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3
바람의 검심 : 실사영화판 (2012)
# 2013년 새해 첫 오덕질(?)은, 벌써 끝난지 10년이 넘은 왕년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의 개봉 전 시사회 감상이었습니다.
예,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연말 12월 22일 개봉 예정이었던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의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
2012. 8.25. (일본개봉일)
한국 개봉은 2012년 12월 22일 예정이었는데, 27일 예정으로 바뀌었다가 이후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개봉이 밀려서 2013년 1월 3일 개봉이 되었군요.
하여튼 이런저런 파행 때문에 1월 2일 저녁에 이벤트 시사회가 있어서 그 쪽으로 보게 되었습니다만,
시사회 치고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볼 사람은 거의 다 시사회에서 다 보는' 수준이 될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하여튼 보고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한번 날려먹어서 글의 정리랄까 마무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말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면 원래 그런 건 아니고 두번 고쳐서 쓴 글이라 그렇게 되었다고 양해 바랍니다.
- 뭐, 영화는 그냥저냥 좋았습니다.
일단 결론만 말한다면, 켄신 실사판 영화는 우선 "한번 볼 만하다"는 수준은 됩니다.
국내에서 불특정 다수가 봐도 무조건 흥행할 만한 급이라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는데, 일본 문화나 칼잡이 영화 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한번 봐도 시간 아깝다~는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를 봤다면 각자 생각하는 캐릭터와 액션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점도 있고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므로 한번 볼 정도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예, 이 영화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배급한 일본 국내 말고도 수출을 염두에 둔 세계구 대상의 영화입니다만, 실제로는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흐름을 따르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잘 만든 소품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다만 스케일이 작다거나 아기자기한 영화라기 보다는 옛날 80년대 성룡 영화 "프로젝트A" 같은 느낌의 액션 모험물 느낌으로 보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에 (꼭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어울리는 배우들을 데려다가 적당히 만화스러운 개그와, 적당히 만화 원작이란 걸 상기하게 만드는 (조금 오버액션 기미가 있으며) 또한 나름 허풍이 많고 만화스러운 활극다우면서 원작이 갖던 진지한 부분도 그럭저럭 살려내고 있습니다.
뭐 국내에도 더빙 방송한 '가면라이더 덴오'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변신 히어로 덴오를 연기한 주인공 배우 사토 타케루가 켄신으로 나오는 게 나름 반가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인 캐스팅인 의외로 원작 만화의 이미지에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만화 속에서 튀어나왔다~할 정도로 닮았다라는 게 아니라, 이미지에 충실해서 그럭저럭 어울린다~라는 점인데 단순히 배우의 인상이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도 배우의 연기력을 생각한 작중 비중 배분이랄까 그런 식으로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 원작만화를 보지 않은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일단 주인공 켄신은 일본이 서양문물에 개화되기 직전의 막부 말에 막부를 전복시키고 개화를 하겠다는 일종의 혁명집단인 유신 측에서 정부의 군대와 싸웠던 전설적 암살자이자 최고급 실력을 지닌 무사='칼잡이'입니다. 영화에서는 프롤로그 부분에서 전쟁 중에 사이토와 스쳐지나가는 부분이 그려지며 전쟁이 끝나면서 칼을 버리고 모습을 감추고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본편은 이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자세한 스토리나 다른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 캐릭터 관련 이야기부터 들어갑니다.
주인공 켄신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 직전의 내전 중에 칼잡이로 활약하다가 나름 깨우친 바가 있어서 불살의 맹세를 했지만 배운게 검술 뿐이라 칼을 버리진 못하고, 칼날이 칼등에 있는 '역날'이라 보통으로는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가진 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입니다.
켄신 역의 사토 타케루는 굉장한 명연을 펼치거나 하지 않지만, 원작 만화에서 켄신의 말버릇이나 상황에 따라서 말투와 억양이 바뀌는 등의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에 충분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약간 만화적인 과장이 섞인 액션 연기에 있어서도 과거 변신 히어로 연기를 맡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원작에선 켄신은 결국 칼잡이라 칼이 없으면 약해지는 걸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사판에서는 검술 이외에도 권법도 사용하며 기본적인 격투 능력이 있는 걸로 묘사되고 있으며, 영화 초반에는 역날검도 뽑지 않고 주먹만으로 싸우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역날검을 뽑는 식으로 연출되어 있어서 나름 원작의 주제 의식에 충실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켄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나 과거가 드러나면서 목소리가 바뀌는 부분이나, 분노나 격정을 드러내는 부분 등등은 이래저래 아주 좋다고는 못해도 나름 인상적인 연기입니다만, 역시 만화적인 캐릭터에 어울리는 인상에 배우의 곱상한 미모가 실사판 켄신이란 캐릭터에서 최고의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의 보이쉬한 이미지보다는 풋풋한 청년의 인상입니다만…)
'일단은 히로인'인 카오루 역의 타케이는 만화와는 약간 이미지가 다르지만, 내란이 끝나고 10년 뒤 시대에 평화로운 세상의 소녀 이미지에는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연기가 좋다고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는 정도군요.
그리고 소년 만화에 따라붙는 어린 꼬마애 역할인 묘진 야히코는 원작에 비교하면 비중이 줄었는데 원작에선 나름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실사판에선 감초이자 꼬마 개그맨 역할로 굳었으며 아역 배우도 그냥 평범하게 이미지가 겹치는 정도이지만, 뭐 카오루와 옥신각신하는 개그 포지션에는 괜찮고 (카오루의) 요리 솜씨 갖고 개그치는 부분에서는 제법 괜찮은 싱크로였습니다.
메구미 역의 아오이 유우는 역시 원작 캐릭터와는 이미지가 조금 다르지만 그럭저럭 실사판에서 그려지는 메구미라는 캐릭터와 어울리기는 하는 인상이긴 한데, 막상 메구미란 캐릭터에 대한 실사판 작중 해석에서는 원작의 성숙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주위에 휩쓸리는 인상이라서 취향을 탈 캐릭터가 되어버렸다고 하겠습니다.
사가라 사노스케는 원작에서 나름 중요한 부분이었던 적보대 이야기가 통체로 들려나가면서 켄신과 함께 실사판에서 과거가 세탁된 편입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속편에서 켄신의 과거가 다루어지는 것과 같이 사노스케의 과거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실사판 영화 본편에서는 그냥 동네 건달이자 싸움꾼 역할에 충실합니다. 배우도 원작의 까칠한 이미지 보다는 그냥 '동네 바보 형'으로 승화되어 버려서 묘합니다만, 액션적으로는 켄신의 빠른 검격 액션과 구별되게 크고 둔중한 참마도를 휘두르고 하면서 나름 박력있는 '개싸움'을 보여주는 등 눈요깃감으로 충실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역시 역사적으로 봐도 이 사노스케란 캐릭터의 사연도 그냥 넘어가긴 뭐한데, 주인공 켄신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름 무거운 과거가 있는지라 실사판만 보신 분이라면 원작 만화의 사노스케의 과거 관련 에피소드들 (초반 1,2권과 이후 몇몇 에피소드) 정도는 챙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의 인기 캐릭터인 사이토 하지메 역의 에구치 요스케는, 만화에서의 마르고 샤프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무게감을 주는 언동과 어울리는 적절한 똥폼의 구사로 나름 멋지게 실사판 만의 사이토를 재해석합니다. 특히 거의 유일하게 원작 만화에서 그려졌던 '필살기 연출'을 그럴 듯하게 자세를 잡아주는 팬 서비스를 괜찮게 소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역시 사건의 유기적 연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래 원작에선 사이토가 등장하지 않던 부분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판에서, 본래는 더 나중에 나오는 캐릭터가 빨리 등장해 버린 꼴이라 본의 아니게 '내용 까발림'이 되어버리는 셈이지만, 그래도 사이토가 켄신이란 캐릭터에 대한 대칭점이면서 켄신과 비교하면 '전쟁을 함께 겪은 세대면서 전후에도 전쟁때처럼 사는' 반대 입장이란 측면에서 작품의 주제를 말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라, 원작보다 빨리 등장하게 된 것은 영화판 만의 각색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중반에 흐르는 켄신의 과거 회상 씬에서 뒷 모습만 등장하는 (영화에선 비중이 없는 2번 히로인…) 토모에는, 원작보다 비중은 줄었고 인상도 약합니다만 아무래도 속편이 나온다면 결국 다시 과거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을터이니, (토모에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는 속편에서의) 캐스팅 쪽에서 어떻게 될지 조금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왜 켄신이 떠돌이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측면에서, 원작 만화에선 19권 넘어서나 등장하는 토모에의 이야기도 미리 살짝 등장한 셈인데, 토모에가 켄신이 죽인 희생자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회상 씬의 연출 자체는 평범하지만 나름 인상은 강합니다.
역시 이 부분도 영화만 보는 분에게는 '그냥 슬피우는 희생자의 가족'으로만 다가오겠지만,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속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나름 안배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미묘하군요.
뭐 일단 뒷모습 뿐이지만 실사로 그려진 토모에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속편의 캐스팅에 따라서 이번 편의 평가도 바뀔거라 생각됩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악역들인 간류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는 오버 액션으로 일관하지만 나름 싸굴하고 비열한 악역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음흉함은 원작의 간류가 '문자 그대로 그림처럼 그려놓은 썩은 악당'의 이미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악당 특유의 찌질함이나 막나가는 부분은 만화보다 더 그럴듯하게 캐리커쳐로 그려놓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삼인방은 형제인지 어떤 것인지 크레딧에서 지나가는 이름만으론 확인하기 미묘합니다만, 하여튼 이 캐릭터들은 묘하게 원작 최후반 인벌편의 4쌍둥이 악당이 떠올라서 은근한 개그가 되더군요. 묘하게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는 간류와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그나마 개그스럽게 유지합니다.
원작 만화에서 간류 편 이전에 히로인 카오루와 주인공 켄신이 만나는 첫 에피소드의 악당(이자 원작에선 막판에 다시 또 나오는 감초…?!)였던 히루마 형제는 영화판 본편에선 아무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들이 나름 빈 자리를 잘 매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카오루의 도장을 습격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몰락 무사들로 이루어진 건달들의 이미지는 이 히루마 형제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어쩌면 원래는 여기서 잠깐 등장했다가 당하는 1회용 악당으로라도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마지막으로 원작 만화에서 간류에게 고용된 용병으로 등장하던 어X번* 일당은 유감스럽게도 본 실사영화판에선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간류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이 엑스트라 잡졸 악당들이 늘어나고 대신 원작 만화의 1대1 대결 장면의 비중은 줄어버렸습니다.
이런 변화가 속편을 위한 안배인지, 아니면 약간 허풍스러운 신완술 같은 기술들이나 회천검무 같은 만화적 필살기술의 연출표현 문제 때문인지 빠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이 실사영화판에서 '사연 있는 인물'을 더 늘리기엔 좀 벅찼을 수도 있으니까 적당하게 캐릭터의 수를 줄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
- 사실 이 '바람의 검심'이란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또 동시에 할 말이 없기도 하군요.
원작 만화의 경우 '속죄'라는 것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작품의 재미와 마무리를 망쳤다는 비평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실력을 감추고 숨어사는 의인이 약자를 지키는 소년대상 히어로물적인 정서가 아니라, 작품 전체적으로 '역사'라는 말로 넘어가게 되는 희생과 비극의 반복에 대한 나름 일관적인 흐름의 고찰과 비극적인 정서를 통한 강한 심정적 공감은 은근히 맛이 있는 '사극', 즉 옛날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제법 인상 깊은 물건이긴 했습니다.
하여튼 원작을 좋아하고 애니도 챙겨보고 이렇게 실사영화까지 보게 되었는데, 그런 멀티미디어 전개 과정에서 각각의 매체마다의 차이점이나 특징점이 제법 확실하게 편차가 생긴지라…,
뭐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각각 다른 비전을 가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으로는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실 원작만화가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하기도 했었고,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전형적인 배틀물인 TV판이 먼저 나오고, 또 취향은 좀 타지만 분위기 하나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나온 OVA '추억편'등의 결과물들이 각각 다른 느낌으로 좋게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실사영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막상 영화판의 뽑혀나온 결과물을 본다면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좋다고는 말 못해도 충분히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는 건 사실이거든요.
뭐 일단 이 실사영화판도 취향을 탈 수는 있습니다만 일단 누구라도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판단 합니다만…
우선 원작 만화를 본 사람에게는 강추는 못해도 실사판 만의 각색과 독자적 노선을 성공적으로 꾸며내고 있기 때문에 일단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추천할 수 있지만, 원작 만화를 전혀 안 본 사람에게는 그냥저냥 볼만한 칼잡이 액션 영화이며 역시 특별히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를 시킬 만한 접근성은 약간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사 영화판이 되면서 만화의 허풍스러운 액션을 나름 현실적인 느낌이 나게 바꾸고 실사의 세계에서 표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온다고 끌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일본 영화 중 고전급인 검격액션, 소위 부시도 영화~나 찬바라 영화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데에 몰두했다고 할까요.
어쨌든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결국 다른 매체인 만화와의 비교, 원작이 갖는 인기라는 팬덤이란 힘… 등등으로 흥행적인 면에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편인데, 이 영화는 만화 원작 영화로는 제법 만화의 이미지를 실사에서 잘 살려낸 편에 들어가고 그게 흥행에는 나름 보탬이 될 거라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만화를 보고 온 사람에게 먹히는 서비스 요소도 많으며,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를 100%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원작 만화의 팬인 입장에서도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만의 재미로 본다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난투와 칼부림 액션이 나오는 '일본 근대 개화시대를 다룬 칼부림 활극 계통의 역사 드라마'라서 이런 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 일단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면, 일본의 내수용 장르인 사무라이 또는 낭인이나 무사도물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피 튀기는 칼부림 액션, 소위 '찬바라' 계통의 액션을 가지고 무난한 현대화를 잘 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되는 만화 "바람의 검심" 자체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실제 내전과 분쟁의 시대인 막부 말을 무대로하는 '막말 시대극'인 탓에, 역사적인 무게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작중에서 액션도 많이 들어가는 '볼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우러났다는 점도 있고…,
(약간 정치적인 해석이 되지만) 또 무엇보다 주인공인 켄신이 소위 '혁명'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정치적) 문제에 자기 능력(+신념)을 갖고 끼어들었다가 큰코 다치는, 평범한 민초의 시선에서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역사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있고…, 뭐 문자 그대로 '나름 심각한 이야기'라 여러가지 해석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나름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원작 만화던 실사 영화판이던 말이죠.
막말로 우리나라의 누구처럼 정부의 개 노릇하면서 사람들을 물고문하던 작자가 이후 목사가 되고서 '위에서 시키니까 한것임~ 난 죄없음'하는 것에 비교하면, 이 작품의 주인공 켄신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칼잡이의 입장에서 떠돌이가 된 이후로 고뇌와 속죄를 한꺼번에 다루는 훨씬 진솔한 인물이라서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작 만화에서는 나중에는 주인공 켄신의 죄를 묻기 위한 복수자가 나오고, 기껏 평화로워진 일본을 전복시키려는 악당이 나오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커집니다만 그래도 일관적으로 속죄를 위해 '악당도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킨다'는 유치하다면 유치한 명제지만 그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가~ 같은 이야기를 나름 소년만화 수준에서 진지하게 계속 파고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원작 만화가 만화 특유의 판타지 성향 때문에 스스로의 진지함이란 무게에 눌려버렸다는 인상도 생겼습니다만, 하여튼 결과물은 불완전해도 그런 시도 만으로도 한번 볼만한 만화였기에, 실사판에서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이하 영화 본편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자 색깔을 바꿔서 잘 보이지 않게 했으니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드래그가 필요할 것 입니다…)
2007-04-29
다이나믹 히어로즈 1권
: '무쇠팔 무쇠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다이나믹 히어로즈 1권
- 책 자체는 만화책에 가깝다고 하겠, …이 아니라 만화책이 맞습니다만 풀 칼라에다가 묘하게 분위기 만으로는 이전 다이나믹 프로 작품들과 차이가 좀 납니다.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활자나 인쇄 매체로 나올 것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 플래시를 이용한 웹 코믹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물건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사실 이 인쇄판은 진짜 오리지날에 해당하는 '플래시 웹 코믹'의 내용과 분위기를 책으로 보는 것 정도이고, 웹에서 보는 것 이외에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 적 차원이기도 합니다. 사실 정말로 이걸 제대로 볼려면 웹 페이지를 매일 체크하면서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것이 진짜 바람직한 '시청'과 '관람'의 자세일 수도 있겠습니다.
뭐, 만의 하나 정말로 플래시 버전을 수록한 DVD-ROM 같은 게 발매되어 버리면 이 책 자체는 그냥 '기념품'에 가까운 물건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이 책은 결국 단순한 단행본이 아니라 일종의 수집용 archive로써의 가치를 쳐줘야 할 물건이겠습니다.
다만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내용의 작품'을 플래시 웹 코믹이라는 요즘 매체를 이용하여 전달한 것을, 역시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단행본 서적으로 다시 묶어서 본다는 과거와 현재가 뒤 섞여서 돌아가는 미묘한 감흥 자체만으로도 묘한 찡함이 오는 그런 물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내용적으로는 TV애니메이션 마징가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안 먹힐래야 안 먹힐 수가 없는 쪽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이 나와버린 탓에 단 타츠히코의 수퍼로봇대전 소설이나 마징카이저 OVA 같은 게 외려 패러랠 월드 취급을 받게 되어버린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지요. 정말로 이 쪽이 사실 상의 진짜 마징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후일담이자 제대로 된 속편인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 물론 따지고보면 데빌맨이나 다른 작품들은 그냥 인간 파일롯 캐릭터들을 돕기 위한 곁다리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그래도 등신대 캐릭터의 모험 액션과 거대로봇의 액션이 적당히 뒤섞인 덕분에 그리 위화감 없이 재미있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TV판 데빌맨과 큐티 하니가 수퍼로봇들이 설치는 이 세계관에서는 약간 위화감이 없지 않냐는 감도 있습니다만, '아스카 료 흉내를 내면서 시레누에게 잡혀가는 후도 아키라를 구하는 큐티 하니' 같은 평행 우주에서의 자기 복제와 원작 데빌맨에 대한 오마쥬 같은 느낌으로 반복되는 시츄에이션 만으로도 봐둘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 그런데, 이 웹코믹과 그 단행본을 보다보면 생각나는 것이 의외로 정통적인 일본만화 스타일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행본 편집 만으로 볼 때에 의외로 정통적인 일본만화라기 보다는 '아메리칸 코믹 스트립'의 스타일에 살짝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나레이션과 컷하고 중요한 대사 만으로 때우는 그런 진짜 정통파 아메코믹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일본 만화 스타일에서 약간 좀 느낌이 다르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아니, 단순히 구식 TV 애니메이션 그림을 풀 칼라로 보면서 그 위에 살짝 살짝 움직이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들어가는 표현 방식 차이 때문에 그런 착각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론 이 전에 보아왔던 원작 만화판이나 70년대의 TV 애니메이션 판과도 돌아가는 느낌의 차이가 느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책과 내용의 컨셉 자체는 의외로 옛날 TV 애니메이션 작품의 스타일을 표방하면서 묘하게 현대적인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의 표지 자체가 옛날 극장용 애니메이션 포스터 흉내를 내고 있고 (1권을 표시하는 '1' 숫자 위에 토에이 로고를 흉내낸 강담사 코믹스의 약자 'KC'를 달아 주고 있기도 하고) 어떤 의미론 구식 애니메이션 시대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고 패러디이기도 합니다. 사실 뻔뻔하게 <칼러 작품>이란 표시까지 달아놓은 데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옛날 흑백 작품과 칼라 작품이 공존하던 시대에 '이 작품은 칼라입니다'라고 포스터에 표기해주던 시대의 패러디인 것과 동시에, 이 책이 아메코믹풍의 풀 칼라 인쇄를 하고 있음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노린 거죠, 뭐.
- 이 책 본편 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이 책의 원점은 본래 PS1 용으로 나왔던 소프트 (게임이라기엔 뭣하고) '클릭만화 다이나믹 로봇대전'이란 물건입니다. 본래 PS1용의 디지탈 코믹 방식으로 스토리를 보면서 진행하던 소프트 '클릭만화 다이나믹 로봇대전' 시리즈가 결국 2편으로 미완성인 체 끝나 버렸기 때문에, 그 쪽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다이나믹 프로의 스태프들이 플래시를 이용한 웹 코믹으로 만들게 된 것이 이 플래시 웹 코믹 '다이나믹 히어로즈'이고, 웹 코믹을 단행본화 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리고, 이 단행본 책은 그 클릭만화의 의 리테이크랄까 재편집 버전이랄까 그런 느낌으로 나온 플래시 웹 코믹이 단행본이 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래는 플래시로 움직이는 장면이나 소리가 들어가는 물건이었던 만큼, 일반 만화책과는 느낌이 좀 다른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돈 좀 들여서 PS2로 '야루드라' 스타일로 만들어진 이 '다이나믹 히어로즈'가 나오는 게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신 겟타 TV시리즈나 이런 저런 애니메이션 작업들로 그런 예산을 빼앗긴 것인가 싶을 지경입니다. 사실 플래시 쪽이 실제 애니 제작보다는 돈은 덜 들고 가격대 효용비가 의외로 괜찮긴 하지만, 역시 아무래도 조금 아쉽긴 하거든요. 야루드라 스타일로 짜맞춰진 내용의 적당한 동영상으로 옛날 TV 시리즈 장면들을 회상 같은 걸로 넣어줄 수 있다면 바랄게 없겠습니다만.
하지만 이 플래시 웹 코믹의 결과물 수준은 의외로 나쁘지 않고, 단행본으로 옮겨와도 옛날 TV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림을 그대로 살려가면서 진행되는 것 자체는 옛날 그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꽤 먹히지만, 이미 수퍼로봇대전 같은 데서 적당히 변모된 그림들을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왠지 미묘하게 느낌이 어긋나 버린 위치에 그냥 남아 있다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또, 이 작품의 코지는 수퍼로봇대전 시리즈에서 그려지는 코지나 마징카이저 OVA의 코지와도 미묘하게 다르고, 또 그렌다이저의 TV판의 코지와도 사실 차이가 납니다. 이 쪽도 사실 그림적으로는 코마츠하라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적당히 현대적 스타일로 업데이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뭐 내용적으로야 마징가 시리즈 극장판에 나왔던 의문의 외계인들(오피셜로 뭐시기 별 외계인이라고 이름도 나오긴 했었는데…)과 닥터 헬 및 팬서 크로 등 악당들이 연합하는 식으로 다시 한번 설치는 것이고, 코지와 테츠야 등의 마징가 팀과 겟타 팀 연합에 데빌맨과 큐티 하니들이 비공식 멤버로 참전하는, 전형적인 마블이나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나 '시빌 워' 수준의 에피소드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옛날 작품들을 기억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후일담을 보는 자체로 기쁜 거고, 또 옛날 극장판 시리즈에서 미완으로 남았던 부분이 매꿔지면서 전체적인 세계관을 완성시켜가는 '그림 맞추기' 꼴로 다루어지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추억을 공감한다면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물건인 거지요. 요즘 슈로대로 마징가 시리즈의 팬이 된 젊은 층이야 "마징카이저는?" 이라고 묻고 마는 수준이겠지만요.
2005-10-19
선광의 론도(旋光の輪舞) Soundtracks
- 제목의 선광의 론도냐, 선광의 윤무냐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음악이 정말로 짧은 시간에 스쳐지나가는 선광이 될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될 것이냐…일 뿐.
하지만 어떤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라도 진짜 섬광은 자신의 잔상을 사람들에게 남긴다. 무수한 슈터들은 그렇게 믿는다, …고 생각한다.
선광의 론도 사운드 트랙
旋光の輪舞 サウンドトラック
# SRIN-1025
# 2005년 9월 30일 발매
# 2500엔
# 수퍼 스위프
# 디스크 1매 / 25트랙 71분 40초
※ 언제나처럼 경어와 반말이 오가는 요상한 감상문이 되겠습니다. 쓰다 말고 묻었다가 다시 음악을 듣다가 감정이 되살아 날 때 이어쓰는 그런 식이라서…
멈추지 않는 춤에 어울리는 선명한 아름다움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아케이드 용 대전 슈팅 게임 [선광의 론도]의 OST. 타이토의 음악 팀이던 준타타 출신의 Yack.이 선보이는 몽환적이랄까 전뇌적이랄까, 하여튼 뭔가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이 상당히 개성적인 물건입니다.
Zuntata(준타타)라는 이름이 갖게 만드는 선입관과는 다른 의미에서, 이 Yack이란 이름이 주는 인상에는 상당한 매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흔히들 갖기 쉬운 선입관 때문에 슈팅 게임의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살짝 비틀리면서 기괴하지만, 그 안에서 내재된 미묘하고 섬세한 느낌이 뒤섞인 것이 또 묘한 개성이 되고 있다고 할까요.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특유의 리듬감에 맞춰서 정말로 화면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현란함과, 여러 가지 심상이 들어 있는 은은한 멜로디가 뒤섞여서 게임을 안 해본 사람에게도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수작 게임음악, 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통파 테크노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전자음 특유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그 안에서 몽롱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 하나 만은 정말 여전히 아트 급으로 잘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음악이 게임에 잘 맞는지 여부를 떠나서, 그냥 음악 자체의 첫 인상만으로 나름대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걸물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음악이랄까. 이름 값 만으로도 충분히 추천가능한 그런 물건이기도 하지요.
= 사람에 따라서는 미묘하게 취향을 탈 수도 있지만 일단 한번 사볼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자켓에는 23트랙 까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음반에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육성을 사용한 '가짜 성우드라마'가 히든 트랙으로 2개 들어 있어서 총 25트랙. 하여튼 일단 지르고 봐도 괜찮을 법한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가격대 성능비로 봐서 요 근래의 음반 중에선 '따질 필요도 없이 무조건' 탑 클래스긴 하거든요. 물론 트윙클스타 스프라이츠 같은, 특정 취향의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들을 제외한다면 말이지요(웃음).
1. HI-ROUNDER
2. shift
3. assemble
4. North Star
5. Lucky Charm
6. Find the way
7. Inner Fire
8. Little Witch
9. Remember first rendez-vons.
10. C.C.
11. Vision of boys
12. Crossshine
13. Sentimental Journey
14. Brave Heart
15. Grey Lips
16. ツキノロンド
17. Idaflieg
18. Volley
19. WANTED:"True Pasta!"
20. charge !
21. Bind
22. Narukami
23. こんぺいとう
- 에, 국내에서도 특정 부류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음반입니다(웃음). 제 경우에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그 평가의 방향 자체는 일단 다릅니다. 곡 자체의 매력보다는 이 곡이 어떻게 작용할까 하는 상상하는 맛이 있는 그런 약간 과도한 '개성파' 적인 음악이라고 할까요.
유감스럽게도 이 앨범을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도 거의 다 그렇겠지만, 솔직히 국내에 안들어 온 게임이라서 저도 그렇고 이 앨범을 좋아하시는 다른 분들도 거의 다 본래의 오리지날 게임을 직접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말로 이 앨범 음악의 정수를 잡아 낼 수 있느냐고 할 수 있겠는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 게임음악은 게임과 잘 맞는다기 보다는 살짝 뜬 구름잡는다는 언밸런스 함과, 특유의 리듬감에 따른 묘한 flow를 느끼고 즐기는 그런 맛이 있다고 할까요. 물론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 음악이 캐릭터 테마로써 기계화된 폴리곤 머신들의 전투와 이펙트를 살려내는 데에 있어서 꽤 미묘한 인상을 줄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대전 게임에서 흔히 나뉘는 음악 방향이 '배경 효과 표현'이냐 '캐릭터 구현 위주'냐의 두 가지라고 한다면, 이 게임의 음악은 캐릭터 쪽이라고 보겠습니다.
즉 멜로디 자체는 게임 분위기와는 약간 안 맞고 겉도는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게임의 플레이 리듬에 맞춘 박자 감각이나 게임 상에 등장하는 캐릭터 자체가 보여주는 그런 이미지 같은 것에 몰입한 사람이라면, 이 음반의 기기묘묘한 텐션이 담긴 음악이 묘한 '행동의 반주'로써의 싱크로를 높여주는 그런 타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테크닉틱스의 그 테크노 음악들이 귀여운 캐릭터들의 뿅뿅 거리는 음혼 파괴에 정말 잘 어울렸던 것처럼 말이지요.
= 이 게임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잡지 사진 정도 밖에 모릅니다. 시스템 자체는 글을 읽고 해서 머릿 속에서 상상이 가지만, 그게 실제 어떻게 작용될지는 직접 스틱을 잡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라고 해도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게임음악 앨범의 게임을 다 해본 건 아니거든요. 단지,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통해서 게임에 대한 기대와 방향은 어긋날지 모른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애정 아닌 애정을 품어 볼 수도 있겠지요. 기대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감싸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애정을 말이지요.
어느 정도의 선입관과 어느 정도의 경험이 그런 '매칭'과, 게임을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게임음악에 대한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오히려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순수하게 음악적 수준과 그 멜로디의 '적응성'에 대해서 생각할 수가 있겠지요. 게임이 좋아서 음악 멜로디를 좋아하게 되는 거냐, 음악이 좋아서 순수하게 그 게임의 음악만을 즐기느냐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겁니다(어떤 의미론 변명입니다만).
이 게임의 음반은 게임을 몰라도 들을 수 있습니다. 실험적이라기 보다는 '심상' 이미지 그 자체의 표현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것을 듣는 청자는 자신 만의 '이데아'로써 형상화 시켜서 받아 들이면 됩니다. 저는 이 앨범을 캐릭터 중심의 앨범으로 받아 들였지만, 그냥 순수하게 이런 스타일의 슈팅 게임음악도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라고 받아 들일 수도 있고, 의외로 본 게임에서 이 음악들이 배경의 SF적이랄까 그런 몽환적인 백그라운드 BG와 잘 맞을 수도 있지요. 다만 효과음이 같이 들어가면 이 음악들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또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게임을 몰라도 음악 만으로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과, 미묘하게 실험적인 흐름이 강하다는 것 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큽니다.
반짝임을 잊지 말아요
저는 꽤 오래전부터 인간이 날아다니는 초능력자 대전형의 슈팅 게임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정확히는 보스 전이 대전형이었지요.) 그게 98년에 ESP.RA.DE.를 보면서 더욱 구체화 되었어요. 뭐 그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도록 하고.
일단 이 앨범에서 중요한 것은 곡들이 은근히 화면에 표시되는 것에 맞춘 리듬감이나 그런 것보다도, 좀더 몽환적인 이미지 구성 쪽에 몰두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특유의 비트라던가 살짝 어깨를 둥실거리게 하는 그 몽롱하고 환각적인 독특한(이라고 말하고 yack에게는 전형적인) 리듬이 처음 듣는 사람에겐 '이런 분위기로 슈팅 게임을 할 수 있겠나' 싶은 그런 애매모호함을 쫙 깔고 있는 '그런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앨범은 장르와 상관없이 그저 작곡자 자신이 갖고 있는 내재된 이미지를 소리로 풀어나가고 있다, 라는 그런 과단적이면서도 '일단 이거라도 들어보시죠' 하는 식의 조금 무미건조한 친절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보는 이 앨범의 중요 포인트는 심상입니다. 작곡자가 원작 게임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심상을 음악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고, 청자는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을 자신 나름대로 감상하고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 만으로는 듣기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이런 몽롱한 분위기 속에서 리듬감에 맞춰서 나무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거나 튕기면서 박자를 맞추는 쾌감 하나 만으로도 이 앨범은 들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설정이나 게임성 같은 건 일단 뒤로 재쳐두고 순수하게 음악 만으로도 즐거움과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망상의 재미가 있는 앨범이란 것으로 충분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공감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