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에 이것저것 본 것들의 소개 비슷한데,
사정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뭘 써도 굳이 찾아보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넷플릭스 [스내푸(영제 : Hidden Strike)]
한국인에게는 명절의 단골 게스트였던 성룡과, WWE프로레슬링 선수였다가 지금은 근육질 액션 배우로 반쯤 전직한 존 시나가 같이 나오는 좀 쌈마이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단은 미국영화 취급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현재 imdb 등에서는 일단 15금의 TV영화 취급인 모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 번역은 조금 미묘한 기분입니다.
쌈마이라고 말했지만 돈은 제법 들어갔고, 중국 내륙쪽 어딘가 풍경과 셋트를 활용해서 합성해 찍은 CG배경 속에서 성룡과 존 시나가 나름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입니다만,
일단 설정상 무대는 중동 바그다드 밑의 아라비아 반도 사막 지역 어딘가고 바닷가와 가까운, 아마 홍해 근처 사막 어딘가겠거니 입니다만 종종 보다보면 중국 사막 티가 나는 부분이 나와서…
하여튼 근미래에 석유 공급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중동 사막에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연료를 둘러싼 분쟁 지역이 생겼다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투자해 만든 원유시설과 정유 공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테러리스트가 나와서 기름을 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거지요.
해서 영화 초반은 사막에서 버기 차량들이 기름과 중국인 기술자 등을 태우고 달리며 뭔가 쪼끔 매드맥스 짭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부분은 그닥 재미는 없지만 일단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거니까 초반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고용한 PMC부대의 대장인 성룡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뚫고 석유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존 시나는 과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미군 복무를 하다가 용병으로 전직한 인물인데 용병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잃어서 사막에 눌러앉아 작은 마을을 지키는 요짐보 비슷한 일을 하며
중동 동네 애들과 캐치볼하면서 놀아주는 '동네 형'처럼 살고 있는 인물인 모양인데, 용병 집단의 인물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기름을 터는 일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중국인을 지키는 부대의 성룡과 용병 부대의 조력자 입장이던 존 시나가 만나서 한판 붙게 되고(이 성룡 VS 존 시나는 짧지만 나름 볼만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연유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배반을 때린 석유털이 용병부대를 힘을 합쳐 물리치는 버디 액션물이 됩니다.
머 사실 성룡은 늙었고 그의 젊은 날 스캔들 때문에 딸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이런저런 입술놀리기 거리입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영화에도 성룡의 가족 이슈가 나옵니다.
아마 22년 이었던가의 영화 [라이드 온]에서도 성룡은 가족과 소원해진 중늙은이로 나왔었죠.
중국인을 보호하는 PMC 부대의 설정은 [뱅가드] 등의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룡이 찾아오는 석유 공장 관계자로 작중 설정상 성룡의 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 끝에서는 딸과 어느 정도 화해를 이루어내죠.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부분은 좀 장면 전환이 느리고 지리하지만,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의외로 정석적인 성룡 헐리웃 영화의 조합이 됩니다.
[러시 아워]시리즈처럼 성룡과 미쿡인 한명이 팀짜서 액션을 하는 거죠. 존 시나는 처음엔 적이었지만 버디가 된 이후로는 꽤 열심히 잘 도와주고,
작전 중의 커뮤 관련으로 나라별로 손짓 신호의 차이나 어눌한 영어+중국어 사용(존 시나의 중국어!)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의도 밖의 불소통 코메디가 조금 웃깁니다.
덕분에 악당은 좀 싱겁고 액션도 대단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 아워2]와 [용형호제2] 중간 정도의 재미는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막판은 차량 갖고 슬랩스틱을 하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 공장까지 가는 부분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굳이 막판에 나오는 데에 있어서 이 영화의 액션 순서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나쁘진 않고 꽤 유쾌한 슬랩스틱 차량 액션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괴이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이 없고 순수하게 차량을 몇회전 굴리느냐 따지던 007 카지노 로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후일담과 NG장면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나름 유쾌하지만 진중한 부분도 있는 양키였던 존 시나였지만 NG장면에서는 (원래 설정이 그랬던 건지) 경박하고 색드립 농담을 날리는 부분도 꽤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황야]였던가 하는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야 하겠는데, 액션씬의 비중이나 질에 있어서 그 황야 뭐시기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속도가 떨어진 성룡이지만 여전히 지형지물을 사용한 액션이나 힘캐인 존 시나와의 협조로 펼치는 액션은, 외려 7080년대 홍금보와 나오던 액션 영화들도 좀 생각날 정도로 요즘엔 유니크한 영역이긴 합니다.
성룡의 속도가 떨어진 덕분에, 성룡과 존 시나가 옛날 홍콩 무술영화 식으로 권격의 합을 맞추는 나름 진기한(?) 장면도 잠깐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머 전통적인 반복인데 근래에 잡화점의 기적이나 라이드 온 같은 드라마 영화에서 성룡을 보던 입장에선 간만에 올드스쿨 성룡 액션이라서 조금 더 관대하게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룡 팬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존 시나의 팬을 위한 영화기도 하네요. 레슬러 시절의 건전하고 적당히 막무가내인 해병캐릭터까진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에서 뭔가 좀 부족하달까 안 어울리는 인상이었던게 이 영화에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여튼 별 생각 없는 액션 영화로 시간을 때워보고 싶은 분은 한번 볼만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추는 아니지만 성룡과 존 시나 조합 자체가 나름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비키퍼(Beekeeper)]
이건 친구 집에서 밤늦게 축구보는 날 축구 방송을 기다리면서 영화나 하나 땡기자고 해서 친구가 갖고 있던 걸로 보게 된건데,
미국에서는 1월 개봉작이었고 한국TV의 영화 정보 프로그램 등에서도 빨리 개봉할 것처럼 정보 풀고 그랬다고 저에게 이 영화 보여준 친구가 그랬는데,
이것도 정작 4월 3일 개봉이더군요. 이 친구가 어디서 파일을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한글자막까지 붙어 있는게 도는 걸 보면,
뭔가 극장과의 문제가 있었는지 개봉을 안하고 VOD나 OTT 직행하려다 어찌저찌 늦게라도 극장에 걸리게 되는 모양입니다만, 하여튼 이미 좀 말하기 거시기한 버전이지만 이미 돌고 있어서 개봉 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좀 부끄러운 일이라 언급하기 뭐하지만, 영화 자체를 소개하고 싶어서 굳이 적어봅니다)
영화 자체는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전형적인 액션물입니다…만, 그게 좀… 소재가 특이하달까 응징당하는 악역이 특이하달까…
제이슨 스타뎀은 뭔가 '전직 요원' 비스무리한 많이 나오는 흔한 설정입니다만, 분노의 질주나 다른 데서 나오는 것과는 좀 다르게 이 영화는 덴젤 워싱턴의 옛날 TV드라마 리메이크 영화인 [이퀄라이저]에 가까운 컨셉입니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하는 것은 리암 니슨의 테이큰~까지는 아니고, 일단 복수자이긴 한데…
어쨌든 이 영화의 주인공 제이슨은 은퇴해서 시골에서 벌을 치는 '비키퍼'로 살고 있는 전직 요원 비슷한 뭔가입니다만, 일단 과거에는 '비키퍼'로 불리는 '벌집을 지키는 병졸 역할의 벌'이라고 법망 밖에서 암살 등을 하는 정부의 더러운 초법적 요원인가 봅니다.
대충 제이슨 스타뎀의 출세작 [메카닉] 시리즈의 변형이긴 한데, [메카닉]과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무겁달까 정치적 메시지가 좀 강하게 느껴진달까… (한국 높으신 분들이 보기엔 이런 개인적인 복수가 자기네들에게 튈까 두려울지도)
주인공은 평생 법 밖에서 사람을 죽이는 더러운 일을 하던 인물이고 은퇴해서 시골에서 벌을 치면서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데,
그런 주인공을 잘 도와주는 친절한 동네 아줌마가 어느날 피싱 사기를 당해서 전재산을 털리고 충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 아줌마는 은퇴한 교사였고 무슨 교육재단의 관리자인 모양인데 자기 재산만 털린게 아니라 재단 쪽에도 피해가 난 탓에 자살을 선택했…)
그리고 그날 밤 자기가 모은 꿀을 아줌마 집에 가져다 주려고 했던 주인공은, 아줌마 집에 불이 꺼져있고 화재경보가 울리는 상태여서 일단 부엌에서 식칼하나 들고 강도가 들었나 돌아보는데…
마침 전화 안받는다고 엄마 집에 찾아왔던 아줌마의 (FBI요원인) 딸이 주인공을 식칼 든 강도로 오인합니다만, 경찰이 보니까 아줌마가 자살한 정황이 확실한지라 풀려나게 됩니다.
이후로 주인공은 아줌마를 자살하게 만든 피싱 범죄자 그룹을 찾아내서 건물 체로 불태워버리는 식으로 '1차 말벌퇴치'를 합니다. 근데 당연히 피싱 범죄자 그룹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고 코인 장사하고 IT장사하는 젊은 사장이 있음이 암시됩니다.
그리고 그 젊은 사장의 정체는 (스포일러) 놀랍게도 돈많은 부잣집 아들이자 집안의 재산을 이런 식으로 불려서 어머니를 대통령으로 만든 '대통령의 아들'이었던 것입니다.
피싱 사기 범죄자 그룹 뒤에는 코인 장사+IT기업 사장이 있고, 그 사장 뒤에는 또 누가 나오고 하는 식으로 테이큰 스럽게 돈을 쫓아가면서 하나씩 털어가는 과정인데 머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액션은 없지만,
[테이큰]보다 좀더 무자비한 액션이 나오고 [이퀄라이저]보다 좀더 무대포스러운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마지막에 최종 흑막인 (스포일러) 대통령하고 대통령 아들과 맞딱 뜨린 시점에서 아줌마의 FBI요원 딸내미가 주인공을 총으로 겨누며,
'법으로 처리하면 된다'라고 설득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마치 집안 돈으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를 생각나게 하는 정치인이 나온다거나 그 정치인과 가족의 뒤를 봐주고 스캔들을 묻는 전직 CIA국장 출신 변호사(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하는!)가 나오는 등,
뭔가 정치적인 내용이 꽤 많이 나와서 이 아저씨가 이런 것도 찍나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머 메카닉에서도 비슷한 내용이었다면 비슷한 내용이었다 하겠는데 이 쪽이 좀더 무게감이 있다고 할까요…
소재 자체가 요즘 한국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좀 분통 터지면서도 나름 화끈한 결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보통 이런 식의 고로시야나 시말자 요원 스타일은 사람을 죽이지만 죽일 사람을 선택하진 않는다 어쩌고 하지만,
결국 은퇴한 뒤에 처음으로 자기 의지로 죽일 사람을 선택한다며 사회 시스템을 악용하는 벌레는 죽여야 한다고 냉철하게 구는 식으로 나가는 건, 미국적이라기 보다는 일본적이지 않냐는 친구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머 어느 정도는 그렇기도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비키퍼]란 제목도 벌집에서 여왕이 알을 낳지 않게 되거나 유전적 문제가 있는 알을 낳기 시작하면 여왕을 처리하는 병졸 벌이 있다느니 하고 작중에서 (맞는지 모를) 설명이 나오고,
to be or not to be 갖고 농담까지 치는 건 아니지만 to bee라는 농담이 나오긴 하는 것 같습니다.
제이슨 스타뎀 영화로는 중간 정도라 생각하지만 소재가 좋고 결말이 나름 통쾌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최종 흑막인 대통령의 눈 앞에서 대통령의 아들을 죽여서 단죄를 하긴 하니까요.
이변이 없는 한 올해의 가장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더라도 가장 통쾌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일단 육체적으로 수컷인 입장에선 이 영화 같은 식으로 썩은 윗대가리와 관계자 털고 죽이고 싶다 같은 꼴마초+중2스러운 생각이 들때가 있기도 하고 말이죠.
정말 떡찰돼지총독은 죽이던 쫓아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화이트]
흥행한 만화를 가지고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들고, 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인기가 있으니 따라 붙는 극장용 번외편 미디어믹스 전개 작품인데,
TV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극장판은 나름 잘 먹힐 것입니다.
국내에선 3월 20일에 자막판이 개봉했고 4월에 더빙판이 다시 개봉할 모양입니다만, 흥행적으론 20만명대로 약간 미묘한 정도네요…
원전인 TV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도 있겠지만, 안 보신 분을 위해 간단히 배경 설정을 설명하면…
대충 1970년대 정도 시대란 느낌의, 전쟁 이후에 분단된 동독과 서독 비슷한 유럽 분단 국가들이 무대고,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 세계 평화를 위협할지 모르는 동쪽 나라의 국가 수장인 데스몬드라는 인물의 정보를 캐기 위해서,
서쪽 나라의 첩보기관이 스파이를 동독에 잠입시켰는데…, 이 데스몬드란 인물은 극도로 외부에 나서지 않는 지라 데스몬드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통해서 학부모 모임으로 연줄을 만들라는 계획이 내려오고,
서쪽 나라의 스파이인 '아빠' 로이드는 고아원에서 '딸' 아냐를 입양해서 데스몬드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하는데, 이 학교는 나름 명문이라 양친이 다 있고 경제적 안정이 있는 아이만 입학시키기 때문에,
'아빠'는 동쪽 나라의 공무원인 '엄마' 요르와 계약 결혼으로 '위장가족'을 만들어서 딸을 (데스몬드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시키고 이후 어떻게든 데스몬드와 연줄을 만들려고 이런저런 삽질(…)을 하는 조금 시리어스한 설정의 코메디입니다.
문제는 '아빠'는 나름 진지한 첩보원이긴 한데 '딸'은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있지만 위장가족인 아빠엄마는 모르고, '엄마'도 직업은 공무원이지만 실은 암살자 조직의 킬러라서 생활력은 꽝이지만 전투력이 엄청난 케이스라 엇박자가 계속 일어나게 됩니다.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의 극장판들처럼 극장판의 악역이 나와서 가족의 위기가 벌어지고, 신형만 아저씨의 가족 사랑이 이어지고 하는 식으로 거의 완벽히 패턴화된 일본 가족물 드라마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드라마의 공식에 철저합니다만,
사실 이 영화는 짱구나 코난의 정석적 액션 클라이맥스를 맞는 공식적 극장판들과는 좀 달리 [닥터 슬럼프]의 극장판 시리즈하고 [파타리로!] 극장판의 중간 어딘가 쯤에 있는 물건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닥터 슬럼프]의 작가인 고 토리야마 아키라(명복을 빕니다!)의 다른 작품인 [드래곤볼]의 세계적 흥행에 묻혀서 그렇지, [닥터 슬럼프]도 화장실 개그를 일본 공중파 가족물로 성공적으로 끌어온 케이스로 평가가 높은데,
이 '스파이 패밀리 극장판'은 어린 딸내미 캐릭터 아냐의 화장실 개그가 '쓸데없이 고퀄'로 그려져 있는 점이 묘하게 닥터 슬럼프나 파타리로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고,
어른들인 가짜 부부이자 대안가족들이 펼치는 액션이 분명히 작품의 클라이막스지만, 그 액션 중간중간에도 딸내미의 거대한 화장실 개그로 분위기 풀어주는 게 있어서 말이죠.
이 극장판은 동쪽 나라의 군부가 신무기를 갖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는 음모가 펼쳐지는 와중에 주인공들 위장가족이 휘말려서 엉겹결에 전쟁을 막는 이야기입니다만, TV에서 액션만 좀 스케일이 커진 정도라 무난한 편이라 하겠습니다.
막장 개그적인 면에 있어서는 [극장판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붉은 전설] 쪽이 조금 더 한 수 위에 있다고 판단합니다만 (코노스바는 슬레이어즈의 꿈을 꾸는가!),
개인적으로 스파이 패밀리 극장판은 범작이라 생각하고 국내에서 더빙판이 개봉한다고 해도 얼마나 더 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 더빙판이 나온 TV 애니메이션판의 극장판으로 나름 화제작이고 퀄리티는 그럭저럭이기 때문에 이것도 시간 때우기론 괜찮을 겁니다. TV판 안봐도 초반에 설정 설명 정도는 나와서 그냥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머 사실 진짜 저연령 애들이 이해할 지는 모르겠기 때문에 이게 가족 소재인데 진짜 '가족 영화'인지에 대해선 미묘합니다. 명탐정 코난이나 짱구는 못말려~도 가족 지향이지만 종종 진짜 저연령이 볼 수 있는 지에 의문이 생기듯이 말이지요.
하지만 사실 굳이 이 극장판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정말 간만에 '극장에서 혼자' 본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모 수도권 도시의 극장에서 저녁 8시 타임에 봤는데 극장 안에 관객도 점원도 없어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진기한 체험을 했습니다.
예전엔 그 극장에 사람이 좀 많았는데, 가까운 역에 같은 체인점 극장이 생기면서 그 쪽으로 사람이 싹 빼앗기는 상태인지라 하여튼…
저는 무난하게 재미있게 봤고 TV시리즈를 안 본 사람도 이 극장판으로 처음 접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변주가 이번 한번은 먹혀도 다음 번에도 먹힐지는 모르겠네요.
TV판이 다음 시즌 나오고 완결까지 무사히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 위장가족의 엇박자 개그는 분단 국가인 K반도국 사람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이고 설정만 비슷한 이야기' 이상의 것이 되기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이것도 4월 3일 개봉입니다만, 영화관들이나 수입사들이 꼭 전주 주말에 특별 유료시사니 프리미어 개봉이라느니 개봉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이런 플라잉 개봉을 하는 케이스가 꾸준히 있는데,
악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빨리 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낚기 위한 것인지 계속 행해지고 있고, 개봉일에 맞춰서 스케줄을 잡는 입장에서는 투덜거리지만 이렇게 이용하게도 됩니다.
머 수요일에 챙겨보기 힘들 것 같으니 주말에 어차피 하비페어 같은 행사 갔다올 일이 있으면 나가는 김에 시간 맞춰서 보는 게 편하긴 한지라 어쩔 수 없이 -_-
머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대형마트의 장난감 코너나 용산 건담 베이스 같은 데서 파는 조립식 장난감인 건담 프라모델(줄여서 건프라)들의 원전이 되는,
'건담 시리즈'라는 로봇물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한 갈래인 건담 SEED(시드) 시리즈의 극장판 작품입니다.
2002년에 새로운 시대의 로봇물 건담 애니메이션이라고 방송되었던 건담 SEED(시드) 시리즈가 처음 시작된 이후로 결국 20여년 넘은 뒤에 나온 극장판인데…,
아 음… 그게, 일단은 건담 시리즈 대다수를 보긴 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이건 사실상 "불량식품이 맛있다"라는 느낌의 재미인 거죠.
쌈마이 B급 영화의 재미와는 다른 철저하게 시리즈 팬을 위한 극장판인데, 이게 그냥 팬서비스라기 보다는 시리즈 물 특유의 반복되는 소재를 갖고 놀리는 자학개그나 자기 패러디에 가까운 느낌에 이르러 버려서,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재미도 평가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건담에 대해서 뭔가 말할려면 길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고…
건담 SEED 시리즈는 미래에 지구를 떠나 우주에 나가기 위해 인류를 유전자 레벨에서 종을 개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 결과로 생겨난 것이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종족이고 유전자 개량을 하지 않은 일반 인간은 내츄럴로 불리는 세계관입니다.
처음에는 코디네이터가 능력적 생존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자식을 코디네이터로 만드는 케이스가 많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건 차별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결국 대다수의 코디네이터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이민을 가서 플랜트라는 우주도시를 세우고 모여살게 되다가 분쟁이 발생해서 전쟁으로 이어지고 발달된 기술력으로 우주전함과 모빌슈트라는 로봇을 만들어서 우주전쟁이 벌어지는 세계관인 겁니다.
이런 세계관 와중에 학교 친구가 각각 다른 편으로 갈라져서 싸우게 되는 전형적인 '전쟁의 비극'이 어쩌고 하는 시츄에이션 중간에 '내가 니 친구 죽였고 너는 내 친구 죽였으니 쌤쌤'이란 인터넷 밈이 나왔을 정도로 뻔뻔한 인물의 전향과 상식 밖의 전개들 때문에 막장 드라마 소리 들었던 물건인데…, 20여년 만의 이 극장판은 일단은 SEED 시리즈의 완결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만,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라서) 그 막장성은 더욱 강해져서…
보고 나면 이거 대체 뭘 본건가 싶을 정도의 로봇물이란 장르 자체의 패러디라고 해야 할지, 다른 건담 시리즈의 밈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기존 SEED 시리즈의 밈들도 마구 가져다 재탕해먹는 등,
하여튼 기존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배터지게 웃을 수 있는 메타개그와 시츄에이션 개그의 연발인데, 저는 재미있게 봤지만 과연 이게 정상적으로 작품으로 소화될 수는 있는 것인가 싶어지는 지경인 것이지요.
앞에 언급한 성룡 영화들을 갖고 예를 들어 본다면, [취권]이나 [사형도수]에서 나온 이야기를 [소권괴초]에서 다시 재탕해 먹는 개그를 끝없이 치다 못해 [폴리스 스토리]나 다른 성룡 영화들 내용도 막 비틀어 써먹는다고 할까요.
머 적어 놓고보니 이런 예는 이번 극장판의 케이스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긴 하지만, 하여튼 일반인이 보면 이게 뭐지 싶을 정도의 막장스러운 드라마를 마구 밀어 넣다가 진지하게 분위기도 잡고 막판에 로봇물 다운 최종결전도 나와야 하고 그런 건데…,
앞에도 말했지만 TV판이 막장 전개로 유명한 물건이었는데 이 극장판에선 막장이 대량 업그레이드 되긴 했습니다. 덕분에 소위 강간미수 직전의 암시라던가 서비스컷으로 누드나 수위 높은 장면도 꽤 나오고 이래저래 애들 용은 절대 아닌 물건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원작을 모른다고 해도 성인이 보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애들 데리고 와서 볼 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하여튼 건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로봇 전투 씬 만으로도 볼만은 합니다만, 그 전투씬들 조차도 소위 밈 네타 장난이 지나치다 싶을 지경이라 참 평가하기 곤란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리즈를 끝내는 건 최종화에서 사실 드라마 녹화하는 거였다 라는 게 드러나곤 하는 미국 드라마에서도 드문 케이스이긴 할겁니다.
문제라면 이 극장판이 일본에선 꽤 히트 했기 때문에 번외편이라도 속편을 억지로 만들어 내긴 하겠구나 싶은데, 20년 걸려 나온 극장판 뒤에 정말 또 몇년 뒤에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게 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이 사람에 따라서는 맘에 들지 않겠다는 정도지만, 이 '시드 프리덤' 극장판은 팬이라면 어지간하면 다들 좋아하긴 할겁니다.
다만 그게 결말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런 자체 패러디 같은 농담 덩어리 같은 걸 즐길려면 얼마만큼의 사전 지식과 애정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궁금함이 생길 정도의 또 다른 형식의 막장 실험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게 정말로 재미있는 건가, 네타놀이가 재미있는 건가, 팬심을 낚는 농담이라 재미있는 건가. 끝나고 나와서 트위터에 이것저것 마구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런저런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재미란 것에 대한 보편적 평가 기준 수정을 한번 해보고 싶으시다면 이런 괴작을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건담 시드는 상업적으로도 나름 흥행한 시리즈인데 이렇게 막장도를 높여서 괴작을 만들어 놓는 것도 드문 케이스 아닌가 합니다. 애덤 웨스트 배트맨은 원래 코메디 지향이었고 극장판에서 코메디를 업그레이드 했다고 해도, 일단 사람 죽어나가는 전쟁 소재의 로봇 애니인데 그걸 개그의 영역으로 확 까뒤집어 엎어버린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아 정말 이런 거 많이 봐왔다 생각하지만 이건 정말 선을 넘었다고 해야 할지 한계돌파에 성공했다고 해야 할지 모를…
사실 오늘 이 극장판을 보는 데에, 옆자리에 애를 데리고 온 아빠가 앉았습니다. 보통 이런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보러와서 애들만 앉혀놓고 부모는 쇼핑하러 가는 걸 꽤 자주 봐왔는데, 극장에서 로봇 애니 하니까 애들 앉혀놓고 나가는 부모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빠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좀 있다가 엄마가 상영관에 들어와서 테이크아웃 피자박스를 놓고 나갔습니다. 아빠는 엄마가 나간 뒤에도 아들과 앉아서 이 '로봇 애니'를 봤는데, 건프라 사본 적은 있는 모양인지 몇몇 기체 이름을 뇌까리긴 했습니다만 애니 본편을 보는 건 처음이었는지 뭐가 뭔지 몰라서 아들과 아빠가 "그러니까 저 금발이 핑크머리 좋아해서 저러는 거지?" 하고 서로 의문을 푸는 대화를 하면서,
…피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나름 진기한 체험이었습니다. 하하하하… 머 아이가 내용을 잘 몰라서 그런건지 보통 애들처럼 신나서 우와우와 떠들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만 피자 냄새는 좀 ㅎㅎㅎ
하여튼 이것저것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만, 밀린게 쌓여서 그렇다 정도로 이해를 바랍니다.
좋은 3월말 되시길…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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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들이라 마음에 안드셔도 아무 말이나 덧붙이는 것은 사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