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LOGUE

2023-10-15

알림


안녕하십니까. 
이글루스에서 블로그 하던, 
엄다인이란 작자입니다.

이 블로그는 과거 본인의 이글루스 블로그를 백업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었던 것입니다만, 잊혀진 체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현재 올라와있는 글들 대다수는 이글루스 시절의 일부 글을 테스트 삼아서 옮긴 것입니다. 
양식이 이글루스에 맞춰져 있어서 조금 이상하거나 달리 보일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언제 추가 업데이트가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볼테스Ⅴ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슴)

(의미불명 잡담) 볼테스 V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음) 

갑작스럽지만, 일본 특유의 장르 취급 받는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작품 중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필리핀에서 이 작품이 방송할 때 아주 인기가 있어서, 21세기 들어서 필리핀 방송국이 판권을 사와서 실사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한 작품이 나왔는데 이게 "볼테스Ⅴ : 레거시"란 제목으로 2023년에 방송되어 무사히 완결까지 끝난지 좀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된 데가 없지만 유투브에 올라오는 데가 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당연하지만, 원전은 1977년 작인 일본의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파이브)"입니다. 
국내에서는 '볼트 파이브'라는 제목으로 초반 부분이 대여점 비디오 용으로 출시가 되었고, 케이블이나 공중파 TV방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에서도 나름 명작 취급 받으면서, 나가하마 낭만로봇 시리즈 운운하는 전작격인 "초전자로봇 콤배틀러V"와 후작격인 "투장 다이모스"와 함께 3부작 아닌 3부작 취급 받는 연작이며, 그 중에서 드라마 적으론 평가가 높았던 편에 들어갑니다.

이런 작품이 본고장 일본도 아니라 굳이 필리핀에서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자체가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막상 결과물이 나온 걸 보니 원작을 잘 소화하려 노력했다는 것과 동시에, 적당히 현재 세계 영상물의 기준이 어디에 맞춰진 걸까 생각해볼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머 그건 이 글에서 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머 스포일러도 있고 하니 굳이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설명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먼 우주에 있는 보아잔 별(성:星)의 군대가 지구를 침략하려 하고, 이 사실을 미리 안 고우 켄타로, 고우 미츠요 부부하고 그 부부의 스승과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슈퍼로봇 볼테스Ⅴ를 가지고서 보아잔 별의 침략군과 싸운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슈퍼로봇 볼테스의 파일롯은 고우 부부의 자녀들 고우 켄이치, 고우 다이지로, 고우 히로시=고우 형제들 및 그 관련자들이고요. 
보아잔 별에서 온 침략군은 일단은 명목은 지구 정복이란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 자체 만이 목적은 아니고 실제로는 다른 정치적 상황적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라는 정도가 있었고요. 
그 유명한 "마징가Z" 이후로 정착된 1주일에 1화 방송하면서 아군의 슈퍼로봇 1대에 적군이 강력한 적수(거대한 괴수라던가 로봇이라던가)를 보내와서 대결하는 도식적인 전개를 따라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판 "볼테스Ⅴ: 레거시"에서는 전투의 비중을 좀 줄이고 대신 인물들의 드라마 쪽을 좀 더 보강해서 90화라는 꽤 긴 화 수로 완결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방송한다 어쩐다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군요.

머 어쨌든 요즘 분위기도 있고 해서 정치적인 이야기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할 건덕지는 많이 있었는데, 굳이 글까지 적을 필요는 없었지만… 일단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고쳤고 생각보다 달라졌습니다. 
특히 최종화에서 바뀐 부분은 거의 작품의 주제가 미묘하게 달라지게 되었고, 같은 드라마의 같은 내용이라도 받아들이는 국가의 문화나 정서적 차이 및 정치성 등등 여러가지가 달라지게 되었음을 다시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일본 원작은 흔히 로봇물에 대해 생각하기 쉬운 단순한 권선징악적 내용이기 보다는, 좀더 정치세력 대 정치세력이란 인상이 남는 데 거기에 적당히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귀족정이나 기타 등등 근대에 대한 동경이나 그런 정서 같은 것도 녹아있는 당시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1979년에 기동전사 건담이 나오면서 보다 현대전에 가까운 묘사 및 군수산업이나 기타 등등 현대적 소대가 중심이 되고, 다그람 이후론 로봇물도 한번 뒤집어 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설정 상 보아잔 별은 뿔이 있는 사람들이 왕족+귀족이고 뿔이 없는 사람들이 평민인 철저한 계급 사회로, 나름 높은 과학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왕정제를 고수하고 있는 지라 마치 중세 유럽 스타일의 귀족과 산업혁명 직전의 평민들이 미묘하게 알력이 있는 머 그런 정도의 사회 묘사가 이루어지는데, 보아잔 왕족과 귀족 중에서의 권력 다툼 중에 전 황제의 서자였다가 즉위한 현 황제 '르 잔바질'이 전 황제의 핏줄인 프린스 하이넬(왕자라기 보다는 대공 급이겠죠)을 지구 침략군으로 밖으로 내보내서, 만약 하이넬이 전쟁에서 죽거나 패전 책임으로 제거할 계획을 진행한 탓으로 지구가 엉뚱하게 침략 전쟁에 휘말린 셈입니다. (다만 이것도 나름 드라마의 숨겨진 비밀 때문에 단순히 휘말린 것만은 아니게 되지만요…) 

프린스 하이넬은 그래도 나름 개념잡힌 귀족이라 현 황제의 전횡에 불만이 있지만 일단은 자신의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 침략에 나서지만 그 와중에 출생의 비밀이나 여러가지 드라마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함께 지구 측에서는 볼테스 팀이 보아잔 별로 역공을 들어가고, 보아잔 별의 시민혁명군과 볼테스 팀이 연합하여 침략전을 막는 결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하여튼 결말을 보면, 일본 판에서는 결국 '시민 혁명'이 일어나서 평화와 재견을 위한 새로운 보아잔의 시작으로 결말 지어지고, 주인공들은 침략을 막는 구국의 모험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 드라마 판에서는 보아잔에 정당하게 새로운 왕족이 즉위하고, 주인공들은 모험을 끝내고 돌아와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언젠가 이런 일이 있으면 그들은 다시 뭉칠 것이다~ 같은 투로 디테일이 꽤 바뀌었다가 결론입니다. 

이게 일본과 필리핀의 문화적 정치적 차이 만은 아닐거고, 필리핀 리메이크 판이 그냥 후일담을 좀 더 넣고 인물 디테일을 추가하는 김에, 자기들의 '팬심'을 어필하는 "그 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투의 동시대적 공감을 요구하고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종화 마지막에 THE END나 FIN이 뜨는 것이 아니라 "VOLTES V : LEGACY WILL LIVE ON…" 으로 끝나거든요. 

일본 원판에서는 아직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나라 답지 않다 싶을 정도로 시민혁명에 중심 드라마가 실려있고, 보아잔 별의 지구 침략은 현 집권층인 왕가와 귀족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무리한 출병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반대파를 전쟁에 앞장세운 풍신수길과 임진왜란과도 겹쳐 보이는데, 필리핀 판에서는 그냥 재미있고 인기 있던 드라마 정도로 다루어져서 그걸 현재 필리핀 영상기술로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좀더 투명(?)해지고, 대신 주역들 간의 연애나 인간 관계들을 좀더 파고 들어서, 프린스 하이넬이 직접 지구인으로 변장해서 볼테스 팀의 기지에 잠입하는 등의 디테일이 추가되었습니다.

2015-03-01

빅 히어로


illusion Illusion

빅 히어로
BIG HERO 6

★★★1/2

 1문장 단평 : 돌고 도는 영향의 주고 받기


  - 미쿡 '애니메이션 무비'에서 디즈니가 백설공주로 장편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어서 5분의 막간극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깨버린 이후로,
 디즈니는 이쪽 업계의 선두에 서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 장편 극장용 '애니메이션 무비' 시장이 과거 전통적인 '손으로 그리는' 페인팅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에 의한' 모델링 작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디즈니는 선견지명으로 CG개발사를 세운 누군가의 '픽사' 때문에 기존에 고수하던 디즈니 식 애니메이션 작법에 크게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의 디즈니는 픽사를 포함한 기득권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보수적 미국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에 몰두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서 손으로 그린 과거 CARTOON 풍 느낌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이 작품은 과거의 페인팅과 현재의 모델링을 잇는 과정에서 디즈니 자신과 디즈니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다른 작품들,
  구체적인 일례를 들기는 애매하지만 이미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히어로물이나,
  왜쿡산의 로봇물 이나 기타 다른 작품들에서 왠지 한번 이상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다양한 내용들이 뒤섞인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는 인상이 듭니다.

  그런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운 느낌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디즈니의 전통대로) 따라붙을 비디오용 속편이나,
  혹시나 나올지도 모를 이 작품의 후속 TV시리즈에서는 가능하다면
  CG모델링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손그림의 느낌을 살릴 카툰 풍 '그림'으로 나왔으면 싶어지기도 합니다.

  = 단순히 종합 선물 세트~라고 말하기에는, 이 작품은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디즈니가 영향을 주었던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나, 일본 같은 다른 방향에 속한 작품군에서 받은 영향을
 딱히 숨기거나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덕분에 이것저것 뒤섞이는 과정에서 단순한 비빔밥 같은 게 아니라,
  맛이 뒤섞이면서 좀더 다른 맛을 이끌어낸 잡탕찌개라는 인상입니다.

  우선 딱 봤을 때 바로 와닿을 수 있는 메인 스트림인 미국식 코믹 히어로에다,
 일본식 마스코트 로봇 및 소위 세카이물 적인 특성이라던가
  그 밖에도 어느 나라인지 특정하기 힘든
  미묘하게 뒤섞인 복합적인 느낌의 배경 등등이 이것저것 잘 뒤섞여서 딱히 어색하지 않게
  (현재에는 거의) 미국적인 느낌만이 아니라 '국제화된' 복합적인 인상이
 작품 내에서 그럭저럭 우러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세계적인 흥행을 한 전작 [겨울왕국]은 철저하게 서양 쪽,
 특히 북유럽에 가까운 '구체화'된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미국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여러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잡탕찌개'라는 인상의 미국적인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사실 처음에 히로가 들고 나오는 로봇 격투용 (3단분리) 로봇은 아톰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고,
  또 일본 로봇물에서는 적지 않게 등장하는 '작은 것이 합체하여 하나의 군체를 이루는' 형식을 따라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집단 히어로물은 미국 히어로 만화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색상과 개성을 확실히 살리면서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파워레인저~같은 전대물 비슷한 인상도 남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


2015-02-14

기생수 Part 1


※ 영화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를 바랍니다.
 일부 부분은 스포일러를 가리기 위해 글자 색을 바꾸는 등의 처리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안 보이는 부분은 마우스 드래그를 하면 보일 겁니다…)


기생수 파트1
 (익스트림 무비 시사회 관람 :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7관)

 : 시사회에서 본 지는 며칠 되었습니다만, 이런저런 잡 생각의 정리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덤으로 쓸데없이 읽기 귀찮은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영화 자체는 괜찮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상하편의 상편에 해당하기 때문에 완결이 안되는게 문제 아닌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하편 '완결편'을 기대하게 됩니다.
  국내 흥행이 괜찮아서 완결편도 무사히 수입되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1/2
  : 하나의 원전을 가지고 다양한 매체 전환을 통한 멀티미디어 머천다이징 전개에서, 원작과 성공적인 차별화에 도달한 결과물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각본 : 코자와 료타, 야마자키 타카시
 주연
    이즈미 신이치 : 소메타니 쇼타
    미기(오른쪽이) : 아베 사다요
    타미야 료코 : 후카츠 에리
    무라노 사토미 : 하시모토 아이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의 존재의의를 물어본다
  -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 "기생수"란 작품은,
  냉전 시대나 매카시즘 같은 이념적 소재의 비틀린 SF코드로 취급되기 일수였던 흔히 말하는 '바디 스내쳐' 변형 계열의 SF호러 코드가,
  일본에 들어와서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손을 거쳐 (정치적 이념적 면은 약간 줄이고) 좀더 시니컬한 면을 강조하면서 동물과 인간과의 차이점 같은 것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정서인 인간성이나 인간의 존재의의, 환경 문제 같은 것을 파고들면서 기존의 SF호러 장르물과 차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걸작 만화라고 하겠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는 어느날 알수 없는 생물체가 몸에 기생하게 되고,
  기생당한 이후 신이치의 오른 손은 자아를 갖고 있는 다른 지적생물 '오른쪽이'가 되었다.
  신이치는 오른쪽이와 함께 인간들에게 닥쳐오는 위협과 이변과 조우하게 되는데…

  = 원작 만화는 제목 그대로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인간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인간 이외의 지적생명체'인 패러사이트 와의 조우를 통해서,
  인간이 보통 생각하지 못하던 인간적인 면모나, 인간의 존재의의 등을 묻는 제법 시리어스하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고,
  소위 소년 점프 연재작인 드래곤볼 등으로 대표되는 소년 만화가 아닌 청년지 계열 작품 중에서는 상위권의 흥행 결과를 거둔 작품에 속합니다.

  그리고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삼아서 영화로 만든 이 영화판 '기생수'에서는 아무래도 원작 만화보다는 좀 더 일반적 드라마에 가까운 인상으로 가족영화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요새 해외의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같은 작품을 의식하여 묵시록적 분위기를 살짝 가미하는 와중에 좀더 무난한 플롯+감정 라인의 각색을 타서 전반적으로 좀더 보편적인 '호러 액션'에 가까운 인상의 영상물로 각색된 성공적 결과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미디어 전개와는 좀 달리 표현 수위적 문제나,
 극장용 상업 영화의 시간적 문제 같은 여러 이유들 때문인지 몰라도,
 원작 내용의 서브 플롯이나 조연들 일부가 커트되어 나오지 않는 등의 미묘한 각색이 이루어졌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원작의 엑기스를 잘 살리고 있는 실사 영화판으로 거듭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