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의 선광의 론도냐, 선광의 윤무냐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음악이 정말로 짧은 시간에 스쳐지나가는 선광이 될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될 것이냐…일 뿐.
하지만 어떤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라도 진짜 섬광은 자신의 잔상을 사람들에게 남긴다. 무수한 슈터들은 그렇게 믿는다, …고 생각한다.
선광의 론도 사운드 트랙
旋光の輪舞 サウンドトラック
# SRIN-1025
# 2005년 9월 30일 발매
# 2500엔
# 수퍼 스위프
# 디스크 1매 / 25트랙 71분 40초
※ 언제나처럼 경어와 반말이 오가는 요상한 감상문이 되겠습니다. 쓰다 말고 묻었다가 다시 음악을 듣다가 감정이 되살아 날 때 이어쓰는 그런 식이라서…
멈추지 않는 춤에 어울리는 선명한 아름다움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아케이드 용 대전 슈팅 게임 [선광의 론도]의 OST. 타이토의 음악 팀이던 준타타 출신의 Yack.이 선보이는 몽환적이랄까 전뇌적이랄까, 하여튼 뭔가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 상당히 개성적인 물건입니다.
Zuntata(준타타)라는 이름이 갖게 만드는 선입관과는 다른 의미에서, 이 Yack이란 이름이 주는 인상에는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흔히들 갖기 쉬운 선입관 때문에 슈팅 게임의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살짝 비틀리면서 기괴하지만, 그 안에서 내재된 미묘하고 섬세한 느낌이 뒤섞인 것이 또 묘한 개성이 되고 있다고 할까요.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특유의 리듬감에 맞춰서 정말로 화면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현란함과, 여러 가지 심상이 들어 있는 은은한 멜로디가 뒤섞여서 게임을 안 해본 사람에게도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수작 게임음악, 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통파 테크노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전자음 특유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그 안에서 몽롱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 하나 만은 정말 여전히 아트 급으로 잘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음악이 게임에 잘 맞는지 여부를 떠나서, 그냥 음악 자체의 첫 인상만으로 나름대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걸물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음악이랄까. 이름 값 만으로도 충분히 추천가능한 그런 물건이기도 하지요.
= 사람에 따라서는 미묘하게 취향을 탈 수도 있지만 일단 한번 사볼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자켓에는 23트랙 까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음반에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육성을 사용한 '가짜 성우드라마'가 히든 트랙으로 2개 들어 있어서 총 25트랙. 하여튼 일단 지르고 봐도 괜찮을 법한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로 봐서 요 근래의 음반 중에선 '따질 필요도 없이 무조건' 탑 클래스긴 하거든요. 물론 트윙클스타 스프라이츠 같은, 특정 취향의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들을 제외한다면 말이지요(웃음).
1. HI-ROUNDER
2. shift
3. assemble
4. North Star
5. Lucky Charm
6. Find the way
7. Inner Fire
8. Little Witch
9. Remember first rendez-vons.
10. C.C.
11. Vision of boys
12. Crossshine
13. Sentimental Journey
14. Brave Heart
15. Grey Lips
16. ツキノロンド
17. Idaflieg
18. Volley
19. WANTED:"True Pasta!"
20. charge !
21. Bind
22. Narukami
23. こんぺいとう
- 에, 국내에서도 특정 부류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음반입니다(웃음). 제 경우에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그 평가의 방향 자체는 일단 다릅니다. 곡 자체의 매력보다는 이 곡이 어떻게 작용할까 하는 상상하는 맛이 있는 그런 약간 과도한 '개성파' 적인 음악이라고 할까요.
유감스럽게도 이 앨범을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도 거의 다 그렇겠지만, 솔직히 국내에 안들어 온 게임이라서 저도 그렇고 이 앨범을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도 거의 다 본래의 오리지날 게임을 직접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이 앨범 음악의 정수를 잡아 낼 수 있느냐고 할 수 있겠는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 게임음악은 게임과 잘 맞는다기 보다는 살짝 뜬 구름잡는다는 언밸런스 함과, 특유의 리듬감에 따른 묘한 flow를 느끼고 즐기는 그런 맛이 있다고 할까요. 물론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 음악이 캐릭터 테마로써 기계화된 폴리곤 머신들의 전투와 이펙트를 살려내는 데에 있어서 꽤 미묘한 인상을 줄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대전 게임에서 흔히 나뉘는 음악 방향이 '배경 효과 표현'이냐 '캐릭터 구현 위주'냐의 두 가지라고 한다면, 이 게임의 음악은 캐릭터 쪽이라고 보겠습니다.
즉 멜로디 자체는 게임 분위기와는 약간 안 맞고 겉도는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게임의 플레이 리듬에 맞춘 박자 감각이나 게임 상에 등장하는 캐릭터 자체가 보여주는 그런 이미지 같은 것에 몰입한 사람이라면, 이 음반의 기기묘묘한 텐션이 담긴 음악이 묘한 '행동의 반주'로써의 싱크로를 높여주는 그런 타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테크닉틱스의 그 테크노 음악들이 귀여운 캐릭터들의 뿅뿅 거리는 음혼 파괴에 정말 잘 어울렸던 것처럼 말이지요.
= 이 게임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잡지 사진 정도 밖에 모릅니다. 시스템 자체는 글을 읽고 해서 머릿 속에서 상상이 가지만, 그게 실제 어떻게 작용될지는 직접 스틱을 잡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라고 해도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게임음악 앨범의 게임을 다 해본 건 아니거든요. 단지,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통해서 게임에 대한 기대와 방향은 어긋날지 모른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애정 아닌 애정을 품어 볼 수도 있겠지요. 기대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감싸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애정을 말이지요.
어느 정도의 선입관과 어느 정도의 경험이 그런 '매칭'과, 게임을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게임음악에 대한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오히려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순수하게 음악적 수준과 그 멜로디의 '적응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가 있겠지요. 게임이 좋아서 음악 멜로디를 좋아하게 되는 거냐, 음악이 좋아서 순수하게 그 게임의 음악만을 즐기느냐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겁니다(어떤 의미론 변명입니다만).
이 게임의 음반은 게임을 몰라도 들을 수 있습니다. 실험적이라기 보다는 '심상' 이미지 그 자체의 표현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것을 듣는 청자는 자신 만의 '이데아'로써 형상화 시켜서 받아 들이면 됩니다. 저는 이 앨범을 캐릭터 중심의 앨범으로 받아 들였지만, 그냥 순수하게 이런 스타일의 슈팅 게임음악도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라고 받아 들일 수도 있고, 의외로 본 게임에서 이 음악들이 배경의 SF적이랄까 그런 몽환적인 백그라운드 BG와 잘 맞을 수도 있지요. 다만 효과음이 같이 들어가면 이 음악들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또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게임을 몰라도 음악 만으로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과, 미묘하게 실험적인 흐름이 강하다는 것 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큽니다.
반짝임을 잊지 말아요
저는 꽤 오래전부터 인간이 날아다니는 초능력자 대전형의 슈팅 게임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정확히는 보스 전이 대전형이었지요.) 그게 98년에 ESP.RA.DE.를 보면서 더욱 구체화 되었어요. 뭐 그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도록 하고.
일단 이 앨범에서 중요한 것은 곡들이 은근히 화면에 표시되는 것에 맞춘 리듬감이나 그런 것보다도, 좀더 몽환적인 이미지 구성 쪽에 몰두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특유의 비트라던가 살짝 어깨를 둥실거리게 하는 그 몽롱하고 환각적인 독특한(이라고 말하고 yack에게는 전형적인) 리듬이 처음 듣는 사람에겐 '이런 분위기로 슈팅 게임을 할 수 있겠나' 싶은 그런 애매모호함을 쫙 깔고 있는 '그런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앨범은 장르와 상관없이 그저 작곡자 자신이 갖고 있는 내재된 이미지를 소리로 풀어나가고 있다, 라는 그런 과단적이면서도 '일단 이거라도 들어보시죠' 하는 식의 조금 무미건조한 친절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보는 이 앨범의 중요 포인트는 심상입니다. 작곡자가 원작 게임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심상을 음악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고, 청자는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을 자신 나름대로 감상하고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 만으로는 듣기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이런 몽롱한 분위기 속에서 리듬감에 맞춰서 나무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거나 튕기면서 박자를 맞추는 쾌감 하나 만으로도 이 앨범은 들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설정이나 게임성 같은 건 일단 뒤로 재쳐두고 순수하게 음악 만으로도 즐거움과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망상의 재미가 있는 앨범이란 것으로 충분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공감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준타타 출신에 메탈블랙의 그 사람이다, 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본다면, 전형적인 호소에 일파의 수퍼 스위프 음악답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단순한 평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 무개성적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다양한 사상이나 그에 의해서 그려진 여러가지 이미지를 이전의 경력이나 대표작품 하나로 묶어 버린다는 것이 말이지요. 그렇게 본다고 하면 이 앨범은 Yack의 전작들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변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던 간에 이게 이 아저씨의 원점은 아니더라도 통과점으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는 앨범임은 확실합니다. 듣는 사람에게건 평하는 사람에게건 말이에요.
강력 추천까지는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한 번 들어보슈"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것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기에 외려 더욱 보편적인 느낌'의 슈팅 게임음악이라는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앨범이었습니다. 해서, 이 앨범의 개별 곡 감상은 본인의 망상끼가 상당히 뒤 섞여 있는 그런 글이 되겠습니다.
1. HI-ROUNDER : 덤덤하면서도 묘하게 장난기가 있는 그런 느릿한 서두가 미묘하게 분위기를 잡다가, '준비되었냐?' 하는 식으로 빨라지면서 전형적인 주목 끌기 형의 어트랙션 곡 다운 마무리를 지으며 끝납니다. 굳이 말하자면 타이틀 곡 다운 곡입니다만, 그게 Yack 스타일이란 거죠. 메탈 블랙의 쓸데없이 분위기 잡던 타이틀과는 다른, 마치 ray 시리즈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그런 몽롱한 기분이란 것 정도가 차이일까요.
하지만 역시 이 앨범은 바로 전작인 보더~ 와도 구분을 지어서 듣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보더 다운에서는 의외로 구체적인 심상이 없이 그저 열띤 분위기만 있는 그런 약간 건조한 맛이 있었는데, 이 쪽에는 확실히 뭔가의 이미지를 구체화 시키려는 열망이 더 강하다는 기분입니다.
2. shift : 의외로 가라앉은 곡이라서 약간 긴장 이완이냐 싶기도 하지만, 배경에 깔리는 퍼커션 같은 것들은 적당한 반복을 통해서 '시작할꺼면 빨리 시작해'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 갑니다. 역시 전형적인 장식곡입니다만, 단순히 빠르고 점층되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가라앉은 가운데서 은근하게 애간장을 태우는 그런 의도의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진짜 본격적인 볼륨 댄스 전의 유혹과도 같은 가벼운 '무도회에의 권유'라고 할까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잡아끄는 느낌의 강인함이 적지 않아서, 진짜 이 곡의 의도는 뭘까 하는 의문도 조금 나오는 바입니다.
3. assemble : 이미지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곡인데, 어째 초반에 등장하면서 받아 들여지는 느낌이 조금 변한 것 같습니다. 뒤에 나왔었을 때엔 정리하는 이미지로써 나름대로 기대감을 띄워주는 밝은 곡인데, 여기에서도 기대감은 남아 있습니다만 왠지 초반 도입부 다운 기선제압용이란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예~헤에에~' 같은 음성 코러스도 깔려 있고, 거기에 메아리가 되돌아 오듯이 시작하는 메인 멜로디의 도입부와 그 안에 음성 코러스를 깔면서 서로 말을 주고받듯이 발전해나가는 전형적이면서도 도식적인 '왕도' 전개는 상당한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곡이 점점 타오르듯이 중반을 돌파하면서 살짝 애틋한 맛의 클라이막스를 거치면서 하늘로 뛰어오르듯이 분위기를 팍 상승시킵니다.
듣다 보면 떠오르는 건데, 클래시컬한 모티브를 갖고 있는 발레곡 같은 느낌도 강합니다. 따지고 보면 사실 이 게임의 캐릭터 테마이자 스테이지 BGM들은 정말 어떤 의미에선 '츄츄'와도 같은 그런 무용곡들이기도 합니다. 느린 곡이던 빠른 곡이던 간에요. 일단 이 곡이 마음에 드신다면 이 음반의 곡들 대부분에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전의 Yack.의 음악들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미묘한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역시 종합적인 분위기 구성보다는 보다 내재된 이미지나 심상의 구체화에 몰두하고 있는 식으로 방향이 달라진 탓 만일까요.
저는 혼자 곡을 들을 때에 멋대로 콧노래로 들리고 있는 곡에 자신의 '소리'를 내서 맞추어봅니다. 이 곡은 그러기에는 쉽습니다만, 그냥 듣는 것이 작곡자의 수줍음이랄까 그런 서투름이 나오는 '심상'에 접근하긴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곡 자체가 서로가 이젠 배려를 하듯이 손을 잡고 이끌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까요. 춤으로는 가벼운 회전에 가깝습니다. 진짜 론도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빠른 왈츠로 넘어가는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4. North Star : 좀더 열띈 테크노 댄스 풍으로 바뀌어 간다는 기분입니다. 물론 단순히 비트만 올라간 건 아닙니다. 은근히 깔리는 여흥음과 곡 중후반에서 드러나는 '살짝 깔아주기'와 분위기 환기를 통한 미묘하게 장절한 맛은 긴박감과 동시에 톡톡 튀는 박자를 통해서 어떤 율동과도 같은 리듬과 호흡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곡 자체는 단순하다고도 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만, 마무리 부분의 환희와도 같이 몰아치는 강렬한 그루브는 상당한 텐션입니다. 그러면서도 반복되는 것에 의한 점층적 효과가 있어서 곡 자체가 은근히 분위기가 뜨긴 합니다. 단지 거기까지 가기의 과정이 약간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또 클라이막스로 가는 중간부분이 살짝 무미한 느낌이라서 아쉬운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지막의 여성을 들고 360도 돌리기 하는 '더티 댄싱'과도 같은 클라이막스는 상당한 맛이 있고, 어떤 의미론 토아플랜 특유의 중가중가 리듬 계통 곡들을 작곡자 yack. 본인의 스타일로의 변형과 축약을 거친 완성형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다만 환희 다음에 바로 황급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인 건 여전히 아쉽습니다.
다만 이 곡의 본래 이미지가 강렬한 과단성에만 몰두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반복되는 점층효과 속에서 약한 것의 힘을 모아서 다발같이 크게 끓여올릴려고 한 것인지는 약간 애매합니다. 남성적인 곡임에도 근본은 여성적이란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찌되었건 간에 기승전결의 승 부분에 해당하는 곡으로서 예열은 확실히 시켜주고 있습니다.
5. Lucky Charm : 이미지 앨범에서도 꽤 인상이 강했던 곡입니다만, OST버전에서도 여전합니다. 묘하게 공허한 느낌이면서도 전반 멜로디 모티브의 두번 반복 이후에 살짝 고조되어 올라가면서 차근차근 쌓아올라가는 그런 분위기는 꽤 괜찮은 편입니다. 반복을 통해 누적되는 힘 자체는 그럭저럭입니다만, 결국은 반복을 위한 반복이란 느낌도 살짝 들어서 아쉽긴 합니다. 아무래도 멜로디가 그렇게 까지 튀는 부분이 없는 '수줍음 타는' 느낌의 조용한 곡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고, 물론 마무리 부분의 조용한 몰아치기는 나름대로의 맛입니다만 약간 이 곡의 이미지를 찾지 못한다면 조금 무개성적이고 지겹다고 느낄 법한 가능성은 있습니다. 쇼트 트랙 스케이팅의 빠른 템포를 머릿 속에서 돌리면서 그 안에서 반복되어가는 선수의 가쁜 숨을 쫓아가고 있다고 할가요. 리듬 앤 베이스의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고, 현재로써는 약간 고리타분한 식의 살짝 멀리서 잘 안들릴 것 같은 수줍은 멜로디 장난이기도 해서 약간 묘하고 몽롱한 곡입니다만, 그 안에서 반복되는 분위기 자체는 은근히 '혼자 만의 고독'이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춤을 추자고 권유를 하지만 어떻게 거절할 지 몰라서 그냥 타인과 떨어진 체로 혼자 추는 춤 같다고 할까요.
6. Find the way : 레이싱 게임 같은 빠른 속도감과 긴박감 중심인 가운데에, 일렉 색스폰(?) 같은 악기가 미묘하게 그루브한 맛을 주긴 하지만, 살짝 엇나간 폭주의 느낌도 듭니다. 하여튼 잘 달리는 곡이에요. 묘하게 호소에 일당의 냄새가 강한 곡이라고 할까요. North Star 이후로 점점 빠른 템포를 통한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다가, 이 곡에서 살짝 폭발하는 느낌의 앨범 전체를 보면 기승전결 중 승과 전 사이의 그런 정도에 해당하는 느낌입니다. 하여튼 이 앨범에선 몇 안되는 '열 띈' 분위기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난 '리듬에 취하지 않아' 하는 투의 살짝 머나먼 배경을 바라보는 느낌의 관조적인 냄새가 적지 않아서 조금 애매하기도 합니다만.
7. Inner Fire : 미묘한 느낌의 곡입니다. 사실 본격적인 스테이지 음악이라기 보다는 장식적이라거나 애니메이션 비주얼에 맞춘 스토리 성 곡이란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긴 합니다만 딱 잘라 말하긴 애매하군요. 여전히 중간에서 곡이 한번 변하는 맛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만, 어째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식이라서, 전반적으론 약간 뒷 심이 부족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곡입니다.
나이브하고 주저하는 느낌이 다시 섞여들어가서 곡 전반의 과단성과 상충되는 그런 미묘한 힘의 경합과도 같은 느낌이 오가면서, 곡 중반 이후로 크게 울부짖는 이펙트 넣은 일렉기타가 흐르고 다시 한번 불씨를 되살리려는 듯이 표효합니다. 마음 속에 내재된 불꽃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받아 들이느냐, 아니면 불꽃을 다시 키우려는 것으로 받아 들이냐에 따라서 곡의 평가가 변하긴 할 겁니다. 문자 그대로 '내재된 불꽃' 답게 겉은 살짝 치우친 기분이지만 내재된 잔재는 은근히 슬쩍 속을 끓이고 있는 그런 것입니다. 여자에게 춤추자고 손을 뻗기 전의 남자가 갈등하는 그런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8. Little Witch : 토속적인 맛이 있으면서 그 안에 미묘한 장난기가 느껴지는 순진함이랄까 그런 단아한 느낌도 슬쩍 품고 있는 곡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동방 시리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지도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곡이 좀 묘하긴 해도 일단 전반적으론 Yack.의 전형적인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봅니다. 이미지로는 확실히 예전 메탈 블랙 같은 느낌도 적지 않고 말이죠.
의미 만으로는 바로 앞 곡이 남자의 방황이었다면, 이 곡은 내가 먼저 손을 뻗어도 될까 하는 여성의 소극적 구애와도 같은 그런 곡이라고 할까요. 막상 곡 제목은 '유혹하는 마녀'라는 느낌이고 이 곡 자체도 은근히 튕기는 여자 같은 부분을 냄새 맡을 수 있습니다만 말이지요. 그리고, 살짝 부추기듯이 토속적 느낌으로 반복되는 요상한 깡통 드럼음향 같은 것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참으로 모호할 수도 있는 곡입니다. 게다가 곡 마무리 부분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여성적 냄새'는 거의 페로몬과 같은 환각의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9. Remember first rendez-vons. : 이 곡도 아마 이미지 앨범에 있었던 곡인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론 전주가 약간 길지 않나 싶어요. 뭐 raycrisis의 곡들에 비교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도입부가 꽤 길어서 곡의 메인에 해당하는 클라이막스까지의 갈 길이 살짝 멉니다. 전반적으론 약간 가라앉은 것 같지만 은근히 끄는 맛이 있어서 가장 전작 냄새가 많이 나는 곡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다시 남성적인 에네르기쉬의 과시이기도 하면서 그 안에 수줍은 미소를 담은 체로 "아직 무도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유혹에 들어갑니다. 단지 이번엔 손을 뻗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혼자 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동선이 꽤 '잘 보이는' 곡이기도 하지만 중간 중간에 예의를 차리듯이 살짝 뒷걸음질을 치는 수줍은 묘사가 은근한 맛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론 차이는 게 두렵다거나 춤추고나서 그냥 그걸로 찢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회한 같은 감정도 적지 않게 들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한걸음 나아가서 손을 뻗는 것에 대한 설레임 같은 은은한 기분도 적지 않아서 참 묘한 곡입니다. 미묘한 춤과 춤 사이의 '막간'이 이 곡의 매력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10. C.C. : 꼴롱꼴롱 돌아가는 전자음이 꽤 강렬한 도입부를 이끌어 내는데, 1분 여의 짧은 곡이라서 그냥 휙휙 나아가는 도중에 끝나는 것인지 몰라도 꽤 인상은 강렬한 편이다. 남성적인 곡이 두곡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일지, 아니면 앞 곡이 수줍은 남성이었다면 이 곡은 분위기 타서 부끄럼 없이 앞서 나가는 과단적인 여성이라고 해야 할지.
곡 자체는 길이도 짧은 장식곡이니 사실, 구체적인 성별 이미지를 맞춰나가며 생각하는 건 별 의미는 없긴 하겠습니다만. 어떤 식으로던 간에 이 앨범 전반과 후반을 나누는 그런 중심적인 위치로 놓고 보는 정도가 이 곡의 의의일 수도 있습니다.
11. Vision of boys : 처음엔 꽤 강하게 긁어대기 때문에 남성적 이미지의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곡은 제목 그대로 여성이 본 시점에서 '중구난방 날뛰는 소년'을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디까지나 넘겨짚기이지만.
해서 일단 곡 자체는 꽤 전형적인 과시적 요소가 강한 곡이기도 하다. 거칠은 남성적인 매력을 여성적인 은근함과 반복으로 도닥이듯이 포용하고 있는 그런 곡이기 때문이다. 곡의 중심 흐름은 '의지'같은 강한 감정에 가깝다고 하겠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것은 치기가 넘치는 의미불명 용도 불명의 '애매한' 힘과 같은 것이다. 곡 막바지의 살짝 잔잔한 느낌은 은근히 모호한 표현이기도 해서 전체적으론 중성적인 곡이 될 수도 있겠다.
바로 앞 트랙의 C.C가 '새로운 도입부'의 상징이라면 이 곡은 점층해가는 중간부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일단 곡 중간의 흐리멍텅하고 쓸데없이 시끄럽고 오버하는 느낌의 부분은 은근히 번잡하기도 하고 장식적인 느낌이라 비주얼 씬 연출에 더 어울릴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혼란이 오가면서 격정이 표출되는 와중에 한참 시끄럽게 굴다가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한숨 쉬듯이 숨을 고르는 은근한 부분은 이 곡 나름대로의 백미.
12. Crossshine : 이 곡은 꽤 경파한 느낌이고 고전적인 게임음악에 가까운 구체화된 느낌의 곡이다. 이미지 자체보다는 곡 자체의 흐름이랄까 분위기 만으로 강하게 힘을 어필하면서 거기에 쾌주에 가까운 클라이막스를 넣어서 아주 분위기를 띄우고 있기 때문에 미묘한 폭발과도 같은 아련하면서도 확 다가오는 그런 쉬운 곡이기도 하다. 옛날 슈팅 게임에선 이런 풍의 곡이 적지 않았는데, 이 앨범 전체에선 약간 튀는 느낌의 그런 구시대적인 요소로 받아 들여질 수도 있겠습니다.
굳이 어떤 개인적인 이미지를 들어 본다면 battle girl이랄까, 아니면 "사랑을 불태우는 소녀는 강하다"라는 느낌의 곡이랄까. 이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도 상당히 단순무식한 곡이라서, 여성의 이미지를 담은 곡인지 남성의 이미지를 담은 곡인지도 애매하다. 게다가 이 곡 자체는 어디서 많이 들었던 느낌이 드는 곡이라…. 표절이나 모방 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지나치게 '상투적'인 곡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런 전형성이 이 곡의 장점이기도 하다.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라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을 법한 곡.
13. Sentimental Journey : 이어지는 이 곡도 이 앨범 전체에서는 약간 벗어난 느낌의 '전형적'이고 도식적인 곡 중 하나라고 하겠다. 거의 트윙클 스타 곡같은 적당히 귀염을 떨면서 그냥 바삐 달려나가는 식의 곡인데, 지금까지 여성적인 이미지의 곡이 한 곡 나오면 남성적인 이미지의 곡이 다음에 이어지는 식의 댓구와는 좀 구별되는 엇박자에 해당하는 오버 테이스트 성향의 곡이다. 앞 곡이 여성적이라고 할 때에 이 곡이 남성적이란 느낌은 안든다. 아니, 어떤 의미론 두 곡 모두 여성적이라고 할까. 묘하게 스튜디오 피에로의 마법소녀 물 BGM이 떠오를 정도로 구체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살짝 모호하게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주류라서 묘한 느낌이 든다. 일단 첫 인상으로 다가오는 곡의 경쾌함과 달리 곡 내면에는 은근한 주저함도 많이 끼어 있어서, 듣기 편한 만큼 미묘한 부분도 많은 그런 이중적인 곡이기도 하다. 댄싱 중에서도 꽤 귀여움을 떠는 식의 모던 댄싱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14. Brave Heart : 용감한 마음이란 곡 제목과는 달리 약간 주저하면서 갈등하는 느낌을 살짝 깔면서, 그 안에서 새롭게 방향을 설정하고 거듭나는, 그런 식의 '극복'이란 느낌의 모티브가 잘 살아나고 있는 곡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의미론 '성격'을 맞추기 위한 그런 이미지였을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전주의 은근한 맛이 중반에서는 반복되는 갈등과 주저를 통해서 무게감을 통한 힘으로 승화되기 시작하며, 그 것이 일렉 브래스 계통의 여흥음과 뒤섞여서 미묘한 맛을 줍니다. 그리고, 다시 전주 부분을 리프라이즈한 중간부분에서 완급을 거쳐 힘을 축적한 다음에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크게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하고. 곡 후반부의 고민 속에서 일어나는 극복의 모티브는 이 앨범 전체 중에선 이색적이지만 꽤 맘에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15. Grey Lips : 개인 취향적으로 꽤 잘 맞는 스타일의 곡이지만 이 앨범 전체에선 약간 평범하달까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있는 곡이기도 하다.
곡 시작 부분의 또르르릉~ 전주와 이상한 늑대울음 같은 여흥음이 깔린 체로 가벼운 스킵보다는 약간 빠른 느낌의 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그리고 짙은 회색 빛 입술로의 당황한 표정을 짓듯이 도망가는 그녀. 메인 멜로디가 등장해서는 도망치는 그 녀를 서서히 하지만 점점 빠르게 쫓아가는 식으로 곡의 분위기를 띄운다. 막상 따라잡아서는 서로 부끄럽다는 듯이 등을 돌리고 허리 뒤로 손을 뻗어서 '손을 잡아봐~'라고 수줍게 손을 내민다고 할까. 그리고, 진부하다고 생각되지만 곡은 '배경에 꽃잎을 날리듯이' 서로가 '나 잡아봐라' 하는 분위기로 곡을 밝으면서도 살짝 두근거리는 그런 동경과도 통하는 감정선이 흐르는 방향으로 화사하게 이끌어 낸다.
그러나 메인이 두번 반복된 다음에 살짝 불안한 감정이 드는 중간부를 깔아서 곡의 분위기를 일단 진정시켰다가, 거기서 '후회하지 않나?' 하는 투의 가라앉은 안티 클라이막스를 통해서 곡의 절정으로 이끌어 낸 다음에 다시 1주제로 돌아가서 쫓아가는 느낌의 모티브를 깐다음에 서서히 페이드 아웃해서 곡이 끝나게 된다. 이래저래 참 질리는 느낌의 다양한 정서가 마구 밀려들어오고, 정말 그려진 듯한 연출력을 갖춘 곡이지만 적지 않게 오락가락하는 분위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냥 마구잡이의 정서를 잔뜩 밀어넣은 그런 곡처럼 받아 들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할까요. 어떤 의미에서던 이 앨범의 클라이막스 급 곡이기도 합니다.
16. ツキノロンド :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곡입니다. 정말 '제목 그대로'인 곡이거든요. 어떤 의미론 단순하기도 하고, 이 곡이 실제로 게임 속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만큼 이미지 메인의 곡이라서 곡이 변화하는 흐름을 쫓아가는 재미는 조금 부족합니다만, 결과물로써는 재미있는 편입니다.
살짝 가벼운 스킵에 차임벨에 가까운 메인 멜로디 악기를 깔고서 그 안에 살짝 그루브하고 째지한 느낌의 배경음을 깔아서 뱅글뱅글 곡이 돌아갑니다. 꽤 듣기는 편하지만, 과연 정말 이런 음악 깔고서 대전 슈팅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요.
이 앨범 전체에서라면 브레이브 하트와 그레이 립스의 클라이막스를 거친 다음에 살짝 분위기를 풀어주는 맥락의 곡이기도 하며, 의도된 안티 클라이막스를 통한 또 하나의 클라이막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앨범 전체를 통해서 본다면 전체적으로 들뜬 흐름 속에서 잔잔한 '반전'이라는 의미처럼 되기도 하고, 일단 듣고 나면 인상은 꽤 강하긴 하거든요. 묘하게 마법소녀물 음악 필이 나기도 합니다만, 곡 중후반의 반복되는 째지한 느낌은 묘하게 남성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론 '론도'는 남과 여가 같이 추는 것이고, 이 곡도 그런 '1대1의 만남'이라는 대전 슈팅이란 원작 게임의 개성과 같으면서도 다른 뭔가입니다.
슈팅 게임이야 말로 게임 엔진 그 자체와 플레이어가 겪는 1대1의 승부이기 때문에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에 대한 부분도 대칭되게 잘 표현해야 하는 거라 보는데, 이 곡은 그런 1대1이란 두 정서가 잘 안겨서 돌아가는 문자 그대로의 '론도'란 기분입니다. 달은 오늘도 다시 떠오르고 로맨틱한 상상을 하는 소녀는 오늘도 꿈 속의 왕자님과 론도를 춥니다. 12시라는 시간 제한이 깨어지기 전에 말이지요.
17. Idaflieg : 이 곡도 전작에 해당하는 보더 다운의 느낌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는 곡입니다. 만남 다음엔 다시 쾌락을 뛰어넘는 순수한 환희와 이어지는 이별의 아쉬움을 형상화하는 그런 살짝 서글픈 느낌의 부분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곡 클라이막스에서는 '설령 헤어진다고 해도~' 하는 투의 아쉬움을 부드럽게 넘겨주려는 그런 은은한 맛이 있는 부분이 흐릅니다.
메인 1주제 멜로디를 살짝 바꾸어서 반복하는 것을 통해서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중간부에선 은근하게 다시 서글픔을 섞지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묘하게 망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오고 감'이 있는 그런 멜로디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앨범 전체 중에선 묘하게 강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곡입니다. 의외로 이 곡을 좋아하실 분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8. Volley : 불안감과 나이브함이 뒤섞인 가운데에 크게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듯이 분위기 잡으면서 붕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갑자기 저음의 반복으로 긴장감을 불안의 폭발로 인한 '고조된 위험'에 가까운 감각으로 바꿉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보스 음악에 가까운 타입의 곡인데 앞부분과 뒤부분의 차이가 좀 있기 때문에 일관된 '중압감'이라기 보다는 상황 급변을 염두에 둔 약간 작위적인 연출의 냄새가 살짝 흐리게 납니다.
하지만 뭐랄까 탈역사적이기도 하고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난 그런 자연적인 힘이랄까, 그런 순수함을 느껴지게 하는 무게감은 그럭저럭입니다. 지금까지 스필버그의 영역에 있다가 어째 이 곡만 큐브릭의 영역이냐~ 싶을 정도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곡 중반에서 갑자기 조금 인위적인 흐름이랄까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 처럼 곡이 급전되는 부분이 있어서 느낌이 묘합니다. 일단 그냥 저냥 게임 속에선 어울릴지 모르지만 이 앨범 전체 중에선 약간 오버 하는 느낌의 곡이라고 하겠네요.
19. WANTED:"True Pasta!" : 엔딩과도 비슷한 잔잔한 '수면 위의 파문'처럼 그려지는 '유리 반지'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은근한 느낌으로 반복되는 리듬감의 종이 울리는 가운데에 진행된 꽤 긴 전주가 끝나고 여자아이의 귀염떠는 육성을 배경에 깔고서 이 게임 특유의 몽롱한 리듬감이 넘치는 메인이자 후반부가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곡도 무게감의 역명제로써 중심을 강조하고 있는 스타일이라, 구성적으로는 보스 곡에 가깝다고 하겠군요.
앞의 잔잔한 부분이 꽤 길어서 후반의 쿵짝쿵짝 Groovy한 감정이 살짝 언밸런스한 느낌이 든다고 하겠지만 후반 부 끝에서 다시 반복되기 전에는 살짝 전반부처럼 느긋함이 깔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루프의 균형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하겠습니다. 아잇~ 옷또~ 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에 따라서 이 곡의 평가도 꽤 다르긴 할 거에요. 모에 같은 요즘의 흐름과는 상관 없는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듣다보면 나름대로 분위기는 꽤 튑니다. 루이제 린저의 '유리 반지' 같은 게 떠오르는 '파문이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20. charge ! : 꽤 과단성이 있는 곡인지라 옛날 보더 다운인지 보더 라인인지의 음악이 떠오릅니다만, 그 와중에 아아아~ 하는 멀리서 들리는 여자목소리의 외침이 깔리는 지라 그게 또 예전 UPL의 스트랄 같은 게임음악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살짝 잔잔한 하프시코드 로 연주하면 괜찮을 것 같은 서브 멜로디가 쫙 깔리며 진행되지요.
그러다가, 곡의 크리티컬한 부분인 팬플룻이랄까 토속적인 멜로디가 현대적인 그루브 리듬에 맞춰서 끄으응~ 하고 용트림하듯이 부활합니다. 그리고 에에에~ 하는 보이스와 함께 다시 한번 리파인된 2주제가 나오고 곡이 클라이막스로 바뀌어 갑니다. 막바지 도입 부분 바로 앞에선 팬플룻 멜로디가 다시 곡에 들어오고 여흥음을 쫙 깐체 계속 느리게 상승해 가는 식으로 곡의 종결로 달려갑니다. 의외로 마구 달린다는 느낌보다는 달리기 전에 긴장된 상황을 이끌어 내려는 그런 긴장감을 포용한 느낌의 곡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진정해'~ 하는 투의 긴박감과 긴장감과도 엇갈리는 '처연함'이랄까 압박감을 살짝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허밍으로 따라 부르거나 자신 만의 소리를 조금 더 더 해주고 싶기도 한 그런 공허함이 살짝 담겨 있어서 나름대로 인상이 강합니다.
21. Bind : 고정되었다는 느낌의 살짝 음울하고 가라앉은 여흥음이 차임인지 트라이앵글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종소리나 금속성으로 차랑차랑 울리는 느낌으로 계속 깔립니다. 무균질적이기도 하고 호러 영화의 멀리서 들리는 oum 소리와도 같이 보스 도입 직전의 장엄함이랄까 압박스러운 감정을 깔고 있으면서 그냥 철저하게 기능적으로 살짝 정서에 자극과 분위기 환기 이상의 의미는 주지 않는, 그런 식의 곡임에도 곡 중반 이후에는 점점 뭔가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은 환청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훌륭한 주박을 담고 있는 곡이에요(웃음).
22. Narukami : 뭐랄까 요즘 타마요(라고 해도 레이크라이시스 시절의 타마요?)에 대한 반동이란 생각이 문득 들까요. 뜨르르르륵~ 하고 긁는 식으로 울려퍼지는 배경의 여흥음이자 리듬 보조 악기는 상당한 전자음이기 때문에 가능한 토속적 소리거든요. 하지만 곡 자체는 실은 은근한 비트 풍이란 말이지요. 처음에는 SF풍의 윙윙 거리는 작은 소리들이 오가고 거기에 이상한 말 울음 소리 같은 효과음이나 하여튼 요상한 소리들이 마구 오갑니다. 그러면서 토속적인 리듬이 깔리고 그 위에 각종 여흥음이 섞여서 묘한 일직선적 흐름을 가집니다.
어쨌든 살짝 느리게 반복되는 토속적 반주와 리듬 속을 깔고서 그와 동시에 짤랑짤링 울리는 차임이랄까 유리 종소리 같은 그런 여흥음이 쫙 깔린 체로 점점 토속적인 멜로디가 강해졌다가 거기서 테크노 같은 빠른 비트가 깔리면서 각기 다른 방향의 소리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맞추듯이 한 방향으로 몰려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착각할 것 같은 원경의 배경음이 섞여 들어오면서 커다란 '얼음신'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잔잔하게 시작해서 꽤 냉철한 분위기로 이끌려 가는 원시적이면서도 바로크 적인 느낌의 곡이기도 합니다. 곡 전체로 흐르는 의외의 중압감 같은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역시 보스 음악적인 '집중'을 불러일으키기기 위한 허세를 보여주는 곡일 수도 있지만, 일단 듣는 느낌 만으로는 곡 중후반의 어떤 휘몰아치는 감정의 폭주는 상당한 맛이 있습니다. 단순한 반복에 의한 효율적인 점층이 꽤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 앨범의 곡 중에서는 굉장히 튑니다. 굳이 말하자면 Yack.판의 '마왕'이라고 할까요. 뭐랄까 가사 하나만 있으면 거의 미친 듯이 시적인 흉내를 담은 그런 문학적 느낌의 곡이 될 법도 합니다.
다만 곡의 복잡다단한 분위기에 비해서 이 앨범 전체에서는 그렇게까지 클라이막스란 느낌은 약합니다. 그저 끝나기 전에 마지막 표효일까, 일종의 단말마와도 같은 그런 찰나의 '섬광' 같기도 합니다. 동이 뜨기 직전의 새벽에 보이는 별이 가장 밝고 화려하다는 느낌과도 같지요. 그리고 약간 다급하게 그냥 '확' 소리나는 마무리를 짓고 곡이 끝납니다. 실제 게임에선 어떻게 들릴지 좀 궁금해지는 군요.
23. こんぺいとう : 엔딩곡 다운 그냥 장식적이면서도 최후의 마무리는 역시 '댄스'로~! 라는 느낌의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적절히 회고적인 느낌을 이어내는 그런 곡입니다. 열두시가 되는 것을 알리기 전에 작은 차임 소리의 종이 딸랑딸랑 거리는 가운데에 무도회의 권유는 끝나고 밤에 공원 벤치에 앉아서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식의 그런 곡이라고 할까요.
곡 후반부는 19번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회한'을 담고 있으면서도 확 터진 다음에 어둠 속에 서서히 묻혀서 사라져 가는 불꽃놀이의 작은 섬광들처럼 아름답게 뿌려집니다. 별사탕 봉지를 뜯었을 때에 작은 사탕들이 책상 위에서 촤악 흩어지듯이 약간 급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짓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적당한 결말의 곡입니다. "모두들 잘 봤지?" 라고 묻듯이 회상적인 멜로디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어두운 밤 하늘에 반짝이는 섬광이 사라지는 끝을 쫓아봅니다. '언젠가 별들의 바다에서~' 같은 신파조의 코멘트를 덧 붙일 필요도 없어요.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자" 라고 씁쓸하지만 반가운 눈물과 함께 사라져 갑니다.
마지막으로, 콘페이토는 건담에서 '솔로몬'으로 불리는 요새이기도 하지요. 이 곡은 다 알고서 짜놓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게임의 속편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이 곡의 '열린 끝 마무리'에서 사람들은 뭔가 스쳐지나갔던 작은 섬광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지도요.
# 마지막 두 트랙은 성우들에 의한 음성를 연결해서 가짜 드라마를 만들어 놓은 쪽입니다. 은근히 동인 필이 나는 연출입니다만, 의외로 분위기는 좋습니다. 게임 상에 나오는 효과음과 곡들을 배경에 깔고 있기 때문에 듣다보면 오오오~ 하는 느낌이 나지요.
both, rondo, of a refrain
글 자체가 쓸데 없이 길어져 버렸는데, 이 앨범은 정말 할 말은 많을 수도 있고,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받아 들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평가가 상반될 물건이긴 한데, 안정된 심상이랄까 '아름다운 분위기'를 그려내려는 그런 집착적인 부분은 꽤 강하기도 하거든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앨범은 아니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하지만 음악은 결국 만드는 사람 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 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서로가 상대에게 손을 뻗어서 상대의 손을 맞잡고 하나의 흐름에 맞춰서 같이 춤춰야 하는, 그런 연결적인 것을 염두에 두어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진짜 이 게임음악의 중심이 어디에 있냐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앨범의 전곡을 다시 되새겨 듣고 있으면 '실은 이 것은 역시 미소녀 게임 음악이었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슈팅 게임 자체의 분위기 보다는 화면에 표시되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라던가, 아니면 머릿 속의 심상을 통한 이중망상을 거쳐서 이 곡들의 멜로디와 함께 보완되어 가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까요. 동방 시리즈의 음악을 깊이 감상한 적은 없습니다만 의외로 공허함과 캐릭터의 이미지에 관련된 심상이 교차되는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의미론 이 선광은 동방 시리즈의 음악과도 닮아 있기도 합니다.
단지, 모든 것이 Yack이란 사람의 개성에 의해서 상당히 일방적으로 재단되어 있고,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받아 들이는 게 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 것은 이 앨범의 진짜 개성을 반만 보는 것이겠지요. 결과적으로 이 글은 그저 어디까지나 참조일 뿐이고, 듣는 사람이 각자 작곡자의 개성과 음악의 이미지, 그리고 게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가지고 이 앨범의 음악들을 자신에게 맞춰 재단해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어떤지 실제 게임을 보기 전엔 확실시 할 수는 없겠고, 과연 그 움직임이나 제 곡을 읽는 방향이 이 게임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정신없이 폴리곤 덩어리와 이펙트가 오가는 것 뿐이 아니라, 살짝살짝 좌우로 춤추듯이 움직이면서 탄을 뿌려대는 행위 그 자체를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면 이 게임의 음악은 그 '그림'에 어울리는 뭔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단지 이 게임의 개성적인 음악이 그저 양념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이 게임에서 전하려고 했던 그 '무언가'에 대한 또 하나의 반사광적인 표현이 되느냐는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 달려 있을 뿐이지요. 문자 그대로 그냥 사운드트랙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임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표현영역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 가장 낫겠지만요.
보더 다운도 그랬고, 사실 제게는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와닿았던 앨범은 아니지만, 들을면 들을 수록 씹는 맛은 납니다. 단지 게임을 해볼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론 이 앨범의 평가는 처음부터 반사광만 보고 조각상의 양감 운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음악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서 평했는데 어떤 의미론 그 것이 이 앨범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즉 게임음악의 형태를 빌린 순수음악으로 보는 게 어떤 의미론 이 앨범에 대한 최대의 경의인 거죠. 그리고, 한국에선 사라진 아케이드 시장에 대해서 묵념을 해주면 됩니다. 이렇게 밖에 즐길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열심히 즐겨주자는 거죠. 아마존 등지에서 아직 주문 가능할지도 모르니 돈 있으신 분은 미친 척하고 한번 주문해서 들어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자신이 느끼는 '흐름'을 이 곡들에 맞춰서 허밍으로 따라 불러봐 주시길.
시작 : 2005. 창문에 서리의 육각형상이 떠오르는 겨울의 어느 날.
종결 : 2006년 1월 12일.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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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들이라 마음에 안드셔도 아무 말이나 덧붙이는 것은 사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