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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볼테스Ⅴ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슴)

(의미불명 잡담) 볼테스 V 레거시 최종화를 보고 (스포일러 있음) 

갑작스럽지만, 일본 특유의 장르 취급 받는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작품 중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필리핀에서 이 작품이 방송할 때 아주 인기가 있어서, 21세기 들어서 필리핀 방송국이 판권을 사와서 실사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한 작품이 나왔는데 이게 "볼테스Ⅴ : 레거시"란 제목으로 2023년에 방송되어 무사히 완결까지 끝난지 좀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된 데가 없지만 유투브에 올라오는 데가 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당연하지만, 원전은 1977년 작인 일본의 슈퍼로봇물 애니메이션 "초전자 머신 볼테스Ⅴ(파이브)"입니다. 
국내에서는 '볼트 파이브'라는 제목으로 초반 부분이 대여점 비디오 용으로 출시가 되었고, 케이블이나 공중파 TV방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에서도 나름 명작 취급 받으면서, 나가하마 낭만로봇 시리즈 운운하는 전작격인 "초전자로봇 콤배틀러V"와 후작격인 "투장 다이모스"와 함께 3부작 아닌 3부작 취급 받는 연작이며, 그 중에서 드라마 적으론 평가가 높았던 편에 들어갑니다.

이런 작품이 본고장 일본도 아니라 굳이 필리핀에서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자체가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막상 결과물이 나온 걸 보니 원작을 잘 소화하려 노력했다는 것과 동시에, 적당히 현재 세계 영상물의 기준이 어디에 맞춰진 걸까 생각해볼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머 그건 이 글에서 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머 스포일러도 있고 하니 굳이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설명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먼 우주에 있는 보아잔 별(성:星)의 군대가 지구를 침략하려 하고, 이 사실을 미리 안 고우 켄타로, 고우 미츠요 부부하고 그 부부의 스승과 관련자들이 만들어낸 슈퍼로봇 볼테스Ⅴ를 가지고서 보아잔 별의 침략군과 싸운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슈퍼로봇 볼테스의 파일롯은 고우 부부의 자녀들 고우 켄이치, 고우 다이지로, 고우 히로시=고우 형제들 및 그 관련자들이고요. 
보아잔 별에서 온 침략군은 일단은 명목은 지구 정복이란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 자체 만이 목적은 아니고 실제로는 다른 정치적 상황적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라는 정도가 있었고요. 
그 유명한 "마징가Z" 이후로 정착된 1주일에 1화 방송하면서 아군의 슈퍼로봇 1대에 적군이 강력한 적수(거대한 괴수라던가 로봇이라던가)를 보내와서 대결하는 도식적인 전개를 따라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판 "볼테스Ⅴ: 레거시"에서는 전투의 비중을 좀 줄이고 대신 인물들의 드라마 쪽을 좀 더 보강해서 90화라는 꽤 긴 화 수로 완결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방송한다 어쩐다 하는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군요.

머 어쨌든 요즘 분위기도 있고 해서 정치적인 이야기라던가 이것저것 생각할 건덕지는 많이 있었는데, 굳이 글까지 적을 필요는 없었지만… 일단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고쳤고 생각보다 달라졌습니다. 
특히 최종화에서 바뀐 부분은 거의 작품의 주제가 미묘하게 달라지게 되었고, 같은 드라마의 같은 내용이라도 받아들이는 국가의 문화나 정서적 차이 및 정치성 등등 여러가지가 달라지게 되었음을 다시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일본 원작은 흔히 로봇물에 대해 생각하기 쉬운 단순한 권선징악적 내용이기 보다는, 좀더 정치세력 대 정치세력이란 인상이 남는 데 거기에 적당히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귀족정이나 기타 등등 근대에 대한 동경이나 그런 정서 같은 것도 녹아있는 당시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1979년에 기동전사 건담이 나오면서 보다 현대전에 가까운 묘사 및 군수산업이나 기타 등등 현대적 소대가 중심이 되고, 다그람 이후론 로봇물도 한번 뒤집어 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설정 상 보아잔 별은 뿔이 있는 사람들이 왕족+귀족이고 뿔이 없는 사람들이 평민인 철저한 계급 사회로, 나름 높은 과학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왕정제를 고수하고 있는 지라 마치 중세 유럽 스타일의 귀족과 산업혁명 직전의 평민들이 미묘하게 알력이 있는 머 그런 정도의 사회 묘사가 이루어지는데, 보아잔 왕족과 귀족 중에서의 권력 다툼 중에 전 황제의 서자였다가 즉위한 현 황제 '르 잔바질'이 전 황제의 핏줄인 프린스 하이넬(왕자라기 보다는 대공 급이겠죠)을 지구 침략군으로 밖으로 내보내서, 만약 하이넬이 전쟁에서 죽거나 패전 책임으로 제거할 계획을 진행한 탓으로 지구가 엉뚱하게 침략 전쟁에 휘말린 셈입니다. (다만 이것도 나름 드라마의 숨겨진 비밀 때문에 단순히 휘말린 것만은 아니게 되지만요…) 

프린스 하이넬은 그래도 나름 개념잡힌 귀족이라 현 황제의 전횡에 불만이 있지만 일단은 자신의 충성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 침략에 나서지만 그 와중에 출생의 비밀이나 여러가지 드라마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함께 지구 측에서는 볼테스 팀이 보아잔 별로 역공을 들어가고, 보아잔 별의 시민혁명군과 볼테스 팀이 연합하여 침략전을 막는 결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하여튼 결말을 보면, 일본 판에서는 결국 '시민 혁명'이 일어나서 평화와 재견을 위한 새로운 보아잔의 시작으로 결말 지어지고, 주인공들은 침략을 막는 구국의 모험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만…, 
필리핀 리메이크 드라마 판에서는 보아잔에 정당하게 새로운 왕족이 즉위하고, 주인공들은 모험을 끝내고 돌아와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언젠가 이런 일이 있으면 그들은 다시 뭉칠 것이다~ 같은 투로 디테일이 꽤 바뀌었다가 결론입니다. 

이게 일본과 필리핀의 문화적 정치적 차이 만은 아닐거고, 필리핀 리메이크 판이 그냥 후일담을 좀 더 넣고 인물 디테일을 추가하는 김에, 자기들의 '팬심'을 어필하는 "그 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투의 동시대적 공감을 요구하고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종화 마지막에 THE END나 FIN이 뜨는 것이 아니라 "VOLTES V : LEGACY WILL LIVE ON…" 으로 끝나거든요. 

일본 원판에서는 아직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나라 답지 않다 싶을 정도로 시민혁명에 중심 드라마가 실려있고, 보아잔 별의 지구 침략은 현 집권층인 왕가와 귀족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무리한 출병이었고, 어떤 의미로는 반대파를 전쟁에 앞장세운 풍신수길과 임진왜란과도 겹쳐 보이는데, 필리핀 판에서는 그냥 재미있고 인기 있던 드라마 정도로 다루어져서 그걸 현재 필리핀 영상기술로 최대한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좀더 투명(?)해지고, 대신 주역들 간의 연애나 인간 관계들을 좀더 파고 들어서, 프린스 하이넬이 직접 지구인으로 변장해서 볼테스 팀의 기지에 잠입하는 등의 디테일이 추가되었습니다.

2015-03-01

빅 히어로


illusion Illusion

빅 히어로
BIG HERO 6

★★★1/2

 1문장 단평 : 돌고 도는 영향의 주고 받기


  - 미쿡 '애니메이션 무비'에서 디즈니가 백설공주로 장편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어서 5분의 막간극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깨버린 이후로,
 디즈니는 이쪽 업계의 선두에 서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 장편 극장용 '애니메이션 무비' 시장이 과거 전통적인 '손으로 그리는' 페인팅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에 의한' 모델링 작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디즈니는 선견지명으로 CG개발사를 세운 누군가의 '픽사' 때문에 기존에 고수하던 디즈니 식 애니메이션 작법에 크게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의 디즈니는 픽사를 포함한 기득권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보수적 미국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들에 몰두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서 손으로 그린 과거 CARTOON 풍 느낌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이 작품은 과거의 페인팅과 현재의 모델링을 잇는 과정에서 디즈니 자신과 디즈니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다른 작품들,
  구체적인 일례를 들기는 애매하지만 이미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히어로물이나,
  왜쿡산의 로봇물 이나 기타 다른 작품들에서 왠지 한번 이상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의 다양한 내용들이 뒤섞인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는 인상이 듭니다.

  그런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운 느낌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디즈니의 전통대로) 따라붙을 비디오용 속편이나,
  혹시나 나올지도 모를 이 작품의 후속 TV시리즈에서는 가능하다면
  CG모델링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손그림의 느낌을 살릴 카툰 풍 '그림'으로 나왔으면 싶어지기도 합니다.

  = 단순히 종합 선물 세트~라고 말하기에는, 이 작품은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디즈니가 영향을 주었던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나, 일본 같은 다른 방향에 속한 작품군에서 받은 영향을
 딱히 숨기거나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덕분에 이것저것 뒤섞이는 과정에서 단순한 비빔밥 같은 게 아니라,
  맛이 뒤섞이면서 좀더 다른 맛을 이끌어낸 잡탕찌개라는 인상입니다.

  우선 딱 봤을 때 바로 와닿을 수 있는 메인 스트림인 미국식 코믹 히어로에다,
 일본식 마스코트 로봇 및 소위 세카이물 적인 특성이라던가
  그 밖에도 어느 나라인지 특정하기 힘든
  미묘하게 뒤섞인 복합적인 느낌의 배경 등등이 이것저것 잘 뒤섞여서 딱히 어색하지 않게
  (현재에는 거의) 미국적인 느낌만이 아니라 '국제화된' 복합적인 인상이
 작품 내에서 그럭저럭 우러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세계적인 흥행을 한 전작 [겨울왕국]은 철저하게 서양 쪽,
 특히 북유럽에 가까운 '구체화'된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미국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여러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잡탕찌개'라는 인상의 미국적인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사실 처음에 히로가 들고 나오는 로봇 격투용 (3단분리) 로봇은 아톰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고,
  또 일본 로봇물에서는 적지 않게 등장하는 '작은 것이 합체하여 하나의 군체를 이루는' 형식을 따라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집단 히어로물은 미국 히어로 만화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색상과 개성을 확실히 살리면서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파워레인저~같은 전대물 비슷한 인상도 남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


2015-02-14

기생수 Part 1


※ 영화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를 바랍니다.
 일부 부분은 스포일러를 가리기 위해 글자 색을 바꾸는 등의 처리가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안 보이는 부분은 마우스 드래그를 하면 보일 겁니다…)


기생수 파트1
 (익스트림 무비 시사회 관람 :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7관)

 : 시사회에서 본 지는 며칠 되었습니다만, 이런저런 잡 생각의 정리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덤으로 쓸데없이 읽기 귀찮은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영화 자체는 괜찮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상하편의 상편에 해당하기 때문에 완결이 안되는게 문제 아닌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하편 '완결편'을 기대하게 됩니다.
  국내 흥행이 괜찮아서 완결편도 무사히 수입되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1/2
  : 하나의 원전을 가지고 다양한 매체 전환을 통한 멀티미디어 머천다이징 전개에서, 원작과 성공적인 차별화에 도달한 결과물


 감독 : 야마자키 타카시
 각본 : 코자와 료타, 야마자키 타카시
 주연
    이즈미 신이치 : 소메타니 쇼타
    미기(오른쪽이) : 아베 사다요
    타미야 료코 : 후카츠 에리
    무라노 사토미 : 하시모토 아이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의 존재의의를 물어본다
  -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 "기생수"란 작품은,
  냉전 시대나 매카시즘 같은 이념적 소재의 비틀린 SF코드로 취급되기 일수였던 흔히 말하는 '바디 스내쳐' 변형 계열의 SF호러 코드가,
  일본에 들어와서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손을 거쳐 (정치적 이념적 면은 약간 줄이고) 좀더 시니컬한 면을 강조하면서 동물과 인간과의 차이점 같은 것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정서인 인간성이나 인간의 존재의의, 환경 문제 같은 것을 파고들면서 기존의 SF호러 장르물과 차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걸작 만화라고 하겠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는 어느날 알수 없는 생물체가 몸에 기생하게 되고,
  기생당한 이후 신이치의 오른 손은 자아를 갖고 있는 다른 지적생물 '오른쪽이'가 되었다.
  신이치는 오른쪽이와 함께 인간들에게 닥쳐오는 위협과 이변과 조우하게 되는데…

  = 원작 만화는 제목 그대로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인간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인간 이외의 지적생명체'인 패러사이트 와의 조우를 통해서,
  인간이 보통 생각하지 못하던 인간적인 면모나, 인간의 존재의의 등을 묻는 제법 시리어스하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고,
  소위 소년 점프 연재작인 드래곤볼 등으로 대표되는 소년 만화가 아닌 청년지 계열 작품 중에서는 상위권의 흥행 결과를 거둔 작품에 속합니다.

  그리고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삼아서 영화로 만든 이 영화판 '기생수'에서는 아무래도 원작 만화보다는 좀 더 일반적 드라마에 가까운 인상으로 가족영화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요새 해외의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같은 작품을 의식하여 묵시록적 분위기를 살짝 가미하는 와중에 좀더 무난한 플롯+감정 라인의 각색을 타서 전반적으로 좀더 보편적인 '호러 액션'에 가까운 인상의 영상물로 각색된 성공적 결과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미디어 전개와는 좀 달리 표현 수위적 문제나,
 극장용 상업 영화의 시간적 문제 같은 여러 이유들 때문인지 몰라도,
 원작 내용의 서브 플롯이나 조연들 일부가 커트되어 나오지 않는 등의 미묘한 각색이 이루어졌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원작의 엑기스를 잘 살리고 있는 실사 영화판으로 거듭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013-01-03

바람의 검심 : 실사영화판 (2012)


  # 2013년 새해 첫 오덕질(?)은, 벌써 끝난지 10년이 넘은 왕년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 영화의 개봉 전 시사회 감상이었습니다.
  예,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연말 12월 22일 개봉 예정이었던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의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바람의 검심 (실사영화판)
  2012. 8.25. (일본개봉일)

  한국 개봉은 2012년 12월 22일 예정이었는데, 27일 예정으로 바뀌었다가 이후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른의 사정으로 개봉이 밀려서 2013년 1월 3일 개봉이 되었군요.
  하여튼 이런저런 파행 때문에 1월 2일 저녁에 이벤트 시사회가 있어서 그 쪽으로 보게 되었습니다만,
  시사회 치고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볼 사람은 거의 다 시사회에서 다 보는' 수준이 될 것 같을 정도였습니다.

  하여튼 보고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한번 날려먹어서 글의 정리랄까 마무리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말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면 원래 그런 건 아니고 두번 고쳐서 쓴 글이라 그렇게 되었다고 양해 바랍니다.



  - 뭐, 영화는 그냥저냥 좋았습니다.
  일단 결론만 말한다면, 켄신 실사판 영화는 우선 "한번 볼 만하다"는 수준은 됩니다.
  국내에서 불특정 다수가 봐도 무조건 흥행할 만한 급이라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는데, 일본 문화나 칼잡이 영화 같은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한번 봐도 시간 아깝다~는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를 봤다면 각자 생각하는 캐릭터와 액션의 이미지에 완전히 부합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점도 있고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므로 한번 볼 정도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예, 이 영화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배급한 일본 국내 말고도 수출을 염두에 둔 세계구 대상의 영화입니다만, 실제로는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흐름을 따르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잘 만든 소품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다만 스케일이 작다거나 아기자기한 영화라기 보다는 옛날 80년대 성룡 영화 "프로젝트A" 같은 느낌의 액션 모험물 느낌으로 보면 충분히 즐길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에 (꼭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어울리는 배우들을 데려다가 적당히 만화스러운 개그와, 적당히 만화 원작이란 걸 상기하게 만드는 (조금 오버액션 기미가 있으며) 또한 나름 허풍이 많고 만화스러운 활극다우면서 원작이 갖던 진지한 부분도 그럭저럭 살려내고 있습니다.

  뭐 국내에도 더빙 방송한 '가면라이더 덴오'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변신 히어로 덴오를 연기한 주인공 배우 사토 타케루가 켄신으로 나오는 게 나름 반가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인 캐스팅인 의외로 원작 만화의 이미지에 충실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만화 속에서 튀어나왔다~할 정도로 닮았다라는 게 아니라, 이미지에 충실해서 그럭저럭 어울린다~라는 점인데 단순히 배우의 인상이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도 배우의 연기력을 생각한 작중 비중 배분이랄까 그런 식으로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 원작만화를 보지 않은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일단 주인공 켄신은 일본이 서양문물에 개화되기 직전의 막부 말에 막부를 전복시키고 개화를 하겠다는 일종의 혁명집단인 유신 측에서 정부의 군대와 싸웠던 전설적 암살자이자 최고급 실력을 지닌 무사='칼잡이'입니다. 영화에서는 프롤로그 부분에서 전쟁 중에 사이토와 스쳐지나가는 부분이 그려지며 전쟁이 끝나면서 칼을 버리고 모습을 감추고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본편은 이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자세한 스토리나 다른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우선 캐릭터 관련 이야기부터 들어갑니다.

  주인공 켄신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 직전의 내전 중에 칼잡이로 활약하다가 나름 깨우친 바가 있어서 불살의 맹세를 했지만 배운게 검술 뿐이라 칼을 버리진 못하고, 칼날이 칼등에 있는 '역날'이라 보통으로는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가진 체 떠돌아다니는 떠돌이입니다.
  켄신 역의 사토 타케루는 굉장한 명연을 펼치거나 하지 않지만, 원작 만화에서 켄신의 말버릇이나 상황에 따라서 말투와 억양이 바뀌는 등의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에 충분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약간 만화적인 과장이 섞인 액션 연기에 있어서도 과거 변신 히어로 연기를 맡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유연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원작에선 켄신은 결국 칼잡이라 칼이 없으면 약해지는 걸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사판에서는 검술 이외에도 권법도 사용하며 기본적인 격투 능력이 있는 걸로 묘사되고 있으며, 영화 초반에는 역날검도 뽑지 않고 주먹만으로 싸우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역날검을 뽑는 식으로 연출되어 있어서 나름 원작의 주제 의식에 충실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켄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나 과거가 드러나면서 목소리가 바뀌는 부분이나, 분노나 격정을 드러내는 부분 등등은 이래저래 아주 좋다고는 못해도 나름 인상적인 연기입니다만, 역시 만화적인 캐릭터에 어울리는 인상에 배우의 곱상한 미모가 실사판 켄신이란 캐릭터에서 최고의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원작 만화의 보이쉬한 이미지보다는 풋풋한 청년의 인상입니다만…)

  '일단은 히로인'인 카오루 역의 타케이는 만화와는 약간 이미지가 다르지만, 내란이 끝나고 10년 뒤 시대에 평화로운 세상의 소녀 이미지에는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연기가 좋다고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는 정도군요.
  그리고 소년 만화에 따라붙는 어린 꼬마애 역할인 묘진 야히코는 원작에 비교하면 비중이 줄었는데 원작에선 나름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실사판에선 감초이자 꼬마 개그맨 역할로 굳었으며 아역 배우도 그냥 평범하게 이미지가 겹치는 정도이지만, 뭐 카오루와 옥신각신하는 개그 포지션에는 괜찮고 (카오루의) 요리 솜씨 갖고 개그치는 부분에서는 제법 괜찮은 싱크로였습니다.
  메구미 역의 아오이 유우는 역시 원작 캐릭터와는 이미지가 조금 다르지만 그럭저럭 실사판에서 그려지는 메구미라는 캐릭터와 어울리기는 하는 인상이긴 한데, 막상 메구미란 캐릭터에 대한 실사판 작중 해석에서는 원작의 성숙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주위에 휩쓸리는 인상이라서 취향을 탈 캐릭터가 되어버렸다고 하겠습니다.

  사가라 사노스케는 원작에서 나름 중요한 부분이었던 적보대 이야기가 통체로 들려나가면서 켄신과 함께 실사판에서 과거가 세탁된 편입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속편에서 켄신의 과거가 다루어지는 것과 같이 사노스케의 과거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실사판 영화 본편에서는 그냥 동네 건달이자 싸움꾼 역할에 충실합니다. 배우도 원작의 까칠한 이미지 보다는 그냥 '동네 바보 형'으로 승화되어 버려서 묘합니다만, 액션적으로는 켄신의 빠른 검격 액션과 구별되게 크고 둔중한 참마도를 휘두르고 하면서 나름 박력있는 '개싸움'을 보여주는 등 눈요깃감으로 충실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역시 역사적으로 봐도 이 사노스케란 캐릭터의 사연도 그냥 넘어가긴 뭐한데, 주인공 켄신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름 무거운 과거가 있는지라 실사판만 보신 분이라면 원작 만화의 사노스케의 과거 관련 에피소드들 (초반 1,2권과 이후 몇몇 에피소드) 정도는 챙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만화의 인기 캐릭터인 사이토 하지메 역의 에구치 요스케는, 만화에서의 마르고 샤프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무게감을 주는 언동과 어울리는 적절한 똥폼의 구사로 나름 멋지게 실사판 만의 사이토를 재해석합니다. 특히 거의 유일하게 원작 만화에서 그려졌던 '필살기 연출'을 그럴 듯하게 자세를 잡아주는 팬 서비스를 괜찮게 소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역시 사건의 유기적 연결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본래 원작에선 사이토가 등장하지 않던 부분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판에서, 본래는 더 나중에 나오는 캐릭터가 빨리 등장해 버린 꼴이라 본의 아니게 '내용 까발림'이 되어버리는 셈이지만, 그래도 사이토가 켄신이란 캐릭터에 대한 대칭점이면서 켄신과 비교하면 '전쟁을 함께 겪은 세대면서 전후에도 전쟁때처럼 사는' 반대 입장이란 측면에서 작품의 주제를 말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라, 원작보다 빨리 등장하게 된 것은 영화판 만의 각색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중반에 흐르는 켄신의 과거 회상 씬에서 뒷 모습만 등장하는 (영화에선 비중이 없는 2번 히로인…) 토모에는, 원작보다 비중은 줄었고 인상도 약합니다만 아무래도 속편이 나온다면 결국 다시 과거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을 수 없을터이니, (토모에의 얼굴이 제대로 드러나는 속편에서의) 캐스팅 쪽에서 어떻게 될지 조금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왜 켄신이 떠돌이가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측면에서, 원작 만화에선 19권 넘어서나 등장하는 토모에의 이야기도 미리 살짝 등장한 셈인데, 토모에가 켄신이 죽인 희생자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회상 씬의 연출 자체는 평범하지만 나름 인상은 강합니다.
  역시 이 부분도 영화만 보는 분에게는 '그냥 슬피우는 희생자의 가족'으로만 다가오겠지만,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속편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나름 안배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미묘하군요.
  뭐 일단 뒷모습 뿐이지만 실사로 그려진 토모에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속편의 캐스팅에 따라서 이번 편의 평가도 바뀔거라 생각됩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악역들인 간류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는 오버 액션으로 일관하지만 나름 싸굴하고 비열한 악역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음흉함은 원작의 간류가 '문자 그대로 그림처럼 그려놓은 썩은 악당'의 이미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악당 특유의 찌질함이나 막나가는 부분은 만화보다 더 그럴듯하게 캐리커쳐로 그려놓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삼인방은 형제인지 어떤 것인지 크레딧에서 지나가는 이름만으론 확인하기 미묘합니다만, 하여튼 이 캐릭터들은 묘하게 원작 최후반 인벌편의 4쌍둥이 악당이 떠올라서 은근한 개그가 되더군요. 묘하게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는 간류와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그나마 개그스럽게 유지합니다.
  원작 만화에서 간류 편 이전에 히로인 카오루와 주인공 켄신이 만나는 첫 에피소드의 악당(이자 원작에선 막판에 다시 또 나오는 감초…?!)였던 히루마 형제는 영화판 본편에선 아무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간류의 부하인 흰 양복 들이 나름 빈 자리를 잘 매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카오루의 도장을 습격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몰락 무사들로 이루어진 건달들의 이미지는 이 히루마 형제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어쩌면 원래는 여기서 잠깐 등장했다가 당하는 1회용 악당으로라도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마지막으로 원작 만화에서 간류에게 고용된 용병으로 등장하던 어X번* 일당은 유감스럽게도 본 실사영화판에선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간류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이 엑스트라 잡졸 악당들이 늘어나고 대신 원작 만화의 1대1 대결 장면의 비중은 줄어버렸습니다.
  이런 변화가 속편을 위한 안배인지, 아니면 약간 허풍스러운 신완술 같은 기술들이나 회천검무 같은 만화적 필살기술의 연출표현 문제 때문인지 빠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이 실사영화판에서 '사연 있는 인물'을 더 늘리기엔 좀 벅찼을 수도 있으니까 적당하게 캐릭터의 수를 줄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뭐 그렇습니다.



  - 사실 이 '바람의 검심'이란 영화의 원작이 되는 만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또 동시에 할 말이 없기도 하군요.

  원작 만화의 경우 '속죄'라는 것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작품의 재미와 마무리를 망쳤다는 비평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단순히 실력을 감추고 숨어사는 의인이 약자를 지키는 소년대상 히어로물적인 정서가 아니라, 작품 전체적으로 '역사'라는 말로 넘어가게 되는 희생과 비극의 반복에 대한 나름 일관적인 흐름의 고찰과 비극적인 정서를 통한 강한 심정적 공감은 은근히 맛이 있는 '사극', 즉 옛날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제법 인상 깊은 물건이긴 했습니다.

  하여튼 원작을 좋아하고 애니도 챙겨보고 이렇게 실사영화까지 보게 되었는데, 그런 멀티미디어 전개 과정에서 각각의 매체마다의 차이점이나 특징점이 제법 확실하게 편차가 생긴지라…,
  뭐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각각 다른 비전을 가지고 변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으로는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사실 원작만화가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하기도 했었고,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전형적인 배틀물인 TV판이 먼저 나오고, 또 취향은 좀 타지만 분위기 하나는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나온 OVA '추억편'등의 결과물들이 각각 다른 느낌으로 좋게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실사영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막상 영화판의 뽑혀나온 결과물을 본다면 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좋다고는 말 못해도 충분히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는 건 사실이거든요.
  뭐 일단 이 실사영화판도 취향을 탈 수는 있습니다만 일단 누구라도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판단 합니다만…

  우선 원작 만화를 본 사람에게는 강추는 못해도 실사판 만의 각색과 독자적 노선을 성공적으로 꾸며내고 있기 때문에 일단 한번 볼 정도는 된다고 추천할 수 있지만, 원작 만화를 전혀 안 본 사람에게는 그냥저냥 볼만한 칼잡이 액션 영화이며 역시 특별히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를 시킬 만한 접근성은 약간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실사 영화판이 되면서 만화의 허풍스러운 액션을 나름 현실적인 느낌이 나게 바꾸고 실사의 세계에서 표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온다고 끌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일본 영화 중 고전급인 검격액션, 소위 부시도 영화~나 찬바라 영화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데에 몰두했다고 할까요.

  어쨌든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결국 다른 매체인 만화와의 비교, 원작이 갖는 인기라는 팬덤이란 힘… 등등으로 흥행적인 면에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편인데, 이 영화는 만화 원작 영화로는 제법 만화의 이미지를 실사에서 잘 살려낸 편에 들어가고 그게 흥행에는 나름 보탬이 될 거라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만화를 보고 온 사람에게 먹히는 서비스 요소도 많으며,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를 100%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원작 만화의 팬인 입장에서도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만의 재미로 본다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난투와 칼부림 액션이 나오는 '일본 근대 개화시대를 다룬 칼부림 활극 계통의 역사 드라마'라서 이런 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 일단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면, 일본의 내수용 장르인 사무라이 또는 낭인이나 무사도물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피 튀기는 칼부림 액션, 소위 '찬바라' 계통의 액션을 가지고 무난한 현대화를 잘 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되는 만화 "바람의 검심" 자체가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실제 내전과 분쟁의 시대인 막부 말을 무대로하는 '막말 시대극'인 탓에, 역사적인 무게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작중에서 액션도 많이 들어가는 '볼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우러났다는 점도 있고…,
  (약간 정치적인 해석이 되지만) 또 무엇보다 주인공인 켄신이 소위 '혁명'이라는 (심각하고 무거운 정치적) 문제에 자기 능력(+신념)을 갖고 끼어들었다가 큰코 다치는, 평범한 민초의 시선에서 '민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역사에 대한 은근한 비판도 있고…, 뭐 문자 그대로 '나름 심각한 이야기'라 여러가지 해석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만큼, 나름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원작 만화던 실사 영화판이던 말이죠.

  막말로 우리나라의 누구처럼 정부의 개 노릇하면서 사람들을 물고문하던 작자가 이후 목사가 되고서 '위에서 시키니까 한것임~ 난 죄없음'하는 것에 비교하면, 이 작품의 주인공 켄신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칼잡이의 입장에서 떠돌이가 된 이후로 고뇌와 속죄를 한꺼번에 다루는 훨씬 진솔한 인물이라서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원작 만화에서는 나중에는 주인공 켄신의 죄를 묻기 위한 복수자가 나오고, 기껏 평화로워진 일본을 전복시키려는 악당이 나오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커집니다만 그래도 일관적으로 속죄를 위해 '악당도 죽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킨다'는 유치하다면 유치한 명제지만 그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가~ 같은 이야기를 나름 소년만화 수준에서 진지하게 계속 파고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원작 만화가 만화 특유의 판타지 성향 때문에 스스로의 진지함이란 무게에 눌려버렸다는 인상도 생겼습니다만, 하여튼 결과물은 불완전해도 그런 시도 만으로도 한번 볼만한 만화였기에, 실사판에서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이하 영화 본편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글자 색깔을 바꿔서 잘 보이지 않게 했으니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은 드래그가 필요할 것 입니다…)