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LOGUE

2024-10-28

이런저런 잡담 : 게임과 삶


 - 모 게시판에서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이야기가 떠올라서, 덤으로 몇 가지 쓸데없는 자잘한 생각들이 좀 떠올랐는데, 별 의미는 없지만 이것저것 떠오른 것들을 좀 적어 봅니다.

 저 개인은 온라인 게임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안 해본 건 아닌데 오래 한 건 없다시피 합니다. 오랫동안 즐기면서 '다른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기 위해' 온라인 접속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머 그건 개개인의 선택일 뿐이고, 누구나 직장에 출근하면서 메신저 접속을 하거나 하듯이, 다양하다면 다양하게 타인과의 접촉 방법을 선택할 자유가 있을 테니까요.

 게임이 시간을 뺏고 중독성이 어쩌고 하는 말이 있고, 같은 시간을 다른 일에 투자하라는 소리는 늘 나오고…
 누구던 뭔가에 열심히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을 폄하하고 그런 자체가 사실 에러인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온라인 게임 안의 가상 세계에서 살면서, 현실과는 다른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특징을 개선하는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머 여러가지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평생 어중간하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저 같은 경우에, 게임에서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또 어중간하게 살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게임 속에서 다른 삶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짧거나 길거나 어쨌든 시간을 들여서 하고 있는 게임 자체에 대해선 타협하지 싶지 않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런 시간을 들인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누군가의 공략을 따라하고 플레이를 배우고 어쩌고 하는 한계 같은 것이 있다면 그건 또 서글프기도 하고… 
 공부해서 출세하고 어쩌고 하는 소위 '정답' 만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선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은 K반도국에서, 게임 같은 놀이 부류는 건전하건 아니건 시간낭비 취급인 케이스가 너무 많다 싶기도 하고요.

 머 사실 저 자신이 현실에서 열심히 살았는가 어쨌느냐 물으면 개인적으론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사실 저 또한 현실에서 별 볼 일 없지만, 그렇다고 온라인에서도 이름값이 있거나 잘나가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게임 속에서 뭔가 잘난 인간이 되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현실에서 오프라인 게임+오락실 게임이나 기타 게임에서 눈에 보이는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는 정도의 풋풋한 기분 정도는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할 방법이 없는 오락실 게임 [파이날 랩2] 한정이라면 제 실력은 세계급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요. (뻔뻔)

 아, 글 쓰기 시작할 때엔 이것저것 생각이 잔뜩 있었는데 쓰다 보면 부끄러워 진다고 할까, 아니면 굳이 적을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들어서 빼게 된다고 할까요.
 쓰기 시작했을 때의 주제나 내용과 달라지는 기분을 피할 수가 없기도 해서… 
 어쨌든 간에…


 = [이벨린의 비범한 이야기]는 인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통칭 '와우'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 그 사람이 '와우'안에서 어떻게 살았는가 라는 걸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의 애도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부자유로웠던 사람이 게임이란 가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갔고 그런 평범한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이야기기도 해서, 조금 뻔하지만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상 현실인 게임도 그런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고 즐길 만한 뭔가로 남을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렇게 삶이 직접적으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겐 또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지 않나요?

 결과적으로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는 게임이나 게임 관련 업체에서 일하면서 밥 먹고 살고 그랬지만 그 현실과 게임 사이의 유리분리 관련으로는 아직까지 확고한 선을 긋지는 못하겠네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AKIRA]가 정식 개봉했을 때 강남 메가박스에서 봤는데, 그 때 어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서 맨 앞 자리에서 감상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외국 영화들은 LD복사로 보던 시절에 복돌이 업자에게 어떤 장애인 SF팬이 스타워즈 LD를 사고 감동받는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휠체어나 보조 도구 및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던 그런 사람들에게 SF영화는 도피처이자 뭔가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지 모릅니다.

 가상 현실 계열 게임도 그런 사람들만에게 삶이 아니라, 누구라도 평범하게 삶의 일부이자 놀이거리로 쉬이 즐길 수 있는, 보다 보편화되고 그런 단계까지 갈려면 또 기술적 시간적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그런 보편화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나 창작물을 통해서 재구성되고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가상현실이 정말 보편화 된다면 그런 것 자체는 더 평범하게 받아들여질 테니 가상현실 자체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물 자체는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을까요.
 어쨌든 단순히 동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게임 속 같은 데서 열심히 살 수 없는 사람이 현실을 열심히 살 수 있을까~라던가, 내가 낭비한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보고 싶었던 내일이라고 진지한 척 말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만…

하여튼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이번 주말은 망했습니다. (결론이 너무 일찍 나와서 시시하군요)


- 가상 현실 소재의 작품은 이미 넘쳐나는 지경인데, [이벨린의 비범한 이야기]를 보니 떠오른 게 몇가지 있긴 합니다.

 일본의 라이트노벨 [소드 아트 온라인]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나름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서 애니메이션화도 되고 그랬습니다만…,
 이 게임은 작가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팬이었고, '라그온' 플레이어 중에서 병으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 이야기에 대해 듣고서 비슷한 이야기를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도 사용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제작해서 아시아권에서 흥행한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일본 온라인 게임에 미친 영향이 생각보다 큰데, 하여튼…)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실제 있었던 병으로 죽은 플레이어의 장례식 이야기를 소재로,
 '소아온'이란 작품 속에서도 병으로 현실 세계에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게임 속에서만 활약할 수 있던 인물이 사망해서 퇴장하는데, 나름 자신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는 전형적인 결말입니다만,
 어쨌든 청소년 대상의 가벼운 창작물에서는 나름 진지한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 말이죠.

 사실 이미 과거에서부터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라던가, [울티마 온라인]이라던가 등에서 불치병 등으로 죽은 플레이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종종 나왔던 모양입니다.
 거기에 병이라던가 여러가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재난이나 불행과 상관없이 그래도 어디서던 열심히 사는 이야기를 넣으면, 작품 전체적인 완성도와 상관없이 평가는 괜찮은 에피소드가 하나 나오긴 하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면, 일본 특유의 정서가 중심인지라 한국에선 그냥 고인물 게임 취급인 [드래곤 퀘스트]도 사실 10편은 온라인 게임이었습니다.
 당연히 일본 안에서만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어서 국내에선 플레이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한 게임이었는데 (VPN우회 등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만 전 아닙니다), 닌텐도 스위치로 오프라인 버전이 나왔습니다만 저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드퀘 10'은 해보지 않은 게임이니 결국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도 나름 비슷하지만 다른 사연이 있었습니다.
 
일본 방송 중에 밤 늦게나 아예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을 (택시값을 내주는 대신) 집까지 따라가서 어떻게 사는 지 보는 예능 방송이 있었는데,
 어느날 해당 예능에서 만난 밤 늦게 새벽에 퇴근 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 와서는 이혼해서 따로 사는 아이를 위해서 드퀘10의 아이템을 모으고 있는 게 예능 방송에 나왔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의 숲] 아이템을 잔뜩 모아놓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야기가 화제로 떠돌았습니다만, 머 대충 그런 걸 온라인 게임에서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일본에서는 나름 훈훈한 이야기였던 모양입니다만 국내에선 드퀘10 자체가 지명도가 없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였던 것 같고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글에 제가 댓글로 [빛의 아버지 파이날 판타지ⅩⅣ] 관련의 댓글을 달았는데,
 온라인 게임인 파이날 판타지 14 플레이어들 사이의 실화 소재의 창작 작품이고, 이 플레이어는 게임 프로듀서와도 알고 지내는 네임드 플레이어여서 일본에선 더 화제가 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빛의 아버지'의 이야기 자체는 현실에서 소원해진 아버지와 아들이란 흔한 소재인데, 아버지와 아들이 어쩌다 온라인 게임 속에서 만나게 되고 오랫동안 초보자들을 도와준 네임드 플레이어였던 아들이 아버지를 몰래 '버스 태워준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머 사실은 좀더 디테일이 있지만요…)
 원래는 웹소설 비슷한 것이었는데, 실화라 화제가 된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도 나왔고요. 영화는 국내 개봉도 했고,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현실에서 이 작품의 중심이던 아버지와 아들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게 됩니다만… (후일담이 나름 또 있어서요)

 그러고보니 한국에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라고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는 걸 소재로 하는 영상물이 나왔지만, 머 그 것에 대해서는 사실 굳이 언급할 가치가 있는가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이긴 합니다.



게임을 소재로 해서 엉망인 현실을 비꼬거나 하는 이야기는 은근히 나왔다 정도로만 받아 들여야 하겠죠.



그리고 어떤 삶이던 간에 존경을 받지는 못해도 존중할 만큼의 진지함과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 개인적으론 [브레이크에이지] 란 만화 작품에 대해서도 더 언급을 하고 싶습니다.
 90년대에 나온 만화고, 이제는 이 작품의 시대인 2007년도 과거가 된 현재입니다만, 긍정적인 방향에서 바라본 게임을 소재로 하는 근미래 SF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데인저 플래닛'이란 제목의 가상현실 멀티플레이 대전게임 비슷한 게임이 대 히트한 세계인데, 그런 세계관 안에서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이야기지요.
 데인저 플래닛 게임 자체는 자기가 타는 로봇을 만들어서 배틀을 하는 온라인이자 메카닉 소재의 좀 오덕스런 게임을 소재로 하는 만화인데…
 소년 플레이어가 소녀 플레이어를 만나는 전형적인 보이 밋 걸 이야기지만, 이런저런 사연이나 게임 업계에 대한 나름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작중 등장하는 로봇 게임은 단순히 온라인 게임에서 갑옷 바꾸고 머리스타일 바꾸고 하는 식으로 캐릭터 외장 커스터마이징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타는 로봇을 직접 만드는데 이게 부품 단위에서 설계 제작을 하는 매니악한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선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데,
 어쨌든 엄청나게 인기를 모아서 아파트 입구의 상업 건물 놀러가듯이 남녀노소 애들이 학교와 집 중간에 자연스럽게 가는 곳처럼 오락실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하여튼 지금은 거의 사라진 '대형 오락실'인 어뮤즈파크 부류인 코니 팔레스라는 곳에서, 작중 게임의 콕핏형 체감 기계들을 통신 연결해서 팀 배틀이나 난입이 행해지는 여러가지 방식의 플레이를 할수 있는 게임이었다 정도인데…
 개인 디스크를 사용해서 개인 전용기 제작을 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름 오래되었지만, 요즘은 아이템 구매나 뽑기 등 기타 관련적인 측면에 있어서 상업성과 도박성 관련 문제가 더 크게 다뤄지고 있기도 하네요.

 이 만화는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락실이 사라지고 PC방도 사양세 느낌이 되어가는 현재에 있어서 다른 세계선의 '대체 역사'를 보는 근미래 SF 소재의 작품이란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작품의 특징은 '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간격에 대해서 나누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플레이어였던 주인공이 기업 쪽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걸로 시작했던 히로인을 만나서 실제 제작 쪽에 관여하게 되며 그 와중에 이런저런 드라마가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용 까발림이 되니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의 히로인은 '복수를 위해서' 게임을 계속 했다가 주인공과 만나서 '행복해지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 식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기도 하거든요.

 결국 주인공과 히로인은 맺어져서 애도 낳게 되는데 어쨌든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들 다음 세대는 주로 온라인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식으로 작중에서 계속 카피 등으로 말이 나오고요.

 게임이건 어떤 취미나 게시판 활동 등등의 모든 행동은,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그러는 것은 잘못이겠지요.
 하여튼 결국 다들 말조심 행동 조심을 해야 할 것입니다.


 = 사실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는 것만을 말한다면, 과거 서양 애니메이션 [용들의 비행]이 있었죠.
 이게 '공룡아 불을 뿜어라'라는 제목으로 로컬라이징 되어서 국내 공중파 방송도 하긴 했었습니다만, 어쨌든 간에…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하는 '비디오 게임'이 아니라, 보드 게임 부류인 판타지 소재의 주사위 게임이었습니다만, 용이 있고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관이다 보니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였던 것이지요.
 설정적으로는 마법이 힘을 잃고 과학이 득세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 세계 사람을 불러와서 자기들을 돕게 시킨다는 식이었지만, 보드 게임 세계관 설정이었던 것처럼 그려지는 작품이었다고 기억합니다만, 어쨌든 게임 소재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원더우먼 TV드라마 에피소드 중에서도 잠수함 게임 하는 게 나오는 게 있긴 했었죠.)

 어쨌든 결론은 머…, 그냥 뭘 하던 간에 열심히 하고 잘 살아보자~인 것입니다만, 이 시간이 되도록 잠 못 이루고 시간 낭비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슬프네요.
 사실 저는 오락실 꼬마이기도 했고, 애플로 시작한 중늙은이 게이머이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어느 쪽으로도 이름이나 기타 어떤 결과물을 남기진 못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오락실 관련 내용의 번역서 책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스스로 보기에는 참 추레하고 그냥 막사는 중인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타인의 삶에 대해서 부러워하지만 질투하거나 깔아뭉개고 싶지는 않습니다.
 머 그냥 사는 거죠.

 하여튼 쓸데없는 소리가 길어졌습니다.
 다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새로이 다가올 주초를 잘 지내실 수 있기를 빕니다.

:DAIN.


2024-03-31

2024년 3월 마지막 주의 영상물 몇 가지에 대한 단상


3월 마지막 주에 이것저것 본 것들의 소개 비슷한데, 

사정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뭘 써도 굳이 찾아보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넷플릭스 [스내푸(영제 : Hidden Strike)] 



한국인에게는 명절의 단골 게스트였던 성룡과, WWE프로레슬링 선수였다가 지금은 근육질 액션 배우로 반쯤 전직한 존 시나가 같이 나오는 좀 쌈마이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단은 미국영화 취급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현재 imdb 등에서는 일단 15금의 TV영화 취급인 모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 번역은 조금 미묘한 기분입니다.

쌈마이라고 말했지만 돈은 제법 들어갔고, 중국 내륙쪽 어딘가 풍경과 셋트를 활용해서 합성해 찍은 CG배경 속에서 성룡과 존 시나가 나름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입니다만,

일단 설정상 무대는 중동 바그다드 밑의 아라비아 반도 사막 지역 어딘가고 바닷가와 가까운, 아마 홍해 근처 사막 어딘가겠거니 입니다만 종종 보다보면 중국 사막 티가 나는 부분이 나와서…

하여튼 근미래에 석유 공급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중동 사막에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연료를 둘러싼 분쟁 지역이 생겼다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투자해 만든 원유시설과 정유 공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테러리스트가 나와서 기름을 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거지요.

해서 영화 초반은 사막에서 버기 차량들이 기름과 중국인 기술자 등을 태우고 달리며 뭔가 쪼끔 매드맥스 짭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부분은 그닥 재미는 없지만 일단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거니까 초반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고용한 PMC부대의 대장인 성룡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뚫고 석유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존 시나는 과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미군 복무를 하다가 용병으로 전직한 인물인데 용병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잃어서 사막에 눌러앉아 작은 마을을 지키는 요짐보 비슷한 일을 하며

중동 동네 애들과 캐치볼하면서 놀아주는 '동네 형'처럼 살고 있는 인물인 모양인데, 용병 집단의 인물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기름을 터는 일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중국인을 지키는 부대의 성룡과 용병 부대의 조력자 입장이던 존 시나가 만나서 한판 붙게 되고(이 성룡 VS 존 시나는 짧지만 나름 볼만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연유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배반을 때린 석유털이 용병부대를 힘을 합쳐 물리치는 버디 액션물이 됩니다.


머 사실 성룡은 늙었고 그의 젊은 날 스캔들 때문에 딸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이런저런 입술놀리기 거리입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영화에도 성룡의 가족 이슈가 나옵니다. 

아마 22년 이었던가의 영화 [라이드 온]에서도 성룡은 가족과 소원해진 중늙은이로 나왔었죠. 

중국인을 보호하는 PMC 부대의 설정은 [뱅가드] 등의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룡이 찾아오는 석유 공장 관계자로 작중 설정상 성룡의 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 끝에서는 딸과 어느 정도 화해를 이루어내죠.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부분은 좀 장면 전환이 느리고 지리하지만,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의외로 정석적인 성룡 헐리웃 영화의 조합이 됩니다. 

[러시 아워]시리즈처럼 성룡과 미쿡인 한명이 팀짜서 액션을 하는 거죠. 존 시나는 처음엔 적이었지만 버디가 된 이후로는 꽤 열심히 잘 도와주고,

작전 중의 커뮤 관련으로 나라별로 손짓 신호의 차이나 어눌한 영어+중국어 사용(존 시나의 중국어!)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의도 밖의 불소통 코메디가 조금 웃깁니다. 

덕분에 악당은 좀 싱겁고 액션도 대단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 아워2]와 [용형호제2] 중간 정도의 재미는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막판은 차량 갖고 슬랩스틱을 하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 공장까지 가는 부분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굳이 막판에 나오는 데에 있어서 이 영화의 액션 순서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나쁘진 않고 꽤 유쾌한 슬랩스틱 차량 액션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괴이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이 없고 순수하게 차량을 몇회전 굴리느냐 따지던 007 카지노 로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후일담과 NG장면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나름 유쾌하지만 진중한 부분도 있는 양키였던 존 시나였지만 NG장면에서는 (원래 설정이 그랬던 건지) 경박하고 색드립 농담을 날리는 부분도 꽤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황야]였던가 하는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야 하겠는데, 액션씬의 비중이나 질에 있어서 그 황야 뭐시기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속도가 떨어진 성룡이지만 여전히 지형지물을 사용한 액션이나 힘캐인 존 시나와의 협조로 펼치는 액션은, 외려 7080년대 홍금보와 나오던 액션 영화들도 좀 생각날 정도로 요즘엔 유니크한 영역이긴 합니다.

성룡의 속도가 떨어진 덕분에, 성룡과 존 시나가 옛날 홍콩 무술영화 식으로 권격의 합을 맞추는 나름 진기한(?) 장면도 잠깐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머 전통적인 반복인데 근래에 잡화점의 기적이나 라이드 온 같은 드라마 영화에서 성룡을 보던 입장에선 간만에 올드스쿨 성룡 액션이라서 조금 더 관대하게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룡 팬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존 시나의 팬을 위한 영화기도 하네요. 레슬러 시절의 건전하고 적당히 막무가내인 해병캐릭터까진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에서 뭔가 좀 부족하달까 안 어울리는 인상이었던게 이 영화에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여튼 별 생각 없는 액션 영화로 시간을 때워보고 싶은 분은 한번 볼만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추는 아니지만 성룡과 존 시나 조합 자체가 나름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