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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8

이런저런 잡담 : 게임과 삶


 - 모 게시판에서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이야기가 떠올라서, 덤으로 몇 가지 쓸데없는 자잘한 생각들이 좀 떠올랐는데, 별 의미는 없지만 이것저것 떠오른 것들을 좀 적어 봅니다.

 저 개인은 온라인 게임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안 해본 건 아닌데 오래 한 건 없다시피 합니다. 오랫동안 즐기면서 '다른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기 위해' 온라인 접속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머 그건 개개인의 선택일 뿐이고, 누구나 직장에 출근하면서 메신저 접속을 하거나 하듯이, 다양하다면 다양하게 타인과의 접촉 방법을 선택할 자유가 있을 테니까요.

 게임이 시간을 뺏고 중독성이 어쩌고 하는 말이 있고, 같은 시간을 다른 일에 투자하라는 소리는 늘 나오고…
 누구던 뭔가에 열심히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을 폄하하고 그런 자체가 사실 에러인 거 아닌가 생각하지만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온라인 게임 안의 가상 세계에서 살면서, 현실과는 다른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특징을 개선하는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머 여러가지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평생 어중간하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저 같은 경우에, 게임에서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또 어중간하게 살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게임 속에서 다른 삶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짧거나 길거나 어쨌든 시간을 들여서 하고 있는 게임 자체에 대해선 타협하지 싶지 않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런 시간을 들인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누군가의 공략을 따라하고 플레이를 배우고 어쩌고 하는 한계 같은 것이 있다면 그건 또 서글프기도 하고… 
 공부해서 출세하고 어쩌고 하는 소위 '정답' 만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선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은 K반도국에서, 게임 같은 놀이 부류는 건전하건 아니건 시간낭비 취급인 케이스가 너무 많다 싶기도 하고요.

 머 사실 저 자신이 현실에서 열심히 살았는가 어쨌느냐 물으면 개인적으론 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사실 저 또한 현실에서 별 볼 일 없지만, 그렇다고 온라인에서도 이름값이 있거나 잘나가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게임 속에서 뭔가 잘난 인간이 되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현실에서 오프라인 게임+오락실 게임이나 기타 게임에서 눈에 보이는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는 정도의 풋풋한 기분 정도는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할 방법이 없는 오락실 게임 [파이날 랩2] 한정이라면 제 실력은 세계급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요. (뻔뻔)

 아, 글 쓰기 시작할 때엔 이것저것 생각이 잔뜩 있었는데 쓰다 보면 부끄러워 진다고 할까, 아니면 굳이 적을 필요가 있는가 생각이 들어서 빼게 된다고 할까요.
 쓰기 시작했을 때의 주제나 내용과 달라지는 기분을 피할 수가 없기도 해서… 
 어쨌든 간에…


 = [이벨린의 비범한 이야기]는 인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통칭 '와우'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 그 사람이 '와우'안에서 어떻게 살았는가 라는 걸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의 애도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부자유로웠던 사람이 게임이란 가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갔고 그런 평범한 삶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이야기기도 해서, 조금 뻔하지만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상 현실인 게임도 그런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고 즐길 만한 뭔가로 남을 수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렇게 삶이 직접적으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겐 또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지 않나요?

 결과적으로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는 게임이나 게임 관련 업체에서 일하면서 밥 먹고 살고 그랬지만 그 현실과 게임 사이의 유리분리 관련으로는 아직까지 확고한 선을 긋지는 못하겠네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AKIRA]가 정식 개봉했을 때 강남 메가박스에서 봤는데, 그 때 어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서 맨 앞 자리에서 감상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외국 영화들은 LD복사로 보던 시절에 복돌이 업자에게 어떤 장애인 SF팬이 스타워즈 LD를 사고 감동받는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휠체어나 보조 도구 및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던 그런 사람들에게 SF영화는 도피처이자 뭔가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지 모릅니다.

 가상 현실 계열 게임도 그런 사람들만에게 삶이 아니라, 누구라도 평범하게 삶의 일부이자 놀이거리로 쉬이 즐길 수 있는, 보다 보편화되고 그런 단계까지 갈려면 또 기술적 시간적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그런 보편화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나 창작물을 통해서 재구성되고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가상현실이 정말 보편화 된다면 그런 것 자체는 더 평범하게 받아들여질 테니 가상현실 자체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물 자체는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을까요.
 어쨌든 단순히 동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게임 속 같은 데서 열심히 살 수 없는 사람이 현실을 열심히 살 수 있을까~라던가, 내가 낭비한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보고 싶었던 내일이라고 진지한 척 말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만…

하여튼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이번 주말은 망했습니다. (결론이 너무 일찍 나와서 시시하군요)


- 가상 현실 소재의 작품은 이미 넘쳐나는 지경인데, [이벨린의 비범한 이야기]를 보니 떠오른 게 몇가지 있긴 합니다.

 일본의 라이트노벨 [소드 아트 온라인]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나름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서 애니메이션화도 되고 그랬습니다만…,
 이 게임은 작가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팬이었고, '라그온' 플레이어 중에서 병으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 이야기에 대해 듣고서 비슷한 이야기를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도 사용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제작해서 아시아권에서 흥행한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일본 온라인 게임에 미친 영향이 생각보다 큰데, 하여튼…)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실제 있었던 병으로 죽은 플레이어의 장례식 이야기를 소재로,
 '소아온'이란 작품 속에서도 병으로 현실 세계에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게임 속에서만 활약할 수 있던 인물이 사망해서 퇴장하는데, 나름 자신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는 전형적인 결말입니다만,
 어쨌든 청소년 대상의 가벼운 창작물에서는 나름 진지한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 말이죠.

 사실 이미 과거에서부터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라던가, [울티마 온라인]이라던가 등에서 불치병 등으로 죽은 플레이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종종 나왔던 모양입니다.
 거기에 병이라던가 여러가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재난이나 불행과 상관없이 그래도 어디서던 열심히 사는 이야기를 넣으면, 작품 전체적인 완성도와 상관없이 평가는 괜찮은 에피소드가 하나 나오긴 하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면, 일본 특유의 정서가 중심인지라 한국에선 그냥 고인물 게임 취급인 [드래곤 퀘스트]도 사실 10편은 온라인 게임이었습니다.
 당연히 일본 안에서만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어서 국내에선 플레이해본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한 게임이었는데 (VPN우회 등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지만 전 아닙니다), 닌텐도 스위치로 오프라인 버전이 나왔습니다만 저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드퀘 10'은 해보지 않은 게임이니 결국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도 나름 비슷하지만 다른 사연이 있었습니다.
 
일본 방송 중에 밤 늦게나 아예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을 (택시값을 내주는 대신) 집까지 따라가서 어떻게 사는 지 보는 예능 방송이 있었는데,
 어느날 해당 예능에서 만난 밤 늦게 새벽에 퇴근 하는 사람이 집에 들어 와서는 이혼해서 따로 사는 아이를 위해서 드퀘10의 아이템을 모으고 있는 게 예능 방송에 나왔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의 숲] 아이템을 잔뜩 모아놓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야기가 화제로 떠돌았습니다만, 머 대충 그런 걸 온라인 게임에서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일본에서는 나름 훈훈한 이야기였던 모양입니다만 국내에선 드퀘10 자체가 지명도가 없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였던 것 같고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글에 제가 댓글로 [빛의 아버지 파이날 판타지ⅩⅣ] 관련의 댓글을 달았는데,
 온라인 게임인 파이날 판타지 14 플레이어들 사이의 실화 소재의 창작 작품이고, 이 플레이어는 게임 프로듀서와도 알고 지내는 네임드 플레이어여서 일본에선 더 화제가 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빛의 아버지'의 이야기 자체는 현실에서 소원해진 아버지와 아들이란 흔한 소재인데, 아버지와 아들이 어쩌다 온라인 게임 속에서 만나게 되고 오랫동안 초보자들을 도와준 네임드 플레이어였던 아들이 아버지를 몰래 '버스 태워준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머 사실은 좀더 디테일이 있지만요…)
 원래는 웹소설 비슷한 것이었는데, 실화라 화제가 된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도 나왔고요. 영화는 국내 개봉도 했고, 드라마는 넷플릭스에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현실에서 이 작품의 중심이던 아버지와 아들은 단순한 화해가 아니게 됩니다만… (후일담이 나름 또 있어서요)

 그러고보니 한국에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라고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는 걸 소재로 하는 영상물이 나왔지만, 머 그 것에 대해서는 사실 굳이 언급할 가치가 있는가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이긴 합니다.



게임을 소재로 해서 엉망인 현실을 비꼬거나 하는 이야기는 은근히 나왔다 정도로만 받아 들여야 하겠죠.



그리고 어떤 삶이던 간에 존경을 받지는 못해도 존중할 만큼의 진지함과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 개인적으론 [브레이크에이지] 란 만화 작품에 대해서도 더 언급을 하고 싶습니다.
 90년대에 나온 만화고, 이제는 이 작품의 시대인 2007년도 과거가 된 현재입니다만, 긍정적인 방향에서 바라본 게임을 소재로 하는 근미래 SF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데인저 플래닛'이란 제목의 가상현실 멀티플레이 대전게임 비슷한 게임이 대 히트한 세계인데, 그런 세계관 안에서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이야기지요.
 데인저 플래닛 게임 자체는 자기가 타는 로봇을 만들어서 배틀을 하는 온라인이자 메카닉 소재의 좀 오덕스런 게임을 소재로 하는 만화인데…
 소년 플레이어가 소녀 플레이어를 만나는 전형적인 보이 밋 걸 이야기지만, 이런저런 사연이나 게임 업계에 대한 나름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작중 등장하는 로봇 게임은 단순히 온라인 게임에서 갑옷 바꾸고 머리스타일 바꾸고 하는 식으로 캐릭터 외장 커스터마이징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타는 로봇을 직접 만드는데 이게 부품 단위에서 설계 제작을 하는 매니악한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선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데,
 어쨌든 엄청나게 인기를 모아서 아파트 입구의 상업 건물 놀러가듯이 남녀노소 애들이 학교와 집 중간에 자연스럽게 가는 곳처럼 오락실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하여튼 지금은 거의 사라진 '대형 오락실'인 어뮤즈파크 부류인 코니 팔레스라는 곳에서, 작중 게임의 콕핏형 체감 기계들을 통신 연결해서 팀 배틀이나 난입이 행해지는 여러가지 방식의 플레이를 할수 있는 게임이었다 정도인데…
 개인 디스크를 사용해서 개인 전용기 제작을 하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름 오래되었지만, 요즘은 아이템 구매나 뽑기 등 기타 관련적인 측면에 있어서 상업성과 도박성 관련 문제가 더 크게 다뤄지고 있기도 하네요.

 이 만화는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락실이 사라지고 PC방도 사양세 느낌이 되어가는 현재에 있어서 다른 세계선의 '대체 역사'를 보는 근미래 SF 소재의 작품이란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작품의 특징은 '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간격에 대해서 나누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플레이어였던 주인공이 기업 쪽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걸로 시작했던 히로인을 만나서 실제 제작 쪽에 관여하게 되며 그 와중에 이런저런 드라마가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용 까발림이 되니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의 히로인은 '복수를 위해서' 게임을 계속 했다가 주인공과 만나서 '행복해지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 식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기도 하거든요.

 결국 주인공과 히로인은 맺어져서 애도 낳게 되는데 어쨌든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들 다음 세대는 주로 온라인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식으로 작중에서 계속 카피 등으로 말이 나오고요.

 게임이건 어떤 취미나 게시판 활동 등등의 모든 행동은,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그러는 것은 잘못이겠지요.
 하여튼 결국 다들 말조심 행동 조심을 해야 할 것입니다.


 = 사실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는 것만을 말한다면, 과거 서양 애니메이션 [용들의 비행]이 있었죠.
 이게 '공룡아 불을 뿜어라'라는 제목으로 로컬라이징 되어서 국내 공중파 방송도 하긴 했었습니다만, 어쨌든 간에…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하는 '비디오 게임'이 아니라, 보드 게임 부류인 판타지 소재의 주사위 게임이었습니다만, 용이 있고 마법이 있는 판타지 세계관이다 보니 판타지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였던 것이지요.
 설정적으로는 마법이 힘을 잃고 과학이 득세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 세계 사람을 불러와서 자기들을 돕게 시킨다는 식이었지만, 보드 게임 세계관 설정이었던 것처럼 그려지는 작품이었다고 기억합니다만, 어쨌든 게임 소재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원더우먼 TV드라마 에피소드 중에서도 잠수함 게임 하는 게 나오는 게 있긴 했었죠.)

 어쨌든 결론은 머…, 그냥 뭘 하던 간에 열심히 하고 잘 살아보자~인 것입니다만, 이 시간이 되도록 잠 못 이루고 시간 낭비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슬프네요.
 사실 저는 오락실 꼬마이기도 했고, 애플로 시작한 중늙은이 게이머이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어느 쪽으로도 이름이나 기타 어떤 결과물을 남기진 못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오락실 관련 내용의 번역서 책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스스로 보기에는 참 추레하고 그냥 막사는 중인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타인의 삶에 대해서 부러워하지만 질투하거나 깔아뭉개고 싶지는 않습니다.
 머 그냥 사는 거죠.

 하여튼 쓸데없는 소리가 길어졌습니다.
 다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새로이 다가올 주초를 잘 지내실 수 있기를 빕니다.

:DAIN.


2024-03-31

2024년 3월 마지막 주의 영상물 몇 가지에 대한 단상


3월 마지막 주에 이것저것 본 것들의 소개 비슷한데, 

사정없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뭘 써도 굳이 찾아보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넷플릭스 [스내푸(영제 : Hidden Strike)] 



한국인에게는 명절의 단골 게스트였던 성룡과, WWE프로레슬링 선수였다가 지금은 근육질 액션 배우로 반쯤 전직한 존 시나가 같이 나오는 좀 쌈마이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단은 미국영화 취급인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현재 imdb 등에서는 일단 15금의 TV영화 취급인 모양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자막 번역은 조금 미묘한 기분입니다.

쌈마이라고 말했지만 돈은 제법 들어갔고, 중국 내륙쪽 어딘가 풍경과 셋트를 활용해서 합성해 찍은 CG배경 속에서 성룡과 존 시나가 나름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입니다만,

일단 설정상 무대는 중동 바그다드 밑의 아라비아 반도 사막 지역 어딘가고 바닷가와 가까운, 아마 홍해 근처 사막 어딘가겠거니 입니다만 종종 보다보면 중국 사막 티가 나는 부분이 나와서…

하여튼 근미래에 석유 공급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고 중동 사막에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연료를 둘러싼 분쟁 지역이 생겼다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투자해 만든 원유시설과 정유 공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테러리스트가 나와서 기름을 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거지요.

해서 영화 초반은 사막에서 버기 차량들이 기름과 중국인 기술자 등을 태우고 달리며 뭔가 쪼끔 매드맥스 짭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부분은 그닥 재미는 없지만 일단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거니까 초반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고용한 PMC부대의 대장인 성룡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뚫고 석유 공장에 도착하자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 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존 시나는 과거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미군 복무를 하다가 용병으로 전직한 인물인데 용병 생활하면서 아버지를 잃어서 사막에 눌러앉아 작은 마을을 지키는 요짐보 비슷한 일을 하며

중동 동네 애들과 캐치볼하면서 놀아주는 '동네 형'처럼 살고 있는 인물인 모양인데, 용병 집단의 인물이 찾아와서 공장에서 기름을 터는 일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래서 중국인을 지키는 부대의 성룡과 용병 부대의 조력자 입장이던 존 시나가 만나서 한판 붙게 되고(이 성룡 VS 존 시나는 짧지만 나름 볼만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연유로 서로의 사정을 알아가면서 배반을 때린 석유털이 용병부대를 힘을 합쳐 물리치는 버디 액션물이 됩니다.


머 사실 성룡은 늙었고 그의 젊은 날 스캔들 때문에 딸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이런저런 입술놀리기 거리입니다만, 하여튼 그래서 이 영화에도 성룡의 가족 이슈가 나옵니다. 

아마 22년 이었던가의 영화 [라이드 온]에서도 성룡은 가족과 소원해진 중늙은이로 나왔었죠. 

중국인을 보호하는 PMC 부대의 설정은 [뱅가드] 등의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성룡이 찾아오는 석유 공장 관계자로 작중 설정상 성룡의 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 끝에서는 딸과 어느 정도 화해를 이루어내죠.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부분은 좀 장면 전환이 느리고 지리하지만, 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의외로 정석적인 성룡 헐리웃 영화의 조합이 됩니다. 

[러시 아워]시리즈처럼 성룡과 미쿡인 한명이 팀짜서 액션을 하는 거죠. 존 시나는 처음엔 적이었지만 버디가 된 이후로는 꽤 열심히 잘 도와주고,

작전 중의 커뮤 관련으로 나라별로 손짓 신호의 차이나 어눌한 영어+중국어 사용(존 시나의 중국어!)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의도 밖의 불소통 코메디가 조금 웃깁니다. 

덕분에 악당은 좀 싱겁고 액션도 대단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 아워2]와 [용형호제2] 중간 정도의 재미는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막판은 차량 갖고 슬랩스틱을 하는 지경에 도달합니다. 초반의 매드맥스 짭스러운 사막 모래폭풍을 뚫고 공장까지 가는 부분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굳이 막판에 나오는 데에 있어서 이 영화의 액션 순서는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나쁘진 않고 꽤 유쾌한 슬랩스틱 차량 액션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괴이하다 싶을 정도의 집착이 없고 순수하게 차량을 몇회전 굴리느냐 따지던 007 카지노 로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후일담과 NG장면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나름 유쾌하지만 진중한 부분도 있는 양키였던 존 시나였지만 NG장면에서는 (원래 설정이 그랬던 건지) 경박하고 색드립 농담을 날리는 부분도 꽤 나옵니다.

굳이 말하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황야]였던가 하는 넷플릭스 영화와 비교해야 하겠는데, 액션씬의 비중이나 질에 있어서 그 황야 뭐시기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속도가 떨어진 성룡이지만 여전히 지형지물을 사용한 액션이나 힘캐인 존 시나와의 협조로 펼치는 액션은, 외려 7080년대 홍금보와 나오던 액션 영화들도 좀 생각날 정도로 요즘엔 유니크한 영역이긴 합니다.

성룡의 속도가 떨어진 덕분에, 성룡과 존 시나가 옛날 홍콩 무술영화 식으로 권격의 합을 맞추는 나름 진기한(?) 장면도 잠깐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한번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머 전통적인 반복인데 근래에 잡화점의 기적이나 라이드 온 같은 드라마 영화에서 성룡을 보던 입장에선 간만에 올드스쿨 성룡 액션이라서 조금 더 관대하게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룡 팬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존 시나의 팬을 위한 영화기도 하네요. 레슬러 시절의 건전하고 적당히 막무가내인 해병캐릭터까진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에서 뭔가 좀 부족하달까 안 어울리는 인상이었던게 이 영화에선 괜찮게 보였습니다.

하여튼 별 생각 없는 액션 영화로 시간을 때워보고 싶은 분은 한번 볼만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추는 아니지만 성룡과 존 시나 조합 자체가 나름 흥미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3-11-09

더 마블스 잡담


간만에 극장에 갔는데, 


마블의 공격적인 극장용 연속 드라마 시리즈가 이젠 슬슬 관심도 빠지고 SNS 등에서도 스포일러 걱정 안해도 되는 게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이런 악조건에서 개봉한 영화 더 마블스…


아마 현 페이즈의 마블 영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옛날 디즈니의 TV 드라마 시리즈 "디즈니랜드" 같은 분위기인 영화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단독 영화 작품으로의 완결성은 어느 정도 굳히고 있기는 한데, 문제는 이게 나름 진지하던 전작 "캡틴 마블"과 비교하면 그냥 정신줄 놔버린 병맛 개그와 괴이한 전개 황당 시츄에이션의 연속이라…


일단 마블 영화 유니버스의 세대 교체를 확실히 어필하는 결말이긴 합니다.

이번 편 결말이 새로운 팀의 구성을 암시하면서, 아이언맨 1편 쿠키에서 닉 퓨리가 나오는 것을 자체 패러디 하거든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편이 나름 큰 스케일의 위기상황인데 CG와 예산 부족으로 지구 피해 상황을 제대로 안 보여주는 지라…

예고편만 봐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만 3명의 능력자가 이변으로 인해 능력이 얽혀서 만약에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능력을 쓰면 서로의 위치가 멋대로 바뀌어 버리는, 

이미 반쯤 슬랩스틱 코메디 스러운 상황인지라, 전개상 진지함은 나오기 힘들어지는 중인데…


지구에 있는 미즈 마블과 우주에 있는 캡틴 마블이 동시에 능력을 쓰면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아무래도 액션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산만해지기 쉬운 전개인지라

막 악당들을 줘패다가도 갑자기 위치가 바뀌면서 역으로 쳐맞는 상황이 이어지니 이건 위기도 아니고 개그도 아닌 전개가 되어버려서 보기 좀 괴롭게 느껴질 부분도 있을 지도요.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나름 인물들의 트라우마 적인 상황과 이런저런 은원이 해결되는 이야기기는 해서…

이야기 자체는 여자 셋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야기라,

근데 뭐 딱히 PC니 페미니 뭐니 말 하기도 뭐하네요.


무엇보다 이번편의 빌런이 막판에 지구의 태양을 자기네 별의 죽어가는 태양 대신 쓰겠다고 시공을 찢어버리는 대 위기 상황인데, 

막상 악당 부하들이 지구에 오기 이전에 대부분 다른 별에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막판에 지구 위기의 대규모 위기~인 상황인데 졸개 없이 보스급 빌런과 마블즈 3명만 싸우는 조촐한 액션이 되어버린다는 문제도…

마블 영화 세계관에서 쉴드가 지구 내 사건을 담당하는 비밀 조직이었다면, 쉴드 대신 우주에 나간 비밀 조직 세이버가 있었고 닉 퓨리가 세이버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 세이버가 이런 지구의 거대한 위기 상황에서 별 하는 일 없이 대피하기 바쁜 건 블랙 코메디 같은 조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되서 그냥 막 병맛이구나~하고 웃기도 뭐한 전개인데…

그리고 그 위기 해결을 맡는 구즈는 이번에 대량의 우주고양이 아기들을 까서 막판 클라이막스의 세이버 우주기지 대위기~ 같은 핀치 상황에 맥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만, 

(아니 진짜 이럴려고 플러큰 내보낸거냐 퍼킹 플러큰~ 싶기도 하고)

하여튼 결과적으로 보스 급 빌런은 마블즈 3명이서 어떻게든 처리하고, 세이버 우주 기지의 위기 상황은 구즈와 우주고양이들 대활약(…)으로 커버되고, 

어째 닉 퓨리는 초기의 진중한 이미지가 그냥 웃기는 직장 꼰대 상사 취급이 되어버려서 한숨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번 편은 정말 수위를 낮춰서 닉 퓨리가 욕을 거의 안합니다. OTL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일본 특촬물 극장판 "울트라맨 사가" 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디즈니랜드' 연속 드라마 수준인 겁니다. 


우주물똥 아바타 따위에 CG기술 투입된 거 10분의 1만 여기에 돌려도 액션이나 우주 묘사가 조금 더 괜찮았을까 싶기도 하고,

박서준 불러서 뮤지컬 시킬 돈이 있었으면 일본 JAC 불러와서 액션 시켜도 이것보단 나았을 것 같기도 하고…


주연급 3명이 모두 액션 전문은 아니라 막판엔 액션 합 맞추는 것도 포기했는지 악당 당하는 것도 제대로 안 보여주고 점프 컷도 나올 지경이라 

액션을 기대하신 분은 '위치가 바뀌는' 조건 한정 액션이란 상황 자체는 신선해도 결과적으로는 하품만 나올거고,

그렇다고 위치 전환이란 코메디 시츄가 만들기 좋은 병맛개그가 완벽하게 살아 났냐면 그런 것도 아니고…


머 그래도 접근하기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드라마 완다비전과 미즈마블 하고 전작 캡틴 마블 정도만 보고 오면 기존 영화는 안봐도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가오갤 1편의 로난을 기억하지 않으면 이번 편의 악당이 아 로난과 크리 제국 쪽 인물이구나 파악하는 게 느릴 수는 있겠습니다. 

(사실 하는 짓도 로난과 비슷한지라)


종합적으론 대체 뭘 하고 싶냐 싶지만, 앞으로 마블 영화들이 디즈니 아동 드라마 수준 이상으로 수위를 올릴 생각은 없다~라는 지향점은 확실히 드러내는 셈입니다.

덕분에 케빈 페이기는 무난한 시라쿠라 신이치로 였구나 라고 아는 사람만 아는 소리를 지껄이게 될 뿐입니다.


여기부터는 쿠키 내용 포함 스포일러입니다.


하여튼 그래서 억지로 부서진 차원의 벽을 매꾸는데 성공은 했지만, 모니카 램보는 찢어진 틈으로 떨어져서 어딘가 다른 시공간으로 떨어집니다.

캐럴 덴버스는 크리 제국의 행성 할라에 가서 죽어가는 태양에 에너지를 부여해서 태양을 되살리는 데 성공하는 히어로 일을 합니다.

미즈마블 카말라 칸은 2대 호크아이와 만나서 새로운 젊은 이들을 모아 팀을 꾸릴 것을 암시합니다.


쿠키에서는 모니카 램보가 엑스맨 세계관에 떨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어떻게 엑스맨이 MCU에 진입하게 될지 궁금하게 되었습니다. 



하여튼 스포일러를 보면 딱 이제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할 정도로만 나왔다 싶은 느낌입니다.

정복자 캉 배우 문제 때문에라도 그냥 데드풀 받아 들인 김에 ㅇㅅㅁ 쪽 세계관과 얽어가면서 평행 세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으면 싶네요.


딱 거기까지인 영화였습니다. 

샤잠 속편보다는 낫고 더 플래시와 비슷한 정도인데 엎어치나 매치나 정도인… 



아주 재미있다곤 못하겠지만 요새 CG떡칠한 비싼 똥들 같은 영화들 보단 머 무난하게 볼 수 있는 TV드라마 스페셜 극장판 정도는 되네요. 

그런데 극장에서 보기엔 살짝 돈 값을 못하는데 그나마 TV에서 보면 더 재미없을 거라서 극장에서 보길 권하게 됩니다.


시리즈 팬보다 신규 10대 팬을 노리고 만들긴 했는데, 이거 좀 수위 너무 낮춘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밋밋하다 생각할 사람도 많겠네요.

결론은, 쿠키와 앞으로의 내용을 기대하면서 평가를 조금 올려서 10점 만점에 6점은 되는 영화라고 평하겠습니다.



:DAIN.


#영화 #마블 #MCU


2023-11-01

요즘 이것저것 본 잡담 - 그어살 / 플루토 등등



- 그냥 요즘 이것저것 본 잡담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일본의 TV방송국에게 팔려가는 상황에서, 
미야자키 영감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가 사실상 일본 내수로는 손익분기가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하여튼 한국 국내에도 개봉을 했고, 일단 지난 주에 보고 오긴 했는데…

결과물로는 "잘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기존 지브리 작품같은 부류의 재미있는 모험물이나 환상적인 체험을 바라는 사람들을 노린 물건은 아니다." 라고 해야 겠군요. 

D모 평론가 식이라면 '내용보다 주제가 앞서간다'고 할 수도 있겠고, 결과물 자체는 고퀄이지만 찬반이 갈릴 수 밖에 없는 물건이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설교적이느니 이중적이라느니 평가적으로도 이상하게 갈리는 모양이지만, 작품이 실제로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여유가 없고 할 말이 많은데도 이건 꼭 넣어야 겠다고 사족을 막 붙이면서 늘어진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지금 한국 사람들이 이 사람의 작품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뇌내에 받아 들일 정도로 여유가 없고, 작가 스스로가 그냥 곧이 받아들이지 말라 생각하면서 보라~라고 마구 이상한 어필을 하고 있는 지경인지라 피할 수 없는 논쟁이겠지요.

물론 개인적으론 "80살 넘은 노인네의 주책(이라고 쓰고 중2병이라 읽는 [왜가리 스트랜딩]"이라고 트위터 등에 농을 치고 있습니다만, 
일단 수우미양가로 치면 '가'에 놓겠지만. 이건 최악이란 게 아니라, 볼 가치가 있는 가작이란 소리입니다.

센과 치히로~처럼 환상 속 세계로 들어가는 남자아이가 이것저것 겪어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남자아이를 어느 쪽에 놓고 보느냐 감정이입이 가능한가 등등이 평가가 갈리는 이유긴 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연출적이나 장면 등이 기존 미야자키 스타일의 집대성이나 자기 복제에 가까운 무엇인가 인지라 신선하다기 보다는 '잔잔하게 압박하는데 어떤 화끈한 폭발이 없는 채로 끝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우익이니 뭐니 같은 건 다 쓸데없는 소리고, 미야자키 본인이 구체적으로 반전이 어쩌고 하는 식으로 대놓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작가가 자기 어렸을 때 체험을 반추하는 무기공장 아들내미 설정이 필요 이상으로 어필되는데, 
무기공장 하는 아버지가 (센과 치히로~때처럼) '새로 이사온 집'에 무기 부품을 실어 갖고 와서 적응할 시간조차 줄여버린다는 그런 묘사가, 
외려 남자아이가 도피적 심리로 이상한 탑으로 뛰어드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그 안 좋았던 전쟁시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임을 드러내려는 건 확실해 보이고, 
이래저래 작가는 할 말이 많았고, 자기는 여러 작품을 통해 '꿈의 이야기'를 담은 장난감 블록들을 쌓듯이 작품관을 통한 세계관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자기가 쌓은 세계관인 그 블록들이 악의로 물들거나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인지 그에 대한 변명과 안타까움을 표현한다는 느낌입니다.

하여튼 불만점은 많지만 이 영감님은 자신있는 달리기 같은 액션 연출이나, 아름답지만 어딘가 뒤틀린 느낌의 환상 속 세상을 그냥 쓱쓱 그려서 덕지적지 붙인 배경 위에다가, 
자기 생각과 사상을 적은 메모를 마구잡이로 덕지덕지 덧붙인 꼴라주 같은 거대한 덩어리란 말이지요. 

머 개인적으론 어린 조카들이나 저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개인의 반응은 자기 생각으로 비춰보는 거울 같은 딱 그 정도의 작품이네요.


= 또 하나는, 넷플릭스의 [PLUTO(플루토)] 애니메이션 인데…


일단 혹시나 모르실 분을 위해 전제를 깐다면, 20세기 소년이나 마스터 키튼 등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데즈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의 대표적 에피소드 하나를 기반으로 만든 리메이크 만화 [PLUTO]의 애니메이션화 작품입니다.

사실 아톰이란 이름은 한국에선 21세기 들어서 반쯤 잊혀진 셈인데, 
(물론 2003년의 리메이크 판이나 미국 CG애니 아스트로 보이도 있고, 아동 채널에서 진짜 아동용 아톰 애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그건 진짜 논외고…)
이 작품은 비교적 근래에 나온 리메이크 작품 기반의 애니메이션이라, 아톰을 몰라도 상관없는데 아톰을 알고 보는게 낫긴 할거란 생각입니다.
PLUTO의 각색자 우라사와 나오키는, 드라마는 계속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름 잘 짜지만, 실제 내용의 완급이나 흐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질 작가라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우라사와의 대표작 급인 마스터 키튼이나 20세기 소년이나 재미있게 본 편이지만,
아톰의 주요 에피소드 중 하나를 리메이크한 PLUTO는 도중에 때려치워서,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완결을 본 셈인데,
생각보다 요즘 일본의 '무지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양비론' 작품이어서, 데즈카 생존 상태에 나왔었으면 욕 먹기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것이야 말로 지금 나오는 게 "타이밍 안 좋네" 싶을 물건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 생각하면 너무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무난 이상의 높은 작화 수준을 유지하면서 공을 들여 만들긴 했는데,
내용적으로는 원전이나 데즈카 작품들에 공통적인 주제 그대로 반전(反戰)을 주장하는 물건이지만, 정작 미국에 해당하는 가상 국가나 작품의 주요한 기반이 되는 적대세력인 중동계 국가 모두를 아울러 까는 양비론이거든요.

최강급 힘을 지닌 로봇들이 개인의 뻘스런 욕망 때문에 무의미하게 싸워야만 했던 원작 아톰의 '지상 최고의 로봇' 편에서 이어지는 반전이란 주제는 플루토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원전보다 훨씬 음모론적인 설정과 로봇 개별에 얽히는 비극적 드라마과 결론에 이어지는 과정 자체는 좋았음에도 중간중간의 미묘한 비꼬임이나 미국 역할의 국가 원수가 벌이는 뻘짓을 보면 요즘 정치적 사안이 떠올라 편하게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자기 국가의 이익 때문에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인 로봇들의 파괴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이 과하게 드러나면서, 풍자라는 영역을 넘어서 좀 기분 나빠 보일 정도까지 간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전쟁과 테러가 이어지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풍자나 정치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거의 우화적인 영역에 가는데, 인간과 로봇의 기준과 차이에 대한 (소위 인간과 로봇의 정체성 어쩌고 따질 수 있는 내용의) 부분도 상당히 심각한 주제지만 적당히 일본스러운 수준에서 끝나버립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아톰 더 비기닝"이라고 아톰을 만든 텐마 박사와 코주부박사로 유명한 오챠노미즈 박사가 젊었을 때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만화가 나오고 애니화도  되었습니다. 
이 "아톰 더 비기닝" 쪽이 애니메이션으론 평범하지만 '못 보던 이야기'를 보는 거 자체가 좋았고, '제타 마르스'의 카메오 출연이라던가 팬서비스에는 PLUTO보다도 더 충실한 편이어서 개인적으론 이 쪽도 좋았는데,
그래서 PLUTO 애니가 나빴냐 하면, 개인적인 만족도는 사실 '그어살'보다도 조금 더 좋았습니다. 
밤에 틀었다가 철야로 8화 완결까지 한번에 다 봐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이건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25분 짜리도 아니고, 미국 TV드라마 시리즈의 50~55분 짜리의 긴 물건이라 실제 분량을 치면 8시간 16화 정도라 요즘 1쿨 13화 애니들 보다 좀 더 길고 충실합니다.

다만 요즘 한국 사회 분위기를 보면 이건 정말 편하게 볼 수 없는 물건이라 매우 거시기하네요. 
테러는 계속되고 증오는 연속되는데,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돼지는 인형 같은 창작물 속 정치가들이나 힘이 있는 기득권들보다도 못하단 말이죠. 



- 그리고, '스콧 필그림' 애니판 PV와 오프닝 영상이 공개되서 봤는데, 

서양 만화 원작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쪽 일본인 스텝들을 많이 데려와서 만드는 물건인데, 실제 오프닝 퀄리티는 그렇다 치고, 오프닝 주제가가 일본어… 입니다.
원작자는 캐나다 쪽이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팔린 만화 원작의 애니판이라 일단은 서양 애니 취급해야 할 물건인데, 일본어 주제가가 나오고 있으니 기분 묘하더군요.  
필리핀 버전 볼테스 레거시에서 필리핀 사람이 일본어로 부르는 주제가보다 이 쪽이 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머 일단 원작 내용을 다 살리긴 할 것인가 좀 궁금한데, 그 와중에 실사판 배우들을 성우로 쓰는 건 나름 팬들에 대한 어필이겠습니다만, 
하여튼 오프닝만 보면 "괜찮을까~ 이대로 괜찮을까~"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머 나오면 보기는 보겠지만 이건 진짜 예측하기 두려워지네요.

원작도 사실 무뇌 직전의 요즘 젊은이들의 공허함 등등을 그냥 날것으로 던진다는 유치찬란한 묘사여서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어울리긴 했는데, 정작 영화가 먼저 나왔죠…
애니가 잘 나오면 좋겠지만, 제가 바라는 방향은 아닐 것 같은 게 아쉽네요.


= 요새 이런저런 일이 밀리고 있어서 삶이 팍팍한 기분인데 이것저것 보는 것들이 다 팍팍한 기분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결코 안정은 바랄 수 없는 위기 상황인데, 우리 위에 서있는 돼통령이 사이비와 극우스러운 부류에 휘둘리며 설치고 있는 꼬락서니가 [플루토]의 국가들이 하는 꼬락서니와 비교해도 구리단 말이죠.
현실은 난감함을 넘어 답답함에 그저 한숨만 나오는데, 창작물조차도 편하게 볼 수 없는 현재는 더더욱 난감할 뿐이네요.

연말이 얼마 안남았는 데, 다들 힘든 23년이었지만 "줄일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고 입 안에서 되새기면서 계속 버텨야 하겠네요.


:D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