는 정도의 범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 많은 만화 원작 실사 영화 중에서는 손꼽을 만한 수작이라고 생각되며,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바람의 검심'이란 사극의 이야기를 즐길려면 그냥 만화책을 먼저 보시고, 짧고 굵은 비극적 서사시~스러운 느낌을 볼려면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 추억편'을 보시고…
그리고, 약간 오덕스러운 지식을 과시하고 싶다거나 남들 안보는 영화도 보면서 자신의 문화적 수용 범위가 넓다는 지적 과시를 하고 싶다면 이 실사판 영화는 피해서는 안되는 독특한 맛의 칵테일입니다.
에구구, 이것저것 생각나는 걸 막 적어나가다 보니 좀 길어졌는데…
일단은 가능하다면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수작이나 가작이라고 어떤 수준을 놓고 잘라 말하긴 조금 그런 부분도 있는데, 나름 완급이 잘된 영화이지만 은근히 B급 정서의 영화라는 게 가장 근접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인 저의 감상과 비평이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라는 게 문제로군요.
일단 저는 원작 만화 팬이고 애니메이션도 챙겨본 입장이라서 실사판 만의 독자적인 개성을 찾는 데에 중심을 두고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과 동시에 원작의 주요한 장면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했느냐~라는 점도 충분히 즐길 만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몇번이고 다시 말하는 것이지만, 흔히 말하는 '원작 재현' 측면에서 원작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사판 나름대로 원작과의 차이점도 잘 부각하면서 독자적인 영역의 재해석도 잘 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본쪽의 만화 원작 영화의 다른 케이스인 '데스노트' 실사판이나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영화판과 비교한다면,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의 배려도 잘 된 편이긴 하지만… 결국 원작을 본 사람이 즐길 요소가 더 많은 쪽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원작을 안본 사람이라면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라고는 말 못하겠고, 또 원작을 안보고 영화를 보신 분 중에서 영화가 재미있으셨다면 원작을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자막 번역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국내에 발매된 원작 만화의 번역을 보지 않고 번역했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도 진에의 술법인 '심중일방'같은 경우 자막 글자 수 제한 때문인지 몰라도, 분명히 '심중일방'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부동술'을 그냥 사용합니다…) 다만 이 영화판의 대사가 원작 만화 대사를 그대로 가져다 쓰진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일본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번 정도 볼 가치는 있고, 또 일본 만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가능하면 무조건 교양 삼아 봐둘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원작만화인 "바람의 검심" 팬이라면 일단 보고서 판단해야 겠지요. 팬 입장에서 영화 내에서 표현되는 검격 액션 연출에 실망하건 안하건 간에, 제법 인상이 맞는 배우가 만화의 캐릭터를 (오버액션 포함해서) 연기하는 걸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최소한의 이미지도 안 맞는 배우들이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경우가 솔직히 제법 있었는데, 만화책 속에서 튀어나왔다는 스파이더맨의 JJJ편집장 급은 아니더라도 켄신 실사판의 배우들은 의외로 실제 화면 속에서는 싱크로율이 높고 제법 볼 만 합니다.
아 물론 대놓고 나오는 순서가 바뀐 인벌편의 캐릭터들은, 아예 완전히 새로 재해석을 해버렸기 때문에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를 따지기 뻘줌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재해석된 캐릭터들이 나름 인상적이고 또 실사영화판 만의 독자적인 개성과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할 만합니다.
사실 이야기만을 생각한다면 1시간짜리 TV 미니 시리즈 5부작 정도로 잡고 대충 5시간 가면서 쿄토편까지 하고 끝나는 게 이상적이었겠습니다만 (등장편, 진에편, 간류편, 교토 출발편, 교토 결전편 정도?)
그래고 흥행적인 걸 생각하면 'NHK 사극 시리즈'가 있는 일본의 안방 드라마 시장에서 경쟁하기엔 조금 매니악한 방향이 될 수 있으니, 그런 걸 거세하고 극장에서 '원작이 있지만 영화로 다시 고쳐서 만들었습니다' 노선을 타는 것이 일본 내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 드라마였다면 못했을 거고 이렇게 영화판으로 나와서 대규모 셋트에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해서 제법 화려하고 크게 꾸며진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영화의 전개 템포나 연출 자체는 의외로 찬찬한 풍의 드라마를 의식한 느긋한 쪽이라서 조금 더 가지치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또 동시에 액션 자체의 템포는 빠르지만 중간중간에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부분, 혹은 싸우다 중간에 대사 나오고 그런 부분 사이간의 템포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역시 만화 원작 특유의 '싸우다 말고 대사 읖는' 장면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런 부분을 어색하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사실 무슨 기술 설명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고, '다다이마 오카에리'로 끝나면 허접한 작품으로 쉽게 낙인 찍어버리는 시니컬한 관객 층도 많기 때문에, 이 영화가 이 정도로 그런 전형적인 코드를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그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제가 합격점 커트라인이 낮고 수용 범위가 조금 더 넓게 평을 썼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요.
하여튼 기대하신 분들도 많겠고, 나름대로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퀄리티는 뽑혀 나온 영화니까, 개인적으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외려 앞으로 속편이 나온다면 속편이 어떤 전개에서 어느 정도 퀄리티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덤으로 누군가가 원작 켄신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말 전혀 선입관이나 여러가지 감정 없이 100% 영화 만을 놓고 평가하는 것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저 개봉관이 적고 여러가지 선입관 때문에 안 좋은 소리가 먼저 나오고 있다는 점이 안 좋게 느껴지는 점도 있기도 합니다만… 하여튼 보실 분들은 보시겠고,
또, 국내에서도 이미 몇번 나온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면서 즐길 수도 있으며 이런 식의 멀티미디어 상품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이나 방향성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길고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DAIN.
P.S. : 근데 영화는 분명히 괜찮긴 한데, 어째 이거 시사회 너무 많이 한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작년 12월 개봉전에 몇번 했었고 13년 1월 들어서도 시사회를 또 했다니, 이거 참 이미 볼 사람은 실제 개봉전에 시사회로 다 본게 아닌가~ 싶어질 지경입니다.
어쩌면 부산 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아서 개봉이 결정된 이후로도 수입사가 흥행에 부담을 가졌는지 아니면 다른 어른의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시사회는 사람도 많아서 '이래서야 수입사가 괜찮을까?' 싶어질 지경이었습니다. 또 사람이 많은 것치고는 반응이 너무 조용해서 뜻밖이기도 했었고요… 뭐 제 기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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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들이라 마음에 안드셔도 아무 말이나 덧붙이는 것은 사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